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는 버릇도 그대로다. '300'에선 기원전 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니 이번엔 기원전 1만년이다.
기원전 1만년?
그렇다. '10,000 B.C'는 옛날 이야기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아니라 덧니가 심각한 호랑이가 활개치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다.
덧니 호랑이 뿐만 아니라 맘모스도 나온다.
그리고, 쵸코보도 있다.
보아하니 블랙 쵸코보인 듯.
쵸코보?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시리즈의 그 쵸코보?
파란눈의 소녀, Evolet도 빼놓을 수 없다.
카밀라 벨(Camilla Belle)이 연기한 Evolet을 처음 봤을 때 일본 애니메에서 바로 뛰쳐나온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캐릭터 컨셉이 '일본 애니메 걸'인 것처럼 보이더라.
또는, '비디오게임 걸'.
그러고보니 '10,000 B.C' 캐릭터 액션 피겨를 벌써 2개 갖고 있는 건지도...
좋다. 그럼 이번엔 줄거리를 한번 훑어보기로 하자.
주인공, D'Leh가 살던 마을이 말을 탄 무리의 습격을 받고 Evolet을 포함한 주민들이 노예로 끌려가자 D'Leh는 동료 3명과 함께 끌려간 사람들을 구출하러 떠난다. Evolet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던 D'Leh 일행은 말을 탄 무리에게 가족들을 납치당한 다른 부족들과 합류하게 되고, 그룹의 리더가 된 D'Leh는 상당한 수로 불어난 일행을 이끌고 거대한 신전을 향해 출발한다.
'10,000 B.C'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비디오게임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다. 특히, 일본산 판타지 RPG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인다.
마을을 버리고 홀로 떠난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왕따당하던 D'Leh가 리더로 성장해 산악지역, 정글, 사막을 거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설정은 줄거리 전개에 따라 월드맵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면서 플레이하는 RPG 스타일을 영화로 옮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 배경이 기원전 1만년이라는 것은 독특하지만 세계관, 스토리 전개방식 등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게임틱'한 것.
하지만, 문제는 'ORIGINALITY'다.
독창적인 것이라곤 기원전 1만년을 배경으로 했다는 게 전부다. 흔해빠진 스토리에 어디서 한번쯤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씬들로 가득할 뿐 '새롭다', '참신하다'와는 거리가 1만광년쯤 되는 영화다.
유독 '300'을 민망할 정도로 티나게 모방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스토리와 캐릭터는 무관하지만 개봉시기도 '300'과 같고 그래픽 노블, 비디오게임에 친숙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 영화라는 공통점도 있는만큼 '300 비공식 후속편'처럼 만들고자 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탁녀, 창던지기, 맹수와의 대결, 나레이션 등 '300'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한 씬들이 줄줄이 나오도록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10,000 B.C'는 그래픽 노블의 스타일리쉬한 스타일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300'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빤스만 입은 녀석들이 징징거리는 배경음악에 맞춰 '스파아아아아르타!'를 외치던 것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10,000 B.C' 캐릭터들도 복장이 불순한 건 만만치 않지만 아르릉거리며 오버하는 건 '300'보다 훨씬 덜 하다.
그렇다고 진지한 영화는 아니다. '300'처럼 요란스럽게 오버하지 않는 대신 간지러운 스토리와 유치원생 수준의 유머가 버티고 있으니까.
특히, 마을이 습격당하기 이전까지의 초반 줄거리는 난감한 수준이다. 내용도 건질 게 없는 데다 영화 '300'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이는 D'Leh의 성장과정과 이를 설명하는 나레이션은 한숨이 나오게 만든다.
마을이 습격당한 이후의 스토리도 별 볼일 없는 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막과 정글을 헤치며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덕분에 썰렁함이 덜 느껴진다. 눈이 오다가 갑자기 열대 정글로 바뀌고, 정글에서 갑자기 사막으로 바뀌는 등 살짝 정신없긴 하지만 RPG를 많이 해본 게이머들은 쉽게 이해 될 것이다.
이 정도라면 심심풀이용 판타지 영화로써는 그런대로 볼만하지 않냐고?
'그렇다'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10,000 B.C'라는 제목에 낚였다는 생각이 들만큼 독창성이 워낙 떨어지는 영화기 때문이다. 기원전 1만년의 이야기를 비디오게임 스타일로 풀어간다는 것을 제외하곤 다른 영화를 모방한 티가 심하게 난다는 것을 지나칠 수 있다면 모르지만 일단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진지하게 보기 힘들다. 그림만 보고 즐기려 해도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기원전 1만년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도 아니다. 설정만 기원전 1만년일 뿐 실제론 판타지 세계에 가깝다. 하지만, 여기에 속은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더라도 기원전 1만년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눈치챌 수 있으니까.
'10,000 B.C'는 애송이가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스토리, 파란 눈의 '애니메 걸', 그리고 CGI 등 구색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자 했는지 파악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 정도로 거부감이 들거나 지루함에 비틀릴만큼 흉악한 영화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단한 걸 기대할만한 영화는 못된다. 이 영화에 대단한 걸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10,000 B.C'는 구색을 갖춰 겉만 뻔지르한 게 전부인 간지러운 영화다. 판타지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키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런 설정에 보다 잘 어울리는 캐릭터와 세계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내친 김에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 하나를 대놓고 영화로 옮기든지 했다면 나았을 테지만 '10,000 B.C'는 죽도 밥도 아닌 듯한 영화가 되는 데 그쳤다.
웅장하고 스펙타클한 영화, 색다르고 참신한 영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10,000 B.C'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군요.ㅋㅋ그래도 이 영화 은근히 끌려요.ㅋ
답글삭제카밀라벨 저 배우 공포영화에서 본거같아요.
눈썹이 찐한게 이쁘고 매력있던데.ㅋ
카밀라 벨, 영화에선 존재감이 영...
답글삭제대사도 몇마디 없습니다.
제가 카밀라 벨과 무지 닮은 여자를 압니다.
얼굴에 살을 약간 더 붙이면 거진 똑같죠.
카밀라처럼 브라질계구요. 아예 브라질 출생이군요.
얼굴만 보면 참 예쁜데... 그런데...
팔뚝에 터, 털이... 저보다 많더라는...
영화는...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 좀 했습니다.
그래도 '점퍼'보다는 덜 실망했습니다만...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