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7일 화요일

맷 데이먼이 제임스 본드를 또 씹은 이유

맷 데이먼이 제임스 본드를 또 공격했다. 데이먼은 미국신문 마이애미 해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본드는 여자와 침대에 오르고 마티니를 마시며 살인을 하는 제국주의자이자 여성을 혐오하는 반사회적인 사나이"라면서 "그는 혐오스럽다"고 했다.

이어 맷 데이먼은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이 007 제작진으로부터 연출제의를 받았으나 'CREATIVE CONTROL'에 관한 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007 시리즈만의 포뮬라에 맞춰 영화를 만들며, 이렇게 해서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 영화는 정해진 포뮬라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007 시리즈는 매번 같은 포뮬라를 반복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데이먼은 007 제작진은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의 얘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맷 데이먼이 지난 2007년 '본 얼티메이텀' 개봉을 앞두고 한 GQ 매거진과의 인터뷰 내용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2007년은 '본 얼티메이텀'이 개봉하는 해였으니 내거티브 마케팅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2009년엔 왜 또 그러는 것일까?

잊을만 하면 정신병자처럼 시덥지 않은 소리를 반복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

1월27일 북미지역에서 '본 트릴로지 블루레이 세트'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제이슨 본 관련 상품을 홍보할 때가 되니까 또다시 제임스 본드 물고 늘어진 것이다.


▲아마존닷컴 캡쳐

그런데 맷 데이먼이 하는 말에 일리가 있긴 있냐고?

'제임스 본드는 제이슨 본이 될 수 없다'느니 하는 소리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똑같은 소리를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번 대꾸할 가치가 없다. 여기에 매번 대꾸하려면 베스퍼 마티니 6잔은 마신 다음에나 가능하다.

그래도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면,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007 시리즈 모두가 한 가지 스타일에 묶여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바디 오브 라이스'나 '러시아 하우스', 또는 스티브 소더버그의 '시리아나'처럼 둔갑하는 일은 절대 없겠지만 그렇다고 007 포뮬라에서 조금의 융통성도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영화배우가 교체되거나 분위기를 환기시킬 때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약간의 변화를 주곤 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티모시 달튼의 1989년 영화 '라이센스 투 킬'에 대한 반응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사실, 일차원적인 캐릭터에서 탈피해야 하는 입장인 것은 제임스 본드가 아니라 제이슨 본이다. 제임스 본드는 50여년간 007 포뮬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보여줬지만 제이슨 본은 아직 아무런 변화를 보여준 게 없다. 이런데도 맷 데이먼은 갈 길이 먼 제이슨 본을 내버려 두고 제임스 본드의 특징과 007 시리즈의 포뮬라를 논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가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본 수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을 연출한 영국인 영화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액션영화를 연출하면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 역시도 영국에서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보면서 성장했을 텐데? 바로 이 때문에 두 영화가 '맷 데이먼의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였던 건 아닐까? (참고: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를 연출한 영국인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도 007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이라면 지금부터는 제임스 본드 대신 제이슨 본 얘기를 하는 게 어떨까?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맷 데이먼의 '제임스 본드 씹기'가 이어질까?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 시리즈에 대한 미련을 버릴 때, 아니 '제임스 본드 씹기 놀이'에 식상할 때 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제이슨 본 시리즈의 인기를 끌어올리려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맷 데이먼이 괴상한 마케팅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맷 데이먼의 말투도 연기자라기 보다 시건방진 정치인에 가깝다).

때가 됐다 싶으면 알람시계처럼 반복하다보니 이젠 지긋지긋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이슨 본 시리즈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니 어쩌겠수?

제이슨 본 얘기는 이 블로그에서 더이상 안 하려고 하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유혹을...

MATT DAMON이 아니라 MATT DEMON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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