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8 이탈리아 vs 네덜란드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루드 반 니스텔로이(Ruud van Nistelrooy)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넣은 골에 대해 아직도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중계방송을 못 본 사람들을 위해 살짝 설명을 하자면...
① 네덜란드가 페널티 박스 밖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② 공이 골대로 날아오자 이탈리아 골키퍼, 부폰이 공을 쳐 냈다. 그런데, 부폰이 공을 쳐 내면서 이탈리아 수비수 파누치와 충돌!
③ 부폰과 충돌한 파누치는 골라인 밖에 드러누웠다(파란색 원). 부폰이 쳐낸 공을 다시 잡은 네덜란드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반 니스텔루이(오렌지색 원)에게 연결된다.
④ 그리곤, '고오오올~!'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반 니스텔루이가 골을 넣었으니 '오프사이드'처럼 보였지만 주심은 골로 인정했다. 이탈리아 수비수, 파누치가 골라인 밖에 누워있었기 때문에 반 니스텔루이는 오프사이드가 아닌 '온사이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 니스텔루이는 '온사이드'였을까 '오프사이드'였을까?
축구 전문가가 아닌 내가 봤을 땐 '온사이드'처럼 보였다.
프리킥에서 부터 골이 들어가기 까지 순식간에 벌어진 데다 파누치가 부폰과 부딪치면서 골라인 밖에 넘어진 게 전부였을 뿐 '부상으로 인해 사이드라인으로 나온 것'으로 보기 힘들었다. '골라인 밖으로 나가면 그 순간부터 무조건 카운트 하지 않는다'는 룰이 있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선수들끼리 부딪쳐 골라인 밖에 넘어졌다고 곧바로 '아웃' 처리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파누치가 부폰과 충돌하면서 골라인 밖에 쓰러졌는데 플레이 중인 선수로 카운트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그것도, 골라인 밖에 드러누웠는데 이 정도라면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태'로 간주하고 플레이 중인 선수로 카운트하지 않았어야 옳지 않냐는 것이다.
반 니스텔루이 골에 대한 UEFA의 해명은 이렇다:
"The most simple and practical interpretation of the law in this instance is the one that is adopted by referees throughout the world - that is that unless you have permission from the referee to be off the pitch, you are deemed to be on it and deemed to be part of the game."
David Taylor - UEFA Secretary General (ESPN 참고)
심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골라인 밖으로 나간 경우엔 경기를 뛰고있는 상태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ESPN 축구 애널리스트들은 UEFA의 해명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부폰과 부딪쳐 넘어진 파누치가 '허락'을 받을 틈이 있었냐는 것.
물론, 파누치에겐 그럴 틈이 없었다. 하지만, 파누치는 부상을 당한 게 아니라 부폰과 부딪치면서 넘어졌던 게 전부였다. 그가 누워있던 장소가 골라인 바깥이었고, 반 니스텔루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골까지 성공시키는 바람에 더욱 애매하게 됐지만 파누치는 경기 도중에 팀메이트와 부딪치면서 잠시 넘어져 있었던 게 전부였다고 해야 옳다.
파누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의료팀이 달려가 치료중이었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프리킥→부딪치고→쓰러지고→골'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어졌기 때문에 그가 실제로 부상을 당했더라도 의료팀이 달려갈 새도 없었다.
기왕 드러누운 김에 진짜로 부상당한 것처럼 죽는 시늉을 했다면 혹시 상황이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누치는 골이 들어가자 마자 고개를 번쩍 들고 다친 데 없다는 '티'를 냈다. 심판들도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파누치가 멀쩡하다는 것을 보고 '부상이 아닌 플레이 중에 발생한 해프닝'으로 판단을 굳혔는 지도 모른다.
일부 ESPN 축구 애널리스트들은 UEFA가 'PERMISSION'이란 단어를 썼다고 '허락을 받고 자시고...' 하면서 꼬투리를 잡지만 내가 봤을 땐 잘못된 건 없는 것 같다. 이탈리아가 이것 때문에 김이 빠져 3대0으로 졌는지도 모르는 만큼 이탈리아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오심'은 아닌 것 같다.
미식축구라면 더 들어가 보겠는데 축구는 기초적인 규칙밖에 몰라서 여기까지만...ㅡㅡ;
아, 한가지 더...
난 '이기는 편 우리 편'이지 네덜란드 팬도 이탈리아 팬도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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