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3일 화요일

그런대로 볼만한 '레이크뷰 테라스'

신혼부부인 크리스(패트릭 윌슨)와 리사(케리 워싱턴)이 처음으로 집을 마련한다.

동네도 집도 모두 좋아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이웃인 L.A 경찰 에이블(사무엘 L. 잭슨)이 크리스와 리사 부부를 몹시 싫어하는 것!



왠지 코메디 영화같다고?

그렇다. 얼핏보면 새로 이사온 신혼부부와 이웃간의 웃지못할 옥신각신 스토리의 코메디 영화처럼 보인다. 게다가 사무엘 L. 잭슨까지 나오다 보니 그가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출연했던 코메디 영화 'Amos & Andrew'가 떠오르기도 한다.

'Amos & Andrew'?

'Amos & Andrew'는 성공한 흑인(사무엘 L. 잭슨)이 부유층들이 사는 곳에 집을 마련했으나 동네 이웃과 경찰 모두 그를 집주인이 아닌 도둑으로 오해하는 바람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메디 영화다. 아무래도 사무엘 L. 잭슨이 새로 이사온 집과 연관된 영화에 또 출연했다는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떠올랐으리라.

하지만 '레이크뷰 테라스(Lakeview Terrace)'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Amos & Andrew'에선 사무엘 L. 잭슨이 피해자였다면 '레이크뷰 테라스'에선 그가 가해자다. 갓결혼한 젊은 신혼부부를 괴롭히는 성질이 까다로운 인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코메디가 아니라는 것. 인종편견 문제에 포인트를 맞춘 것은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Amos & Andrews'는 여전히 코메디 영화인 반면 '레이크뷰 테라스'는 쟝르상으로 따지면 드라마/서스펜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인종편견?

그렇다. '레이크뷰 테라스'는 이웃간의 트러블보다 백인남성과 흑인여성간의 결혼이라는 다른 인종간의 결혼 문제가 메인 테마다. 흑인여성과 결혼한 백인남성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백인남성과 결혼한 흑인여성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그리고 이러한 다른 인종간의 결혼 자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이라고 보면 된다. '레이크뷰 테라스'의 갈등원인은 백인인 크리스(패트릭 윌슨)와 흑인인 리사(케리 워싱턴)가 결혼했다는 것을 흑인인 에이블이 탐탁치 않게 본 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다른 인종끼리 결혼한 커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영화 소재로 쓰기엔 너무 흔한 이야기 아니냐고?

맞다. 흔한 이야기다. 이렇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하기도 어렵지 않다. 결혼한 경우만 해당된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또다른 이야기겠지만 미국과 같은 다인종이 모여 사는 국가에 살면서 다른 인종과 얽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레이크뷰 테라스'에서 나오는 인터레이셜(Interracial) 커플에 대한 이야기가 와 닿았다. '흑인남자가 백인여자와 사귀면 쿨하다고 하면서 흑인여자가 백인남자와 사귀면 나쁘게 본다'는 둥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흑인'을 '한국인'으로 바꿔놓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한국인 남자가 백인여자와 사귀면 '백마 탄 것'이고 한국인 여자가 백인남자와 사귀면 안 좋게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욱 골치아픈 것은 인터레이셜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인종편견을 가진 사람들이다. 미국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인터레이셜 결혼으로 '유러피언 혈통을 더럽히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한다. 극우 성향의 백인 친구 하나는 '신(神)은 혼혈인을 만들지 않았다'면서 성경책까지 들먹이며 인터레이셜 결혼을 반대했다. 아무래도 이 친구가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 같더라.

그렇다고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만 인터레이셜 결혼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흑인 중에도 있다. 미국의 힙합 뮤지션 겸 영화배우 커몬(Common)은 백인여성과 사귀는 흑인남성들을 비판한 바 있다.

'순수혈통' 따지며 외국인과의 결혼을 곱지않게 보는 한국인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아들이 중국인 여자와 사귄다고 노발대발하는 한국인 아버지도 본 적이 있다. 백인, 흑인 등 완전히 다른 인종도 아닌 중국인인데도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남자와 일본인 여자가 홍콩에서 만나 결혼한 뒤 미국으로 이민오면서 한국어, 일어, 중국어, 영어 4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가족을 본 적 있는데, 이런 사람들도 있는 반면 좁게 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레이크뷰 테라스'에서 인터레이셜 신혼부부를 괴롭히는 L.A 경찰 에이블(사무엘 L. 잭슨)이 이런 류다. 앞뒤 꽉 막힌 듯이 고지식하게 보일 정도로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인물처럼 보이면서 때론 그의 주장이 일리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그러나'가 따라 붙는 문제 있는 캐릭터다. 백인남자와 흑인여자가 결혼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과 이들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 위에서 밝혔듯이 '레이크뷰 테라스'의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흔한 이야기다. 인터레이셜 커플 문제와 이웃간의 불화를 묶어놓은 게 전부일 뿐 특별하게 새롭다고 할 건 없었다. '결국 그렇고 그런 얘기 아니겠냐'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다. 사무엘 L. 잭슨의 구수한 연기는 변함없었고, 사실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였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외로는 특별하게 눈에 띄는 부분이 없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다.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할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볼만 했다. 노련한 사무엘 L. 잭슨이 어리버리한 젊은 부부를 괴롭히는 걸 지켜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바로 이 부분에 큰 기대를 걸었었기 때문인지 살짝 양에 차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오케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마지막. 인종문제, 기타등등을 늘어놓은 것까진 좋았는데 마지막 결말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이웃간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된다는 설정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어떻게 결말을 낼 것인지 확실하게 정하지 않고 만든 스토리처럼 얼렁뚱땅 끝나 버렸다. 이것저것 잔뜩 늘어놓긴 했는데 마지막을 너무 소홀히 한 것처럼 보였다. '이제 할 얘기 다 했으니 마무리는 대충 얼머무리자'는 식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어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보고있었는데 마지막 파트에선 '피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였다. 도중에 지루하거나 산만해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사무엘 L. 잭슨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에이블을 연기했더라면 사정이 다를지 모르지만 그런대로 'NOT-TOO-BAD'이었다.

아무튼 미친(?) LAPD에 대한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노래가 딱 하나 있다.


▲NWA 버전



▲아이스 큐브 라이브 버전


아무래도 이 노래가 '언오피셜 메인 타이틀'인 것 같지 않수?ㅋㅋ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