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7일 일요일

다니엘 실바 소설, 영화로도 성공할까

미국의 스파이 소설 작가, 다니엘 실바(Daniel Silva)의 소설이 곧 영화화 될 전망이다.

미국 버라이어티(Variety)의 작년 8월 보도에 의하면 유니버설 픽쳐스가 다니엘 실바의 7개 첩보소설에 대한 영화제작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유니버설이 노리는 건 실바의 소설 중에서 게이브리엘 앨런(Gabriel Allon)이라는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다.

버라이어티에 의하면 첫 번째 영화는 'The Messenger'가 될 것이며, 프로듀서는 마크 고든(Mark Gordon)과 조시 맥러린(Josh McLaughlin), 감독은 피에르 모렐(Pierre Morel)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유니버설은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으로 막을 내린 로버트 러들럼 원작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이을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의 기사가 '본 얼티메이텀'의 미국 개봉일(07년 8월3일) 직전인 8월1일에 올라온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만약, 모든 게 유니버설 픽쳐스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들은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 첩보영화 7편을 확보한 게 된다.

하지만,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로 성공할만 하냐는 걸 먼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캐릭터 게이브리얼 앨런부터 살펴보자.

게이브리얼 앨런은 그림을 복원하는 기술자다. 하지만, 1972년 뮌헨 인질사건 주모자를 없애라는 임무를 수행했던 베테랑 모사드 에이전트이며, 폭탄테러로 가족을 잃기도 했다.

70년대초부터 모사드 요원으로 활동했고, 그 때 당시에 20대 초반이었다니까 지금 나이는 적어도 50대 중반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무기사용에 능한 베테랑인 건 맞지만 젊은 에이전트는 아니다.

그렇다면, '메신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바티칸에 폭탄테러를 해 700여명을 사망케 한다.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 게이브리엘 앨런은 테러 주모자와 그에게 금전지원을 하는 사우디 억만장자를 추적한다.

문제의 사우디 억만장자가 엄청난 그림 수집가란 사실을 알고있는 게이브리엘은 그에게 접근할 미끼로 사용할 그림을 찾기 시작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호의 그림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그 다음엔, 그림과 함께 사우디 억만장자의 '아트 어드바이저'가 되어 그들의 조직에 침투할 미국인 여자 에이전트를 찾는다. 물론, 게이브리엘은 9-11 테러로 남자친구를 잃고 CIA에 들어가려 했던 경력을 가진 사라(Sarah)라는 미국여자를 발견한다.

여기까지가 책의 절반이다. 사우디 억만장자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거물급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기 위해 그의 조직에 여자 에이전트를 심는다는 얘기인데 이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이후부터는 - 당연하겠지만 - '아트 어드바이저'로 위장해 테러조직에 침투한 사라와 그녀를 주변에서 계속 모니터링하는 모사드 요원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썩 맘에 들지 않는다.

다니엘 실바를 존 르 카레(John Le Carre), 그레이햄 그린(Graham Greene)과 비교하길래 기대가 컸다. '중동판 존 르 카레'라고도 하길래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 '시리아나(Syriana)'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메신저'를 읽고나니 왠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메신저'는 진지한 에스피오나지 소설도 아니고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의 어드벤쳐 소설도 아니었다. 다니엘 실바는 전통적인 스파이 픽션 스타일의 에스피오나지와 테러리스트 소탕을 한데 섞어보고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선에 머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궁금한 건 영화관객들이 중동판 스파이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냐는 것이다.

스파이 픽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첩보조직 vs 첩보조직', '이중 스파이' 같은 주제가 떠오르지만 무대가 중동으로 넘어가면 '자폭테러', '지하드' 같은 Low-Tech 테러리즘으로 바뀐다. 시대가 바뀐만큼 다른 분위기의 스파이 픽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폭하기 좋아하는 테러범이나 쫓아다니는 스토리로 스파이 픽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티 사우디, 안티 아랍, 안티 이슬람 정서로 가득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작년 가을 유니버설 픽쳐스가 선보였던 '킹덤(The Kingdom)'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도 참고대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가 유니버설 픽쳐스의 성공적인 스파이 액션영화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를 지금까지 딱 한권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하기 곤란하지만 현재로써는 '글쎄올시다'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건 실바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실바의 최신작 'Secret Servant'가 책꽂이에서 대기중인만큼 조만간 두 번째 게이브리얼 앨런 소설을 읽게 되겠지만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물론, 영화는 소설과 완전 딴판일 수 있다. 원작에서 몇 가지만 빼오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킹덤'에 약간의 에스피오나지를 곁들인 액션영화 정도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 스릴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약간 불안하다. 제이슨 본 시리즈로 스파이 액션영화에 맛을 들인 유니버설 픽쳐스가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는 약간 의심스럽다.

IMDB에 의하면 '메신저' 영화가 2010년 개봉예정이라니 그 때가 되면 좀 더 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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