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8일 수요일

'레슬러' - 왜 자꾸 스탤론이 어른거릴까?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은 80년대엔 수퍼스타 프로 레슬러 였다.

그러나,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선 마이너 프로 레슬링 이벤트나 기웃거리는 늙고 가난한 사나이일 뿐이다. 하나뿐인 딸 스테파니(이반 레이첼 우드)도 랜디를 외면하고, 그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동네 스트립 클럽의 댄서 캐시디(마리사 토메이)도 '친구와 손님사이'의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

그러던 어느날 랜디는 격렬한 매치를 마친 직후 라커룸에서 쓰러진다. 의사는 랜디에게 더이상 프로 레슬링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가족도, 친구도, 변변한 직업도 없는 랜디의 유일한 낙이 레슬링이었는데 이 마저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Now what?

모든 것을 다 잃고 강제로 은퇴까지 하게 된 80년대 수퍼스타 프로 레슬러, 랜디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레슬러(The Wrestler)'

어떻게 보면 영화 '레슬러'는 80년대 수퍼스타에서 한물 간 배우로 전락한 영화배우 미키 루크의 이야기와도 비슷해 보인다. 외롭고 지치고 병든 '올드 수퍼스타'를 미키 루크가 멋지게 연기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듯.

그런데, 랜디(미키 루크)가 지저분한 긴 머리를 출렁이며 트레일러 홈에서 생활하는 캐릭터라는 설정이 왠지 낯에 익었다. 헐리우드 영화에 수도 없이 자주 나왔던 '지치고 외로운 미국인 사나이'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랜디가 프로 레슬러로 나오다 보니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발보아와도 겹쳐졌다.

그렇다. 이상하게도 미키 루크가 실베스터 스탤론과 자꾸 겹쳐졌다. '블론드로 염색한 람보 헤어스타일을 한 록키'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할까? 캐릭터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가 '스탤론 무비'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미키 루크가 별 볼 일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미키 루크가 '레슬러'에서 보여준 연기는 일품이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 했다.


▲그런데 왜 자꾸 스탤론이 떠오를까??

그러나, 미키 루크의 호연을 빼고는 그다지 건질 게 없는 영화다. 프로 레슬링 선수의 삶을 그린 영화가 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레슬러'는 그다지 새로운 영화 같지 않았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의 성격을 금새 파악할 수 있었고,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넘겨짚을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울 게 없었다. 미키 루크가 주인공이라는 점과 프로 레슬링을 다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슬러'에서 가장 신경에 거슬렸던 것은 카메라다. 어두침침한 실내에선 항상 노이즈가 생겼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휙휙 돌려대는 카메라 패닝(Panning) 덕분에 어지러움증으로 늘어질 뻔 했다. 어찌 보면 의도적으로 다큐멘타리 스타일로 촬영한 것 같지만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프로 레슬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프로 레슬링 매치를 준비하는 과정 등이 흥미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 레슬링 매치에 대한 영화인 것으로 기대하면 안된다. 영화 '레슬러'는 한 때 수퍼스타 프로 레슬러였던 랜디의 고된 삶에 대한 영화일 뿐 다른 스포츠 영화들처럼 챔피언에 도전하는 식의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이 프로 레슬러이고, 프로 레슬링 매치 장면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 '레슬러'는 쟝르로 따지면 드라마이지 스포츠 영화는 아니다.

다만 진한 감동이 부족했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밋밋했다는 게 아쉽다. 이런 분위기의 영화에선 뭔가 찡하게 느껴지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게 거의 없었다. 이러한 장치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뻔하다 보니 그저 지나치게 될 뿐 별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키 루크가 멋진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도 도중에 지루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만큼 잘 된 영화는 아니었다.

댓글 2개 :

  1. 스탤론이 레슬러로 나온 Paradise Alley라는 영화가 있었죠. 아, 물론 재미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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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그런 영화가 있었군요...

    전 '오버 더 탑'을 생각했었다는... 암 레슬링도 레슬링 아니냐 뭐 이런 생각을...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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