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3일 일요일

터미네이터가 TV 시리즈로?

FOX TV의 새로운 TV 시리즈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 Sarah Connor Chronicles)'가 시작했다.

터미네이터?

사람의 탈(?)을 쓴 싸이보그가 나오던 그 '터미네이터'?



그렇다. 미국 최초의 싸이보그 주지사를 탄생시킨 바로 그 '터미네이터'다.

그 '터미네이터'가 FOX TV의 새로운 TV 시리즈로 돌아왔다.

그런데, TV 시리즈의 주인공은 터미네이터가 아니다. 싸이보그의 공격으로부터 아들, 존 코너를 보호해야 하는 '터프 마미' 사라 코너가 주인공이다.



사라 코너를 맡은 배우는 누구냐고?

영화 '300'에 나왔던 리나 히디(Lena Headey)다.

'300'에서 한가닥 할 것처럼 보이더니 사라 코너역을 맡았다.



리나 히디는 여전사에 가까운 사라 코너역에 제격인 듯 하다. '300'에서 보여줬던 '열받으면 다 죽어!' 식의 터프함이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존 코너와 함께 있으면 모자지간이 아니라 남매처럼 보이는 것!

리나 히디가 1973년생이고 존 코너역의 토마스 데커(Thomas Dekker)가 1987년생이라 15년차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 보이지 않는다.



리나 히디를 나이들어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일까?

앳된 얼굴의 서머 글라우(Summer Glau)가 여자 싸이보그, 카메론(Cameron)으로 나온다.

이렇게 리나 히디, 토마스 데커, 서머 글라우 3명이 FOX의 TV 시리즈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메인 캐릭터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스토리는 '터미네이터 2'에서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여전사로 변신한 사라 코너와 고등학생으로 자란 존 코너,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고 미래에서 온 싸이보그 카메론(제임스 카메론 아님!) 등 3명의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터미네이터 2'와 유사하다.

그럼, 터미네이터는 어디 갔냐고?

인류가 싸이보그의 통치를 받고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캘리포니아 주민들도 자신들이 싸이보그의 통치하에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라.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무대였던 L.A 시민들도 이미 포기했는지 싸이보그 주지사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터미네이터가 L.A를 그렇게 때려부쉈는데도 말이다. 최근엔 한국산 용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고 갔으니 폭력에 무뎌졌는지도...

하지만, 잊어선 안되는 게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실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저 '캘리포니아 발음 제대로 못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정도만 알고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때문에 사라 코너와 존 코너가 컴백한 것이리라!

터미네이터로부터 인류를 구해야 해!ㅠㅠ

그런데 문제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가능할까?

'터미네이터=캘리포니아 주지사'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인간들을 통치하는데 바빠 나오지 못한다더라도 그를 대신할 리딩(Leading) 터미네이터 없이 갈 수 있을까? TV 시리즈의 주인공이 사라 코너라지만 생뚱맞은 여자 싸이보그, 카메룬만으로 충분하겠냐는 것이다.

내 생각은 'YES'다.

터미네이터 없이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약간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터미네이터' 세계의 스토리에 꼭 '미스터 터미네이터'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임무를 띄고 파견된 싸이보그 중 하나일 뿐이므로 그가 없으면 이야기를 풀어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나는 '터미네이터 2'에서 터미네이터가 사라 코너를 뒤쫓지 않고 되레 보호하러 온 것을 보고 몹시 실망했다. 미스터 터미네이터의 최대 매력은 총에 맞아도 끄떡없고 차에 치어도 벌떡 일어나 무표정한 얼굴로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것인데 '터미네이터 2'에선 적이 아닌 동지가 되면서 김이 다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 2' 막판에 미스터 터미네이터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때 스크린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차가운 살인마, 미스터 터미네이터를 아이들용 캐릭터로 바꿔놓았다는 데서 치밀어 오른 분노였다.

'터미네이터는 1편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나는 '터미네이터 3'도 안봤다. 이젠 정 안되겠으니까 여자 싸이보그까지 모셔왔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이 먹는 싸이보그를 구경하러 갈까 생각했지만 터미네이터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도 이런 식 영화는 더이상 안본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봤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꽤 섹시하게 들렸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다른 싸이보그가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게 전부인 시시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터미네이터 1'에서처럼 인간 대 싸이보그의 대결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가 안되는 불공평한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 맛'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던 것.



그러나...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아직까지 그런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일요일과 월요일밤 이틀간 연달아 2편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는데 1회만 봤을 땐 실망감이 컸다. 2회를 보고나니 새로운 '터미네이터' 세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NBC의 '바이오닉 우먼'을 봐서 그런지 '코너 패밀리'를 돕는 싸이보그, 카메론과 제이미 소머즈가 서로 비슷해 보였다. '터미네이터'와 '바이오닉 우먼' 시리즈를 비교한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기계의 힘을 사용하는 여자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코너 패밀리쪽엔 카메론이 있고 저쪽엔 여러 얼굴의 싸이보그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도 결국엔 '싸이보그 vs 싸이보그'식이 될 수 있는 것. 싸이보그들끼리 서로 치고박는 것만으론 시청자들을 오랫동안 묶어놓기 힘들 것이 뻔하니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터미네이터 2'에서 이어지는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냐에 성패가 달린 것.

카메론이란 여자 싸이보그 없이 사라 코너와 존 코너만의 어드벤쳐였다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카메론이 나오더라도 몇 에피소드 지난 이후에 나왔으면 더 나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스토리에 한번 기대 걸어본다. 여전사 사라 코너와 스카이넷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매주 월요일밤 9시(동부시간) 방송된다.

댓글 2개 :

  1. 잘 봤습니다. 글 진짜 잘쓰시네요.
    저도 터미네이터를 재미있게봐서 드라마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답글삭제
  2.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도 '사라 코너 크로니클'이 폭스TV의 새로운 인기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