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9일 목요일

'아팔루사' - 정통 서부극인 것 까진 알겠는데...

작년 이맘 때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던 러셀 크로우, 크리스챤 베일 주연의 서부영화 '3:10 투 유마(3:10 To Yuma)'가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일까?

금년 가을에도 또 서부영화를 보게 됐다.

이번엔 에드 해리스, 비고 모텐슨, 르네이 젤웨거,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의 서부영화 '아팔루사(Appaloosa)'였다.



일단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버질(에드 해리스)과 에버렛(비고 모텐슨)은 마을 범죄자들을 손봐주고 다니는 총잡이들이다.

버질과 에버렛은 아팔루사라 불리는 마을의 보안관 일행이 랜들(제레미 아이언스) 일당에게 당한 것 같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을의 치안을 맡게 된다. 두 명의 '정의의 총잡이'는 랜들을 보안관 살해 혐의로 체포하고자 하지만 증거를 찾지 못한다.

이 때 앨리슨(르네이 젤웨거)이라 불리는 여인이 아팔루사 마을에 도착하면서 버질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여기서 그만.

'아팔루사'는 스토리가 매우 단순한 서부영화라서 여기서 더 설명하면 스토리를 전부 다 공개하게 될 것 같아서 다.

그렇다. '아팔루사'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스토리다. 스토리가 너무 단조로웠고 어디서 본 것 같다 싶을 정도로 새로울 게 없었다.

주인공은 사실상 버질이지만 에버렛의 관점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은 좋았다. 버질과 에버렛의 '터프가이 조크와 유머'도 멋졌고 정통 서부영화를 재현하고자 한 것도 맘에 들었다. 비고 모텐슨은 잘 모르겠어도 에드 해리스는 서부영화에 정말 잘 어울려 보였다. '남자영화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서부영화'라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들 정도로 '멋'과 '분위기'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분위기'와 '멋' 만으론 만족하기 힘들었다. 분위기는 제법 그럴싸 해 보였지만 두 터프가이 총잡이들의 '사나이다움'을 빼면 건질 게 거의 없는 영화였다. 스토리가 워낙 단순한 데다 어떻게 전개될 지 뻔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액션이 풍부하지 않은 대신 스토리가 흥미를 자극할 정도는 돼야 했지만 '아팔루사'는 클래식 서부영화의 멋과 분위기를 살리는 데만 치중한 것으로 보였다.



굳이 작년의 '3:10 투 유마'와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3:10 투 유마'가 더 재미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정통성'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3:10 투 유마'보다 '아팔루사'에 후한 점수를 줄지 모른다. 일부 웨스턴 매니아들은 2007년 버전 '3:10 투 유마'가1957년 오리지날 버전과 많이 다르다면서 혹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2007년 리메이크판이 더욱 멋진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물론, 정통 서부영화에 더 가까운 것도 '아팔루사'고, 에드 해리스-비고 모텐슨이 러셀 크로우-크리스챤 베일 콤비보다 서부영화에 더욱 잘 어울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스토리에서 역전된다. '아팔루사'의 단조롭고 고리타분한 스토리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나이의 우정과 의리로 찌릿찌릿한 감동을 준 '3:10 투 유마'와 비교가 안 된다. '스타일', '멋', '분위기'는 '아팔루사'가 한 수 위일 지 몰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영화는 '3:10 투 유마'였다.

그렇다고 아주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영화의 '멋'과 '분위기'에 젖는 데는 별 문제 없었다. 그러나, 중반을 지나면서 부터 살짝 늘어지는 것 같다 싶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약간 지루했다. 워낙 드라마틱한 부분이 없어서 였는지 '약발'이 마지막까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에드 해리스가 주연, 연출한 서부영화가 또 나온다면 보게 될 것 같다. '아팔루사'는 약간 기대에 못 미쳤지만 왠지 서부영화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 멋진 서부영화를 연출할 감독을 발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아팔루사'는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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