2007년 10월 29일 월요일

조지아 대학, 기싸움도 경기도 이겼다

패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려는 헤드코치가 있을까?

흔히 보기 힘들다.

하지만, 조지아 대학(University of Georgia) 풋볼팀 헤드코치 Mark Richt(사진)가 10월27일 토요일 조지아 대학과 플로리다 대학(University of Florida)와의 경기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조지아 대학이 경기 첫 번째 터치다운을 하자 벤치에 있던 선수 전원이 엔드존으로 몰려가 함께 쎌레브레이션을 한 것.

단체로 쎌레브레이션을 하는 것 자체가 파울인데 벤치에 있던 선수들 전원이 몰려나갔으니 의도적인 게 아니고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수들이 헤드코치의 허락 없이 벤치에서 우르르 몰려나간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하다.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만한 결정적인 터치다운 이후라면 혹시 모르지만 첫 번째 터치다운을 한 게 전부인데 벤치에서 쏟아져나왔다면 정상일 수 없다. '첫 번째 터치다운 하고나면 전부 나가서 함께 쎌레브레이션을 하라'고 헤드코치가 시키지 않은 이상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것도 SEC(South Eastern Conference) 라이벌 플로리다 대학팀 홈경기에서 말이다.

이 바람에 조지아 대학팀은 단체 쎌레브레이션 파울(15야드 패널티)과 백넘버 75번 선수의 파울(15야드 패널티)까지 합해 모두 30야드 패널티를 당했다. 단체 쎌레브레이션은 헤드코치가 계획한 것이므로 첫 번째 15야드 패널티는 각오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75번 선수의 두 번째 패널티는 계획에 없던 것.

30야드 패널티 덕분에 조지아 대학이 30야드 후진해서 킥오프를 하게 됐으므로 플로리다 대학은 좋은 필드 포지션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로리다 선수들까지 흥분하는 바람에 퍼스널 파울로 15야드 후진하면서 좋은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곧바로 터치다운을 하며 7대7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

그러나, 플로리다 터치다운 후 공격권이 조지아로 넘어가자마자 또 조지아 터치다운. 스코어는 14대7.

그리곤, 또 15야드 패널티.

패널티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킥리턴하는 플로리다 선수를 태클하면서 조지아가 2개의 퍼스널 파울을 추가한 것. 또다시 30야드 패널티를 당한 것이다.

1쿼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사이에 이처럼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아래 동영상은 여기까지의 하이라이트:



조지아, 플로리다 대학 모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교들이다. 그러니, 한마디로 '이기는 편 우리 편'인 경기였다. 그런데, 조지아 대학 헤드코치가 첫 번째 터치다운 후 벤치에 있던 선수 전원을 필드로 내보내며 함께 쎌레브레이션을 하도록 하는 걸 본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조지아를 응원하게 됐다. 패널티를 감수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준 게 상당히 쿨해 보였던 것.

비록, 헤드코치 Mark Richt가 '단체 쎌레브레이션 사건'에 대해 사과했지만 내가 봤을 때는 아주 멋있었다. 적지에서 라이벌팀과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우르르 몰려나가라고 지시했다는 게 참 쿨해 보인다. 엄밀하게 따지면 헤드코치가 해선 안될 행동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그래도 멋지다.

바로 이 덕분일까? 조지아가 플로리다를 42대30으로 꺾고 승리했다. 경기초반 기싸움으로 한방 먹이면서 시작하더니 결국 경기에서도 승리한 것.

중계방송 해설자가 '이래서 칼리지 풋볼이 재미있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감이다. 여전히 보기 드문 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칼리지 풋볼이니까 가능했지 프로 풋볼(NFL)에선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조지아 vs 플로리다니까 어느 정도 화끈할 것까지는 예상했지만 시작부터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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