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5일 금요일

역시 '람보'는 액션밖에 몰라!

실베스터 스탤론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기관총을 갈기던 람보로 돌아왔다.

람보가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고?

마지막 람보 시리즈인 '람보3'가 개봉한 게 1988년이니 20년만에 네 번째 람보 영화가 나온 셈이다.

다 좋다고 하자. 그런데, 60이 넘은 스탤론이 람보로 돌아왔다고?

2006년엔 록키로 돌아오더니 이번엔 람보의 차례였다. 아무래도 스탤론이 '지나간 캐릭터'에 상당한 미련을 갖고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스탤론의 '지나간 캐릭터 무비' 1탄격인 '록키 발보아'는 보고싶은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아 건너뛰었다. 록키 시리즈가 제아무리 유명하다지만 이제와서 그 나이에 또다시 록키로 돌아왔다는 게 매우 수상히 보였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복서는 너무한 것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보면 괴로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람보'는?

'록키 발보아'처럼 좋은 기억속에 남아있던 영화 시리즈를 수상하게 바꿔놓으려고 나온 영화일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스탤론이 람보를 연기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스탤론의 나이가 눈에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글에서 기관총을 갈기는 '액션 히어로'를 연기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많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록키 발보아'가 나왔을 때처럼 '스탤론의 욕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이번엔 들지 않았다. '60대의 권투선수'는 받아들이기 곤란해도 '60대의 액션 히어로'는 문제 없어 보였다.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까지는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탤론이 예전 영화에서처럼 웃통을 벗어던지지 않는 게 눈에 띄긴 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만큼 노출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60대의 람보가 '숲속에서 만난 영감님' 정도로 만만하게 보였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개기면 다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다른 건 몰라도 액션 하나만큼은 화끈하다고 해야겠다.

쏘고, 터지고, 날아가고, 잘리고 하는 박력 만점의 액션씬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람보 영화에서 이런 것 빼면 볼 게 뭐가 있냐'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에 나오는 R등급 액션영화에서 자주 보기 힘든 폭력수위 높은 무식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을 하나 꼽으라면 아무래도 람보가 활로 적들을 쓰러뜨리는 부분이 될 것 같다.

람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무댓보로 기관총 갈기는 것과 활 쏘는 것 아닌가.

2008년 '람보'에서도 변함없이 '활'이 나온다. 처음엔 활로 물고기(메기?)를 잡길래 몹시 실망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사람(!!)을 향해 쏘기 시작하더라. 그러더니 머리, 얼굴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화살이 꽂힌다.

폭력수위만 놓고 따지면 상당히 무식하다고 해야겠지만 극장안에선 낄낄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바로 이런 게 '람보식 유머' 아니겠수?



하지만, '람보'는 액션 빼면 볼 게 없는 영화다.

그걸 이제 알았냐고?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줄거리가 너무 간지럽다는 게 영화내내 신경쓰였다.

그렇다면, 말 나온 김에 줄거리를 살짝 둘러보기로 하자.

영화는 미국 콜로라도 교회에서 온 크리스챤 봉사단이 내전으로 어지러운 버마에 들어가기위해 람보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그들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달라고 람보를 찾아온 것.



영화에 나오는 크리스챤 봉사단은 어려움에 처한 현지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다. 람보가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우리는 살인을 막으러 왔는데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하냐'고 되레 람보에게 역증 낼 정도다. 입바른 소리 하는 것만 좋아하는 앞뒤 꽉막힌 일부 크리스챤들의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챤 봉사단은 위험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버마에 기어코 들어가고야 만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들은 현지주민들을 치료해주고, 성경공부를 하고, 또 이것을 캠코더로 촬영하면서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SURPRISE~!!!"



버마군인들이 마을을 습격하면서 주민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하고 크리스챤 봉사단을 인질로 잡는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데도 말을 듣지않고 버마에 갔다가 인질이 된 것.

왠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처럼 들리지만...

아무튼, 어쩌랴! 가지 말라는 데 가서 사고를 쳤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목사까지 람보를 찾아온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들을 구출하기 위해 용병대까지 이끌고 왔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 봉사단 중 하나는 람보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상을 한 것에도 분노했는데 같은 교회 목사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무장한 용병대를 고용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는 람보가 은퇴 후 태국에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무시무시한 '액션맨'으로 보이지 않는다. '액션맨'은 고사하고 거진 히피(Hippie)에 가깝게 보인다.

