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6일 수요일

골든 콤파스 vs 캐리비언의 해적들

'골든 콤파스(The Golden Compass)' 영화 개봉에 맞춰 소설가 필립 풀맨(Philip Pullman)의 판타지 소설 'His Dark Materials' 트릴로지를 읽었다.

작년말 개봉한 영화는 'His Dark Materials' 1권인 '골든 콤파스(영국 원제는 Northern Lights - 1995)'다.

그런데, 2권 'The Subtle Knife(1997)'로 넘어가면서부터 책의 내용을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골든 콤파스'라는 영화가 나온다는 걸 알기 전까지만 해도 'His Dark Materials'라는 시리즈를 들어본 적도 없고, 영화도 작년 12월 개봉한 '골든 콤파스' 하나가 전부인데 분명히 전에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본 걸까?

2권에 나오는 윌 패리(Will Parry)라는 이름의 소년, 나침반, 그리고 또다른 세계...

윌 패리?

윌 터너?

잠깐! 윌 터너(Will Turner)라고?

그리고, 나침반?



'캐리비언의 해적들' 1편(2003)이 나왔을 때만 해도 시리즈화 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영화 하나로 스토리가 종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3년이 지난 2006년 2편이 나오더니 생뚱맞게 잭 스패로우의 나침반 타령이다.

줄거리도 1편과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1편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돌아오긴 했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일 뿐 제목과 출연배우들을 제외하곤 1편과는 전혀 상관없는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보였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1편은 동화 수준의 판타지 영화였지만 2편은 상당히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로 바뀐 것. 티아 달마(Tia Dalma), 비린내 나는 데이비 존스(Davy Jones), 그리고 그의 유령선 'Flying Dutchman' 등이 나온 덕분이 크다.



애초부터 트릴로지를 계획했다면 1편부터 3편까지 스토리, 영화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편이 나온지 3년이 지난 뒤에 후속편을 만들면서 잘 어울리지도 않는 줄거리를 억지로 갖다붙이는 바람에 갈수록 스토리도 시원찮아지고 독창적이거나 참신한 아이디어와는 거리가 먼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캐리비언의 해적들 2(2006)'엔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 등 다른 히트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듯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캐리비언의 해적들' 시리즈에서 'His Dark Materials'의 흔적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도 '캐리비언의 해적들 2'부터다.

그리고, 콤파스 하나가 전부가 아니다.

내친 김에 몇 가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나온다는 공통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His Dark Materials' 2권 'The Subtle Knife'엔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창(Window)'을 열어주는 칼이 나온다. 바로 이 칼이 'The Subtle Knife'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들 3(2007)'에서도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게 나온다.



잠깐!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건 판타지 쟝르의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 비디오게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냐고?

맞다.

하지만, '저승'을 여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

'The Amber Spyglass'에서는 'World of the Dead'로,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선 'Land of the Dead'라는 '다른 세계'로 여행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The Amber Spyglass'를 먼저 살펴보자:

"So here's where we're going: we're going to the world of the dead. We don't know where it is, but the knife'll find it. That's what we're going to do."

이번엔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들 3'을 살펴보자.

영화에선 윌 터너 일행이 캡틴 잭 스패로우를 찾기 위해 '죽은 자들의 땅(Land of the Dead)'을 찾아나선다.



'저승'을 향해 이동하는 과정 - 쉽게 말해 저승길 - 에서 목격하는 풍경도 비슷하다: 죽은 사람/유령들이 무리로 줄지어 저승을 향해 가는 장면이다.

우선, 'The Amber Spyglass'를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There's line of people all coming from the village. Dead people..."

And soon they saw them, too: twenty or so men, women, and children, all moving as Dirk Jansen had done, uncertain and shocked.

이와 아주 흡사한 장면이 '캐리비언의 해적 3'에도 나온다: 죽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Land of the Dead'로 가는 장면이다.



'The Amber Spyglass'에선 죽은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했지만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선 배를 타고 갔으니 다르지 않냐고?

그럴지도...

하지만, 'The Amber Spyglass'에도 '저승으로 떠나는 배'가 나온다. 최종 목적지까지 계속 걸어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호수를 건널 때는 커다란 배를 타는 것.

"This is just a port of transit. They go on beyond here by boat."

-중략-

"You go with them in a boat out across the lake into the mist. What happens there, no one knows. No one's ever come back."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선 'The Amber Spyglass'처럼 죽은 사람들 모두가 큰 배 하나를 타고 저승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작은 보트를 타고 가는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배를 타고 저승으로 간다'는 아이디어는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자, 그렇다면 3권 'The Amber Spyglass(2000)'를 조금 더 읽어보기로 하자.

아래는 'The Amber Spyglass'에서 라이라가 지어낸 이야기를 횡설수설 늘어놓는 부분이다:

There, they met Roger, and when Jordan was attacked by the brickburners who lived in the clay beds, they had to escape in a hurry; so she and Will and Roger captured a gyptian narrow boat and sailed it all the way down the Thames, nearly getting caught at Abingdon Lock, and then they'd been sunk by the Wapping pirates and had to swim for safety to three-masted clipper just setting of for Hang Chow in Cathay to trade for tea.



And, on the clipper they'd met the Gallivespians, who were strangers from the moon, blown down to the earth by a fierce gale out of the Milky Way. They'd taken refuge in the crow's nest, and she and Will and Roger used to take turns going up there to see them, only one day Roger lost his footing and plunged down into Davy Jones' Locker.



여기서, 굵은 글씨로 표시한 'Pirates', 'Hang Chow', 'Cathay', 'Davy Jones' Locker'를 보자.

모두 '캐리비언의 해적 3'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해적'은 두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Hang Chow'란 이름은 '캐리비언의 해적들 3'에 나오지 않지만 그 대신 Sao Feng이라는 중국인 캡틴이 나왔다. Sao Feng을 연기한 주윤발의 이름은 영어로 'Chow Yun Fat'이다.

'Cathay'는 중국을 의미한다.

'Davy Jones' Locker'는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는 말이므로 '캐리비언의 해적들' 시리즈에 나왔다고 해서 '무엇을 베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제작팀이 'Davy Jones' Locker'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을까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순수하게 '바다 사나이들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일까?

아니면, 'The Amber Spyglass'를 읽으면서 책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일까?

아무래도 '캐리비언의 해적들' 제작팀이 'His Dark Materials' 책을 읽은 것처럼 보이지 않수?

물론, 이 모든 게 그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우연이라니까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아니다. 신승훈씨가 부른 '우연히'가 아니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골드핑거(1959)'의 한 구절이다:

"Mr. Bond, they have a saying in Chicago:

Once is happenstance.
Twice is coincidence.
The third time it's enemy action."

..........

댓글 2개 :

  1. 헉 딱걸렸네요.ㅋ
    캐리비안 해적이란 영화가, 디즈니가 자기네 놀이기구 팔아먹으려고 만든 영화라고 제가 들었거든요. 원작이 없으니 역시 이것저것 짜집기해서 만든영화였네요.ㅋ
    아, 글구 본드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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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궁극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는 갈수록 쟈니 뎁의 코믹연기 빼곤 볼 게 없는 영화가 됐죠.
    잭 스패로우를 인기 캐릭터로 만들어보고자 한 것 같은데...
    제가 볼 땐 이것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100% 쟈니 뎁 덕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잭 스패로우까진 쓸만했는데 영화가 갈수록 한심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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