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일 금요일

'로스트' 시즌4부턴 플래시 포워드?

ABC의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가 돌아왔다.

벌써 시즌4다.

'로스트'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사실, 나는 TV 시리즈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세월아 네월아 줄거리가 이어지는 TV 시리즈는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로스트'를 네 번째 시즌까지 보게 된 이유는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결말이 궁금해서'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시즌1 분량밖에 안되는 스토리로 시간을 끌고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 궁금한 것.

'로스트'의 스토리는 시즌4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시리즈를 2010년까지 끌고간다고 했으니 앞으로도 한참 남아있다.

그렇다면 시즌4에선 어떤 식으로 시간을 끌까?

시즌4 1회를 보고나니 대충 감이 잡혔다.

이번엔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였다.

시즌1~3에선 플래시백으로 시간을 오부지게 끌더니 시즌4에선 미래의 일을 보여주는 플래시 포워드로 시간을 끌 모양이다.

플래시 포워드는 시즌3 마지막회에서부터 나오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즌4는 아예 플래시 포워드로 시작한다.

'로스트' 시리즈에선 플래시백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플래시백을 없애고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으로 시리즈를 이어간다면 종영된지 벌써 한참일테니 말이다. '로스트' 시리즈를 시즌4까지 이어지도록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플래시백이다.

처음 얼마동안은 플래시백에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플래시백이 빠지지 않는다는 게 서서히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모든 플래시백이 시간끌기용인 것은 아니지만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는 쓸데 없는 내용이라서 시리즈를 연장하는데 사용한 것처럼 보이기에 딱 알맞았다.

그런데, '로스트' 작가들도 플래시백 약발이 떨어졌다는 걸 느꼈나보다.

그래서 내놓은 게 플래시 포워드다.

시즌3 마지막회에 처음 나왔던 플래시 포워드 씬으로 말이 참 많았던 것도 사실인만큼 그들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고 해줄만 하다.

하지만, 시즌4 첫 회를 보고나니 플래시 포워드를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 알 것 같았다: 플래시백 대신 플래시 포워드로 시간끌겠다는 것이다.

플래시 포워드가 새로운 아이디어인만큼 당분간은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시즌3까지는 '로스트' 캐릭터들이 미스테리한 섬에 고립되기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플래시백이 전부였는데 이번엔 구출된 이후의 미래를 보여주는 플래시 포워드가 나오는만큼 '구출된 이후엔 어떻게 지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역시 '로스트' 시리즈는 플래시백이든 플래시 포워드든 '플래시' 들어가는 것 없인 진행이 안되는 모양이다.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으로는 시리즈를 이어가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들린다.

줄거리 전개상 꼭 필요할 때만 플래시 포워드를 사용한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플래시백을 포함시키던 '로스트의 전통'을 이제와서 바꿀 리 없을 것 같다.

'로스트' 캐릭터들이 또다시 2개 그룹으로 나눠진다는 것도 고개를 젓게 만든다. 이것도 이전에 써먹었던 수법이다. 아무래도, 시즌4에서도 이쪽 그룹, 저쪽 그룹 이야기를 오락가락하면서 시간끌던 수법을 또 사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시즌4 첫 회를 본 게 전부인만큼 아무래도 조금 더 지켜봐야 방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즌4도 여지껏 해오던대로 시간 질질끄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스피드'와는 인연없는 '로스트'에 출연중인 매튜 폭스(Matthew Fox)가 영화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에 출연한 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혹시 누가 아우? 매튜 폭스가 '로스트'로 '스피드'를 몰고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트'가 미국서 인기높은 TV 시리즈로 불리는 게 놀라울 뿐이다.

TV 시리즈를 싫어하는 나까지 네 번째 시즌이 되도록 보고 앉아있으니 제대로 걸린 것까진 맞는 것 같다.

모두 미스테리한 섬의 저주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왠지모르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바로 그 '미스테리한 섬'에서 10년간을 살았다우. 멀리 산이 보일 때는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보겠더라.

아, 그렇다고 내가 'The Others' 출신이란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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