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8일 월요일

방콕이 뭐가 어떻다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고독한 프로페셔널 킬러라고?

약간 아리송하지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제목이 또 한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Bangkok Dangerous'???

니콜라스 케이지가 고독한 프로페셔널 킬러로 나오는 액션영화인데 영화제목이 'Bangkok Dangerous'다 이거지?

그렇다고 가벼운 액션/코메디로 생각해선 안된다. 'Bangkok Dangerous'는 나름 진지한 액션영화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고독한 킬러로 나온다는 것부터 엉뚱하게 보이는 데다 제목까지 우스꽝스러운 바람에 코메디처럼 보이지만 'Bangkok Dangerous'는 상당히 진지한 액션영화다.

썰렁할 정도로...


▲'Bangkok Dangerous'

그래도 처음엔 그런대로 볼만 했다. 프로페셔널 킬러 조(니콜라스 케이지)가 방콕에 도착하는 데 까지만 해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볼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나 거기까지였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고독한 프로페셔널 킬러로 나온 것까지는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제자'를 두고 그를 훈련까지 시키는 유치한 '스승과 제자 스토리'가 시작하면서부터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제자'에게 사격, 무술지도를 하는 걸 진지하게 볼 수 있겠수?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여자 주인공이다.

고독한 생활을 하던 프로페셔널 킬러가 그와 180도 다른 순진하고 때묻지 않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그렇고 그런 로맨스 스토리까지는 꾹 참고 넘기려 했지만 찰리 영(Charlie Yeung)이 여주인공에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고독한 터프가이 킬러와 순진한 벙어리 소녀의 로맨스 스토리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았는데 여주인공의 나이가 너무 지긋하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이 Yeung...

그런데 왠지 모르게 홍콩영화 냄새가 난다고?

맞다. 'Bangkok Dangerous'는 홍콩출신 감독이 1999년에 만든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때문에 홍콩 액션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흔적이 보일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걸 빼면 남는 게 없는 영화가 아니기를 내심 바랬다. 판에 박은 듯한 홍콩 스타일 액션영화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게 전부인 영화가 아니기를 바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Bangkok Dangerous'는 '바로 그런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끈한 액션으로 가득찬 영화였다면 그런대로 볼만 했을지 모른다. 피어스 브로스난 주연의 킬러-버디영화 '마타도어(Matador)'처럼 액션/코메디였더라도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Bangkok Dangerous'는 곧 죽어도 스타일리쉬만을 앞세우는 유치하고 썰렁한 액션영화의 나쁜 점만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들도 많았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제작진이 제임스 본드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어떤 영화냐고?

"He has a powerful weapon. He charges a million a shot~♫"

그렇다. 바로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다.

전통무용부터 시작해서 관광명소까지 소개하는 게 딱 태국 관광홍보 동영상처럼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코끼리 이벤트, 보트 추격씬 등 여러 군데서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와 겹쳤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가 주인공만 제임스 본드였을 뿐 아무리 봐도 007영화답지 않았던 것처럼 'Bangkok Dangerous'는 아무리 봐도 니콜라스 케이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니콜라스 케이지답지 않은 영화였다는 것도 공통점 중 하나.


▲알고보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오케이, 오케이. 007 얘기 이제 그만하겠수다.

다 웃자고 하는 소리 아니겠수?

'웃음' 얘기가 나온 김에 하는 소리인데 'Bangkok Dangerous'는 유머도 한심한 수준이다. 관객을 웃기려고 한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오지 않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제자'에게 무술지도를 하는 장면에서 방글방글 웃음이 나왔으니 말 다했지 뭐...

아시안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도 '미국인이 매운 동양음식을 먹고 절절매는 장면'을 유머라고 넣었으니 말 다했지 뭐...

그렇다. 'Bangkok Dangerous'는 'Bangkok Stupid'가 제목으로 더욱 잘 어울리는 영화다. 장면장면이 어처구니 없을 만큼 유치해도 이를 묵묵히 극복하고 진지하게 볼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들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고?

보지 마!

007 얘기 또 하기 싫지만 만약 극장 좌석에 'Ejector Seat'이 마련돼 있었다면 주저없이 사용했을 것이다. 영화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일어난 게 아마 나였을 걸?

제목이 'Bangkok Dangerous'이길래 적어도 이 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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