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힘들게 본 그린베이 vs 달라스 경기

그린베이 패커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경기를 아주 힘들게 봤다.

인터넷으로 NFL.COM의 문자중계와 NFL LIVE 동영상을 동시에 쳐다보며 아주 힘들게 봤다.



스크린이 너무 J만하지 않냐고?

원한다면 풀 스크린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풀 스크린 화질 퀄리티가 좋지 않아 J만한 화면으로 보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더라.



그렇다고 풋볼경기 전체를 인터넷으로 중계한 것도 아니다.

툭하면 NFL LIVE 데스크로 옮겨가고, 나중엔 중계방송을 제쳐두고 경기와는 무관한 NFL 필름 다큐멘타리까지 틀어줬다. 그린베이 패커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경기가 진행중인데 조 몬타나가 나오는 옛 경기 화면을 틀어주더란 말이다.



NFL이 왜 이따위 짓을 하고 있냐고?

NFL 네트웍이라는 자체 채널을 만들어 정규시즌 중계방송까지 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NFL 네트웍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케이블 회사가 NFL 네트웍을 기본채널 그룹에 넣지 않고 스포츠 프리미엄 패키지에 넣으면서 시작됐다. 결국은 NFL과 케이블 회사간의 돈문제다.

하지만, 이 덕분에 피해를 보는 건 케이블 유저 NFL 팬들이다. TV를 소유한 미국 전체 가구 중 2/3는 NFL 네트웍을 통해 중계방송되는 경기를 볼 수 없다고 한다. NFL 네트웍 경기를 볼 수 있는 1/3은 위성방송 DirecTV 유저 아니면 컴캐스트의 스포츠 프리미엄 패키지 유저들이다.

NFL 네트웍을 지지하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구단주, 제리 존스는 며칠전 기자회견에서 '(NFL 네트웍을 볼 수 있는)위성TV로 바꾸라'고까지 했다.

NFL 네트웍 하나 때문에 스포츠 프리미엄 패키지를 사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 하나 때문에 케이블에서 위성으로 바꾸라는 것 역시 넌센스처럼 들린다. TV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케이블과 위성의 여러 가지 장단점들을 비교해서 선택할지 모르지만 NFL 네트웍 하나 때문에 교체를 고려하라는 건 좀 웃긴다.

하지만, NFL이 이것을 더이상 웃기지 않게 만들고 있다.

처음엔 시범경기가 전부였지만 작년부터인가 NFL 네트웍에서 정규시즌 경기까지 중계방송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NFL 네트웍이 안 나오는 사람들은 정규시즌 경기를 보고싶어도 못 보도록 만든 것이다.

오늘 있었던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그린베이 패커스의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경기는 NFL 네트웍을 통해서만 중계방송 된 목요일 저녁 스페셜 풋볼경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NFL 네트웍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달라스와 그린베이 지역에선 NFL 네트웍이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중계방송 됐다. NFL이 욕을 덜 먹기 위해 '배려'한 것이다. 달라스와 그린베이 시민들마저 NFL 네트웍때문에 경기를 못 보게 된다면 욕을 삼태기로 먹을 것 같으니까 해당지역 두 곳에만 예외를 둔 것.

하지만, 텍사스와 위스콘신주를 제외한 나머지 48개주 주민들은 NFL 네트웍 없인 경기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NFL이나머지 48개주 풋볼팬들에 대한 '배려'를 잊은 건 아니다.

NFL.COM의 NFL LIVE가 그것.

그런데, NFL LIVE를 통해 경기 전체를 중계방송하면 사람들이 NFL 네트웍 채널에 관심갖지 않을 것 같으니까 경기실황을 중계하다 NFL LIVE 스튜디오로 돌아오고, 나중엔 경기와는 상관없는 다큐멘타리까지 틀어놓는 걸 반복했다. 인터넷으로 경기를 중계해준 건 맞지만 100% 중계해주지 않고 감질나게 찔끔찔끔 보여준 것이다. '시원하게 중계방송을 보고싶으면 NFL 네트웍으로 보라'는 게 NFL이 하고싶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NFL 네트웍 때문에 풋볼경기를 보지 못하는 48개주 풋볼팬들의 분노를 무시할 순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치사하게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든다.

NFL 네트웍 홍보를 하고싶은 것까진 이해 못하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을 통해 이런 식으로 감질나게 장난칠 정도로 쪼다들은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이 미식축구고, 바로 여기에 NFL이 버티고 있는데 매경기 모두 인터넷으로 중계방송 해줘도 시원찮을 판인 것 같은데 이게 뭐하는 짓이냔 거다.

NFL 정규시즌 경기를 미식축구에 별관심 없는 영국에 가서 하지 않나, 미국의 2/3가 못본다는 걸 알면서도 정규시즌 경기를 NFL 네트웍으로 가져가지 않나, 최근들어 NFL이 하는 걸 보면 정이 안간다.

하지만, 며칠전 세상을 떠난 워싱턴 레드스킨스 세이프티, 숀 테일러를 추모하는 건 올바르게 하고있는 것 같다.

테일러 사망후 열린 첫 NFL 경기인 달라스와 그린베이 경기에서 헬멧 뒤에 붙은 '21'이란 번호가 눈에 띄었다.(사진)

바로, 숀 테일러의 번호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수십년간 치열한 라이벌 관계였지만 매년마다 두 번씩 마주하는 상대다보니 카우보이스 선수들에게도 숀 테일러 사건이 남의 얘기 같지 않을 것이다.

숀 테일러도 달라스 카우보이스 헬멧에 자신의 넘버가 붙게 될 줄은 몰랐을지도...

잠깐!

다 좋은데 경기결과에 대한 얘기는 왜 없냐고?

달라스 카우보이스 팬이라면 이 경기의 결과는 안봐도 다들 알 수 있었을 것이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린베이가 달라스 홈에서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건 점수차다.

달라스가 그린베이를 텍사스 스테디움에서 꺾을 때마다 항상 10점차 이상으로 이겼다는 것.

2007년 결과도 딱 여기에 맞아떨어졌다.

파이널 스코어 = 37:27

그렇다. 딱 10점차다.

경기 내내 3점차, 7점차가 나는 걸 보면서 '또 10점차로 이기는구나' 했다...ㅋㅋ

27대24로 그린베이가 3점차로 따라붙었을 때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터치다운을 하면 34대24로 다시 10점차가 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달라스가 터치다운을 했다. 그런데, 그린베이가 필드골을 차면서 34대27을 만들었다.

오 그래? 그렇다면 달라스가 필드골을 하나 더 차겠구만...ㅋㅋ

예상대로 달라스가 마지막 필드골을 차면서 파이널 스코어는 37대27.

라스베가스 라인에 달라스가 그린베이에게 7점을 줬던데, 만약 내가 돈을 걸었다면 달라스에 걸었을 것이다. 10점차로 이길 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해서,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11승1패가 됐다. 뉴잉글랜드, 인디아나폴리스, 샌디에고가 11승1패라면 '그런가부다' 하겠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11승1패라니까 아직까지 좀 얼떨떨하다. 토니 로모가 툭하면 한 경기에 터치다운 패스를 4개씩 던질줄 누가 알았으랴!

빌 파셀스가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일 때 탑 드래프트 픽 쿼터백들의 몰락을 얘기했던 게 기억나는데 이제 보니 드래프트 되지도 않았던 토니 로모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만 해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쿼터백은 탑 드래프트 픽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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