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발키리' - 미션 임파시블: 히틀러를 죽여라!

아니 왜 톰 크루즈가 애꾸눈이 됐지?


▲애꾸눈 톰?

그리고, '캐리비언의 해적들(The Pirates of Caribbean)' 시리즈에 나왔던 배우들은 왜 이렇게 많이 보이는 거지?

깁스(케빈 맥낼리), 데이비 존스(빌 나히)에 머서(데이빗 스코필드)도 보인다.


▲케빈 맥낼리(왼쪽 위), 빌 나히(왼쪽 두 번째), 데이빗 스코필드(오른쪽 아래)

아, 커틀러 베켓(톰 홀랜더)도 나오는구만.


▲톰 홀랜더(가운데)

그러나, 애꾸눈 선장이 나오는 해적영화를 생각해선 안 된다. '발키리(Valkyrie)'는 '캐리비언의 해적들'처럼 건들거리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쳐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발키리'는 2차대전 당시 클라우스 반 스터펜버그(Claus von Stauffenberg) 대령을 중심으로 한 독일군 내부의 안티-나치 조직이 히틀러를 암살하는 쿠데타를 계획했던 실화를 기초로 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다.

세계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히틀러가 암살당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을텐데 '서스펜스'와 '스릴'이 있을 수 있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결말이 빤히 보이는 영화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승산없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전쟁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독일군 내부의 안티-나치 조직이 히틀러를 제거하고 베를린을 장악한다는 기막힌 쿠데타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 했다.

톰 크루즈가 독일군 장교역에 생각밖으로 아주 잘 어울렸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군 군복을 입혀놓는다고 아무나 독일군처럼 보이는 게 아니지만 크루즈는 달랐다. 그에게 독일군 장교 유니폼을 입혀놓으니 영락없는 스터펜버그 대령처럼 보였다.

실제 스터펜버그 대령이 어떻게 생겼냐고?

톰 크루즈 저리가라 할 정도의 미남이다.


▲실제(왼쪽) vs 톰 크루즈(오른쪽)

한가지 재미있는 건 톰 크루즈를 비롯한 출연배우 모두가 독일 액센트를 흉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키리' 뿐만 아니라 '파자마(The Boy in the Striped Pajama)'에 출연한 영국배우들도 독일 액센트를 흉내내지 않았다.

일부는 이를 두고 '꼼꼼하게 챙기지 않았다', '독일 액센트가 없으니 현실감이 떨어진다', '톰 크루즈가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독일장교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인 캐릭터들끼리 아무런 이유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데 액센트를 흉내낸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인과 독일인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발키리'와 '파자마'처럼 전부 독일인 캐릭터만 나오는 (영어로 만든) 영화에서 독일 액센트를 굳이 흉내낼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톰 크루즈는 독일 액센트 없이도 독일군 장교역을 멋지게 연기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독일군 장교처럼 보였으니 구질구질하게 액센트까지 흉내낼 이유도 없었다. 톰 크루즈는 '매우 위험한 비밀작전에 목숨을 걸고 뛰어든 미남의 독일군 장교'역에 딱이었다.


▲유니폼 하나는 참 멋지다

물론 '나치'라고 하면 '홀로코스트'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에 대한 영화라면 홀로코스트 등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성격의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최근 쏟아지는 2차대전 배경의 영화 거의 전체가 홀로코스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발키리'는 다르다. '발키리'는 독일의 미래를 위해 히틀러를 없애는데 목숨을 걸었던 용감한 독일군 장교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히틀러를 암살하려 한 이유와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암살에 성공했더라면 전쟁을 일찍 끝낼 수 있었고, 전쟁피해도 많이 줄일 수 있을 뻔 했던 히틀러 암살 플롯에만 촛점을 맞춘 스릴러 영화다.

어떻게 보면 '발키리'는 톰 크루즈의 '2차대전 버전 미션 임파시블'처럼 보인다. 히틀러 암살작전을 비밀리에 진행하는 톰 크루즈의 모습이 '미션 임파시블(Mission Impossible)' 시절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키리'는 '미션 임파시블'과 같은 만화같은 영화가 아니다. 톰 크루즈가 애꾸눈을 하고 나와서 '히틀러를 암살하겠다'니까 약간 코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발키리'는 매우 진지한 스릴러 영화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본 영화인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 때 그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있었는데 영화를 본 뒤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Valkyrie: An Insider's Account of the Plot to Kill Hitler'와 같은 관련 서적을 뒤적이게 되더라. 그만큼 영화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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