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시.
웬 녀석이 'Kill With Me'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살인장면을 생중계 한다.
생중계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Kill With Me' 웹사이트에 방문자가 많이 몰리면 몰릴수록, 살인광경을 보러 온 네티즌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희생자가 빨리 죽도록 장치를 셋업해놨다.
그런데, 녀석이 워낙 컴퓨터 도사라 FBI도 추적이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Untraceable'은 우연히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FBI 싸이버 범죄 수사관 제니퍼(다이앤 레인)가 컴퓨터 천재 시리얼 킬러를 뒤쫓는다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다.
일단, 싸이버 범죄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살인광경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한다'는 것도 엽기적이긴 하지만 그럴 듯하게 들린다. 웹서핑을 하다보면 상당히 희한한 것들도 자주 눈에 띄는 데 까짓 거 '인터넷 살인 생중계'라고 안될 게 있을까?
그런데, 영화를 넌센스처럼 보이도록 만든 게 있다: 바로 살인방법이다.
살인방법이 너무 터무니없는 것.
FBI도 추적하기 힘들 정도의 컴퓨터 천재가 살인광경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워낙 요란스러운 바람에 영화가 상당히 엉뚱해졌다. 나중엔 염산이 어쩌구 하는데 피식 웃음마저 나오더라.
범인이 '컴퓨터 천재 또라이'라는 것은 '추적할 수 없다', '인터넷으로 살인광경을 생중계 한다'는 정도로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을까?
구태여 해괴망측한 장치까지 동원해가며 복잡하고 골치아픈 방법으로 살인을 하면서 '방문자가 늘어날수록 희생자 사망시간이 앞당겨진다'느니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단순한 싸이버 범죄나 시리얼 킬러 이야기가 아니라 상식의 선을 넘는 인터넷 공간의 도덕해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죽는 동영상을 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저게 단지 픽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람이 죽는 동영상이 흥미거리가 된 게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사진과 동영상을 수없이 봤다. 이런 것을 즐겨보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끌리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였나?
영화에서 범인이 살인광경을 생중계했던 www.killwithme.com을 찾아가봤다.
왜 갔을까?
영화에서 나온 것이니 가봤자 별 것 없을텐데 왜 갔을까?
영화에 나왔던 사이트가 실제로 있나 확인하려고 간 것일까?
아니면, 살인광경을 생중계하는 사이트를 실제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일까?
갈수록 어지러워지는 인터넷 공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나름 괜찮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Untraceable'은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드라마가 아닌 컴퓨터 천재 시리얼 킬러를 추적하는 스릴러다.
쟝르가 스릴러라면 당연히 스릴러 영화다워야겠지?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컴퓨터 도사가 살인현장을 인터넷 생중계하고, FBI가 녀석을 잡기위해 노력한다는 것까진 알겠는데 '누가 왜 저런 짓을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미스테리가 부족하다. 범인의 정체와 동기가 밝혀지면서 어느 정도 설명이 되긴 하지만 '살인을 우습게 생각하는 철없는 컴퓨터 천채가 장난치듯 살인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한다'는 기본 아이디어에 약간의 살을 붙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Untraceable'은 복잡한 컴퓨터 이야기로 허술하고 뻔한 스토리를 살짝 가려놓은 게 전부다. 영화의 소재가 싸이버 범죄인만큼 영화관객들을 하이테크 타령에 홀리게 만든 다음 나머지는 얼렁뚱땅 넘어가겠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영화다.
실제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다이앤 레인도 머리를 긁적이게 만든다.
1965년생이면 지금 40대 초반인데 영화에서의 다이앤 레인은 50대 초반처럼 보였다.
물론, 여자들한테 '나이들어 보인다'는 소리 잘못했다간 얻어 터지는 수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이앤 레인이 실제 나이보다 늙어보이는 걸 어쩌겠수?
다이앤 레인이 10대 후반이었을 때 찍었던 1984년 영화 '스트리츠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에서의 모습이 기억난다.
다이앤 레인의 인기는 아마도 저 때가 피크였던 것 같다.
다이앤 레인은 '스트리츠 오프 파이어'에서 'Nowhere Fast'라는 곡을 부르는 인기 여가수로 나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 노래제목을 'Aging Fast'로 바꿔야 할 듯...
아무튼, '스트리츠 오프 파이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이앤 레인이 영화에서 'Nowhere Fast'를 부르던 장면을 보면서 끝내자.
피어닷컴이란 공포영화가 떠오르네요. 이영화하고 관련은없지만...ㅋ그 영화도 소재는 좋은거같았는데 내용이 허접했어요.
답글삭제글보니까 이 영화는 별로 기대가 안돼네요.
쏘우같은걸 많이 봐서 그런듯.
극장 앞에서 이걸 볼까 아님 제시카 알바의 'The Eye'를 볼까 망설였는데...
답글삭제순간의 선택이 2시간을 잡친 것 같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