그 덕분인지, 아무도 람보에게 구출을 부탁하지 않는다. 그저 배로 목적지까지 태워달라는 게 전부일 뿐. 용병들도 람보를 그저 '뱃사공' 정도로 생각한다.

미국 TV광고에 자주 출연해 낯익은 얼굴 Tim Kang도 용병대원 중 하나다.

그런데, 람보가 용병대의 도움이 필요한 캐릭터였던가?

람보는 전통적으로 혼자서 다 해치워왔는데 이번엔 용병대와 함께 구출작전을 벌인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Tim Kang: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모자 쓴 친구)

하지만,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건 인질들의 생사여부다.

미국인들을 납치한 버마군인들은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죽이는 상당히 거친 녀석들이던데 과연 인질들은 생존해 있는 걸까?

영화에서도 '개까지 죽이는 녀석들인데 인질이 아직까지 살아있겠냐'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버마군인들은 미국인 인질들을 해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인질을 다 죽여버리면 영화가 싱겁게 끝나니까?

'인질구출 전문'인 람보에게 구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람보'와 같은 영화는 액션이 첫 째, 줄거리는 둘 째라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뻔한 '람보의 또다른 인질구출 스토리'는 약간 심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액션이 전부인 영화라지만 억지로 짜맞춘 인질구출 스토리로 보일만큼 허술하게 만들어도 괜찮은 건 아니다. 주요 볼거리가 스토리 전개가 아닌 액션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용은 볼 게 없더라도 억지로 짜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어설프게 보이면 곤란하다. 심오한 내용은 필요없더라도 평균은 해야 하는 것.

이 부분만 조금 세련됐더라면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영화가 될 뻔 했다. 하지만, '람보'는 '액션만 있고 내용은 없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만 있고 나머지는 유치하고 허술한 영화' 수준에 그쳤다.



지나치게 액션 한쪽에만 매달리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엔 직접 때려부수고 쏴야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뭔가를 직접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든 말든 하지 극장에 쭈그리고 앉아서 스크린만 멀뚱멀뚱 보는 것만으론 스트레스 해소가 안된다. 아무리 액션이 뛰어나고 스릴이 넘친다더라도 'PLAY' 없이 'WATCH'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내가 영화보다 비디오게임을 훨씬 더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람보'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왔다인 영화일 것이다.

어렸을 적 '액션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그 때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고도 남는다는 사람들은 절대 후회할 일 없겠지?

그러나, 액션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은 그런대로 밸런스 잡힌 'Well-made 액션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유치해 보일 것이다. 액션 볼거리만 빼고 나면 잘 만든 영화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에서까지 치사하게 줄거리 타령하면 곤란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때려부숴!' 스타일의 화끈한 액션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도 딱 이런 분위기다.

'F__k'em All' 스타일의 액션영화에 잘 어울리는 Drowning Pool의 곡을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Drowning Pool의 노래는 이런 스타일의 액션영화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마블 코믹스의 그래픽 소설을 영화로 옮긴 '퍼니셔(The Punisher - 2004)'의 주제곡으로 'Step Up'이 사용되기도.



'퍼니셔'에 이어 이번엔 '람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Drowning Pool의 'Bodies'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LET THE BODIES HIT THE FLOOR!"란다...

댓글 2개 :

  1. 와우~ 이거 보고싶은 영화인데,
    더욱 기대하게 만들어주시네요.ㅋㅋ
    저도 록키는 안봤는데 록키는 상 타려고 만든 영화같아요. 반면, 람보는 스텔론이 다시 화끈하게 놀아보려고 만든영화같구요.ㅋ

    근데 첫번째 영상은 안나와요. 유투브에서 삭제당한듯.

    답글삭제
  2. 옷? 저는 잘 나오는데요.
    사, 삭제당할만한 뮤직비디오는 아닙니다.

    이번 람보는...
    별점으로 따지면 2개반 정도...?
    액션은 그런대로 볼만한데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엉성해 보입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