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5일 월요일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무서운 이유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는 작년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가 했던 것 처럼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부터 수퍼보울까지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겠다고 했다. 작년시즌 자이언츠를 모델로 삼겠다는 것.

그러나,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모델로 삼았던 팀이 작년의 뉴욕 자이언츠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렸던 정규시즌 마지막 주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에게 44대6으로 박살패를 당하는 걸 다들 지켜봤기 때문이다.

입만 살았을 뿐 알고봤더니 '독수리밥'이더라.


▲고개 숙인 토니 로밥

그렇다. 작년의 뉴욕 자이언츠를 모델로 삼은 팀은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아니라 필라델피아 이글스다.

작년시즌 뉴욕 자이언츠가 정규시즌 마지막 상대였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를 상대로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친 뒤 자신감을 갖게 되었던 것처럼 필라델피아 이글스도 정규시즌 마지막 주 경기에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격돌한 된 디비젼 라이벌,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박살낸 뒤 사기가 크게 올랐다.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NFL에서 보기 드문 무승부까지 기록하고, 주전 쿼터백 도노반 맥냅(Donovan McNabb)이 벤치신세를 당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점도 정규시즌을 순탄치 않게 보냈던 뉴욕 자이언츠가 수퍼보울 우승을 차지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더욱 재미있는 건,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다음 주 상대가 뉴욕 자이언츠라는 것이다.

12승4패로 2008년 시즌을 마친 뉴욕 자이언츠는 NFC 넘버1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플레이오프 첫 째 주에 경기를 갖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2라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의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그랬다. 2007년 시즌 NFC 넘버1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팀은 13승3패를 기록했던 달라스 카우보이스 였다. 덕분에,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건너 뛸 수 있었으나 2라운드에서 뉴욕 자이언츠에게 패했다.

2008년 뉴욕 자이언츠는 2007년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있었던 자리에 올라있다. 2008년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2007년 뉴욕 자이언츠를 모델로 삼겠다고 했다. 그런데, 2007년 뉴욕 자이언츠를 모델로 삼은 건 2008년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아니라 2007년 필라델피아 이글스처럼 보인다.

이렇다 보니 2008년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작년의 뉴욕 자이언츠가 되고, 2008년의 뉴욕 자이언츠가 작년의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되는 씨나리오도 가능해 졌다. 다음 주 열리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필라델피아가 뉴욕을 꺾는다면 '와일드카드를 거쳐 2라운드에 오른 팀이 디비젼 라이벌 팀을 꺾고 수퍼보울에 오른다'는 2007년판 플레이오프 씨나리오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팀만 바뀐 게 전부일 뿐인 '데자뷰'가 될 수도 있는 것.

또한, 필라델피아 이글스 쿼터백 도노반 맥냅이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오른 유일한 흑인 쿼터백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9-11 테러사건이 발생했던 2001년 팀 닉네임이 '애국자'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수퍼보울 우승을 했던 것 처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 시즌에는 흑인 쿼터백이 수퍼보울 우승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에 이어 흑인 쿼터백이 이끄는 풋볼팀이 수퍼보울 챔피언에 오른다는 씨나리오다.


▲필라델피아 이글스 QB 도노반 맥냅

지금까지 수퍼보울 우승에 성공한 흑인 쿼터백은 1987년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 쿼터백이던 덕 윌리암스(Doug Williams) 1명뿐이다. 수퍼보울까지 올라갔던 흑인 쿼터백은 있어도 우승까지 달성한 것은 덕 윌리암스 하나가 전부인 것.

만약 도노반 맥냅이 수퍼보울 우승을 한다면 21년만에 수퍼보울 우승에 성공한 두 번째 흑인 쿼터백이 된다. 그러므로, 미국 역사상 첫 번째 흑인 대통령과 NFL 역사상 두 번째 수퍼보울 우승 흑인 쿼터백 탄생 씨나리오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도노반 맥냅이 수퍼보울 우승반지를 받을 만 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선수라는 것도 빼놓아선 안된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만만하게 볼 선수가 절대 아니다.

또하나 만만치 않은 것은 필라델피아 이글스 치어리더다. NFL 팀 중에 치어리더 없는 팀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독수리 지지배들'이 제일 눈에 띄더라.

풋볼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쌍안경을 가져가는 이유가 치어리더 보는 맛이라던데...


▲필라델피아 이글스 치어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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