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외도, 이혼, 인터넷 데이팅, 그리고 CIA 극비문서?
왠지 스파이 영화 분위기가 풍긴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틸다 스윈튼, 프랜시스 맥도맨드, 그리고 존 말코비치?
캐스트 하나는 빵빵한 것 같다.
그런데, 코메디 영화다 이거지?
그렇다면 스토리를 우선 먼저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음주문제로 CIA에서 쫓겨난 애널리스트, 오스본(존 말코비치)은 자신의 회고록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유부남 재무부 에이전트 해리(조지 클루니)와 바람이 난 오스본의 아내 케이티(틸다 스윈튼)가 이혼을 준비하면서 회고록을 포함한 오스본의 개인서류를 빼돌린다.
문제는 그 자료가 담긴 CD가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헬스클럽에서 발견되면서부터.
CIA 극비문서가 유출된 것으로 착각한 헬스클럽 트레이너 채드(브래드 피트)와 린다(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오스본에게 서류를 돌려주는 대신 돈을 뜯어내기로 하지만, 일이 뜻하는대로 풀리지 않자 CD를 들고 러시아 대사관으로 향하는데...ㅡㅡ;
설상가상으로 인터넷으로 데이팅 파트너를 찾는 플레이보이 해리(조지 클루니)와 린다가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더더욱 희한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Burn After Reading'은 엉뚱한 정보가 극비문서로 둔갑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스파이 코메디 영화다.
내용은 별 볼일 없을 지 몰라도 분실된 극비문서(?)를 추적하는 스파이 스토리와 함께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주변인물들의 이혼, 외도 등 웃지못할 스토리가 짜임새 있게 어우러졌다.
하지만,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지 어렵지 않게 넘겨짚을 수 있었다. 이런 내용을 그린 스파이 픽션이 워낙 많기 때문인지, 스토리의 신선도가 떨어져서인지 '의외다', '뜻밖이다' 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엉뚱한 일로 웃지못할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패턴이 영국 소설가 그래이햄 그린의 코메디/스파이 소설 'Our Man in Havana(1959)'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웃겼다.
엉뚱한 서류가 극비문서로 둔갑해 러시아 대사관까지 흘러들어가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겠수?
실직, 회고록 유출, 아내의 외도와 이혼 등 끝없이 이어지는 고달픈 사건들의 연속에 돌아버리기 직전이 되는 오스본(존 말코비치)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겠수?
바보스러운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나온 브래드 피트의 코믹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것이 눈에 거슬렸다. 유치해 보였기 때문이다. 브래드 피트가 '순진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바보연기로 억지웃음을 쥐어짜는 저질 코메디를 따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코메디 영화인 만큼 '눈으로 볼 수 있는 유머'도 필요했겠지만 브래드 피트의 바보스러운 코믹연기를 평가하고픈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이 영화를 '수퍼스타급 배우들을 앞세운 그렇고 그런 영화 중 하나'로 보이게 만든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를 앞세운 것만 보더라도 대충 짐작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가 망가지기까지 하다보니 '결국 이런 걸 보라고 만든 영화냐'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Burn After Reading'을 '스타파워에 기댄 한심하고 유치한 수준의 영화'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틸다 스윈튼 등 수퍼스타 배우들이 출연함으로 인해 무언가 스페셜한 데가 있었다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스타가 전부인 영화는 아니다.
'Burn After Reading'은 간만에 제대로 웃을 수 있는 코메디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영화다. 영화등급만 성인용(R등급)일 뿐 내용은 중학생 수준인 다른 코메디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제대로 된 성인용 코메디 영화다.
쉿! 내가 지금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불이 들어왔는데도 좌석에 앉아 한동안 낄낄거리게 되는 영화를 소개했는데 말이야...
이거 극비거든...?
그러니 다 읽고나서 반드시 태워버리시구랴!!!
뭐, 뭐라고? 다 읽고나면 10초안에 자동으로 파괴된다고??
예전에는 미쿸 코미디영화를 참 즐겨 봤었는데.....
답글삭제요즘 코미디는 그냥 '엽기생쇼'물들만 남은 것 같아서 사실 잘 안봤습니다. 뭔가 인상 안 찌푸리면서 미친듯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영화들이 별로 안 보여서요.
왠지 그런 종류의 영화 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PS..저는 신체가 잘려나가고, 선혈이 낭자하거나 구토물이 난무하는 영상물 등을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합니다.ㅡㅡ;
저도 코메디 영화를 무지 좋아했는데요, 요샌 어지간하면 패스시킵니다. 유치하기만 하지 웃기지가 않더라구요...ㅡㅡ;
답글삭제웃기는 영화가 코메디 영화지 웃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닌데 요새 나오는 대부분의 코메디 영화는 억지로 웃기도 힘들더라구요...
근데, 'Burn After Reading'은 재밌게 봤습니다...ㅋㅋ
이 영화는 욕설때문에 17세 이상 등급을 받았지 폭력과 노출은 아주 약한 영화니까 '선혈낭자', '신체절단' 등 삭막한 씬 걱정은 덜 하셔도 될 것 같구요...
노출은 아주 약한가요?.
답글삭제그건 좀 아쉽네요....^^;;
제 기억으론 노출은 제로였습니다.
답글삭제근데 노출이 없는 게 다행스럽던데요. 출연한 여배우들이 다들 지긋하신 누님들이라...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