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3일 화요일

스파이 영화 다 나왓! - PART 2

'스파이 영화 다 나왓! - PART 1'에서 이어지는 글이다.

그래서 'PART 2'.

'PART 1'에선 '실제 첩보세계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렸나' 순서에 느슨하게 맞춰 영화를 소개했다. 'PART 2'에서도 여기에 맞춰 스파이 영화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일단, 'PART 1'에서 CIA의 탄생부터 냉전을 거쳐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시리즈'까지 소개했으니 그 다음 영화는 'CIA에 갓 들어간 신참들의 이야기'가 되는 게 순서에 맞는 것 같다. CIA 본부에서 벌어지는 드라마까지 둘러봤다면 이번엔 CIA에 갓 들어온 신참들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신참 CIA 이야기라면 알 파치노, 콜린 패럴 주연의 2003년작 '리쿠르트(The Recruit)'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영화 자체는 썩 잘만든 축에 들지 못하며, 이 영화를 스파이 쟝르에 포함시킨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형적인 틴에이져용 '스파이 놀이' 영화이기 때문에 약간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신참 CIA 에이전트를 양성하는 'The Farm'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리쿠르트(2003)

아이단 퀸(Aidan Quinn), 도널드 서덜랜드 주연의 1997년작 '어사인멘트(The Assignment)'도 그 중 하나다.

'어사인멘트'는 '리쿠르트'처럼 정상적인 코스로 CIA 에이전트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해군장교가 CIA의 요구로 얼떨결에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칼로스(Carlos the Jackal)를 추적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액션 스릴러 영화다.

Carlos the Jackal은 실존했던 테러리스트지만 '어사인멘트'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로 옮긴 실화 또는 '히스토리컬 픽션'으로 보긴 힘들다. 로버트 러들럼의 '제이슨 본 트릴로지'처럼 실존인물인 칼로스를 등장시킨 정도라고 해야 옳을 듯.

제이슨 본 트릴로지를 제대로 영화로 옮겼다면 '어사인멘트'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사인멘트(1997)

하지만, CIA는조용할 날이 없다. 더블 에이전트가 숨어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음모와 비리로 가득한 내부의 적과의 싸움으로 항상 시끄럽다.

버트 랭카스터, 알랭 들롱(Alain Delon) 주연의 1973년작 '스콜피오(Scorpio)'가 여기에 해당하는 영화다.

'스콜피오'는 더블 에이전트로 의심받는 CIA 에이전트 크로스(버트 랭카스터)와 그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CIA로부터 받은 프랑스인 킬러 스콜피오(알랭 들롱)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추격전을 그린 체이스 무비(Chase Movie)다.

스파이 테마인 데다 버트 랭카스터도 나오지만 '미남배우 알랭 들롱'과 '추격전'이 90%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다.


▲스콜피오(1973)

로버트 레드포드,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1975년작 'Three Days of the Condor'도 CIA 내부에서 진행되는 음모를 그린 영화 중 하나다.

'Three Days of the Condor'는 뉴욕시 CIA 오피스에서 근무하던 조 터너(로버트 레드포드)가 동료들이 모두 살해당한 것을 목격하고 CIA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들까지 터너를 죽이려 하자 얼떨결에 인질로 삼게 된 캐티(페이 더너웨이)와 함께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는 줄거리의 스릴러 영화다.


▲3 Days of the Condor(1975)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루트거 하우어 주연의 'The Osterman Weekend'도 내부음모에 대한 영화다.

'The Osterman Weekend'는 TV 앵커맨 존 태너(루트거 하우어)가 주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초대한 3명의 오랜 친구들이 KGB와 연결된 반역자들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CIA 에이전트 로렌스 파셋(존 허트)과 함께 온갖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불안한 주말을 보내게 된다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다.


▲The Osterman Weekend(1983)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이 나왔으니 제이슨 본 시리즈가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제대로 된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는 리처드 챔벌레인 주연의 TV 미니 시리즈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맷 데이먼 주연의 제이슨 본 트릴로지는 러들럼의 책에서 몇 가지 부분만 빼어 내 자유롭게 만든 액션영화이기 때문이다.


▲TV 시리즈 본 아이덴티티(1988)

맷 데이먼 버전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 2002)'는 제이슨 본이 작전 중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에 빠지는 것은 책의 내용과 일치하지만 Carlos the Jackal을 쫓는 이야기는 영화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그대신 'Three Days of the Condor'에서처럼 CIA를 '믿을 놈 하나도 없는 조직'으로 묘사했다.

원작과 거리를 뒀지만 'The Bourne Supremacy(2004)'는 빈약한 스토리와 볼거리 부재로 흥행참패 했다. 3편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 - 2007)'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액션과 스턴트 등의 볼거리를 빼면 건질 게 없는 영화가 됐다. 액션영화에서 액션과 스턴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수 없는 만큼 '잘 만든 액션영화'인 것까진 맞지만 '스파이 영화'로 보기엔 곤란한 영화다.


▲제이슨 본 트릴로지

제이슨 본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억상실증'을 빠뜨릴 수 없다. 기억상실에 빠진 가장 유명한 스파이가 제이슨 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전부인 건 아니다. 영화에선 언제나 천하무적의 수퍼히어로 저리가라 였던 제임스 본드(James Bond)도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소설에선 기억을 잃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가 기억상실에 빠지는 부분이 나오는 소설은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 - 1964)'다. '머리를 다치며 물에 빠졌다가 구조되니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기억상실에 빠지게 되는 과정도 제이슨 본과 아주 비슷하다.

그런데, 이렇게 기억상실에 빠진 에이전트가 하나 더 있다.

찰리 발티모어(Charlie Baltimore).

지나 데이비스, 사무엘 L. 잭슨 주연의 1996년작 'The Long Kiss Goodnight'의 주인공이다.

'The Long Kiss Goodnight'은 8년전에 머리를 다쳐 모든 기억을 잃었던 CIA 에이전트 찰리 발티모어(지나 데이비스)가 가끔 장난이 아닌 칼솜씨를 보여주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다 조금씩 기억을 되찾으면서 CIA의 내부음모를 저지한다는 줄거리의 '절반은 코메디인 액션영화'다.

이 영화는 스파이 영화라고 하기가 참 뭐하지만 '진정한 첩보영화'라고 부를 만한 영화는 'PART 1'에서 전부 다 나왔으니 어쩌겠수?


▲The Long Kiss Goodnight(1996)


CIA 내부에서 자기네들끼리 지지고 볶는 이야기엔 이제 질렸다고?

CIA 영화는 여기까지가 끝이다.

To be continued...

댓글 2개 :

  1. ㅎㅎㅎ 역시 吳공본드 님은 본 트릴로지를 안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
  2. 뭐 안 좋아하는 것까진 아니구요...ㅋㅋ

    사실 전 본 시리즈를 스파이 영화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사실적인 첩보영화', '사실적인 스파이'라고 하는 걸 보고 어리둥절했던 기억이...ㅡㅡ;

    도대체 무엇이 '사실적인 첩보영화'의 기준인지, 어디로 봐서 제이슨 본이 '사실적인 스파이'인지, '사실적'인 것까진 좋다고 해도 제이슨 본을 '스파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등등 이해가 안되는 게 좀 많았습니다.

    '레전드'로 불릴 만한 캐릭터를 만드는 걸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구요. 영화가 재미있다고, 흥행성공했다고 그 영화의 캐릭터까지 레전드가 되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