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7일 수요일

DC부근 한인마트가 장사 잘 되는 건 좋은데...

워싱턴 포스트에 기사가 난 걸 보니 DC부근 한인마트가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 캡쳐

위싱턴 포스트 기사에 실린 H MART는 하와이로 치면 팔라마 마켓, L.A의 한남체인, 가주마켓과 같은 한인 수퍼마켓이다. 그런데,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도 나오듯이 DC지역 한인마켓엔 한국손님 못지않게 로컬 커스토머도 많이 찾는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을 상대로 하는 문자 그대로 '인터내셔널 마켓'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지 매번 갈 때마다 '한국인 보다 로컬 손님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기까지는 참 좋은 얘기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는 듯 하다. 캐셔를 하는 분들이 나한테 한국어를 안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한테는 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가도 내 차례만 되면 영어다. L.A 코리아타운내 한인마트에선 동양인이면 무조건 한국어로 하고 보는데 이쪽 분들은 쓱 한번 훑어보더니 영어다.

한번은 캐셔를 보는 아주머니가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뭐라고 말씀을 많이 하시길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한국말로 말씀하세요"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이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라시며 "아이그마니나! 한국말 잘 하네!"...ㅠㅠ

또 한번은 매번 갈 때마다 내게 영어를 쓰던 아주머니에게 "저도 한국말 잘 하거든요"라고 선수를 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아무 관심도 없다는 둥 쳐다보지도 않으며 "아, 그러세요"...ㅠㅠ 어찌됐든 이젠 됐겠지 했는데, 그 다음에 갔더니 또 영어를...ㅠㅠ

아니 나만 보면 영어를 하고픈 욕구가 솟구치기라도 한단 말이야?

그래서 나도 한국마트에 가면 한국어를 일체 안 한다. 저쪽에서 먼저 한국어로 말을 걸기 전엔 나도 한국말 안 하는 것이다. 때론 이렇게 들으면 영어, 저렇게 들으면 한국어처럼 들리는 엉거주춤한 콩글리쉬로 탐색전(?)을 벌이는 분들도 만난다. 예를 들자면 "크레딧 카드예요?"라고 문장을 마무리 하지 않고 "저기... 크레딧 카드?"로 끝맺으며 슬쩍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럴 땐 "예"라고 답을 하되 한국어로 "예"라고 한 건지 영어로 "Yeah"라고 한 건지 분간하기 힘들게 말한다. 받은대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한국마트에서 영어를 쓰게 된 게 10년이 넘었는데 내가 이런 작전에 넘어갈 것 같수?

그렇다. 사실 이게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니다. 오래 전엔 한국사람과 함께 한국식당에 들어갔는데 들어서자마자 여종업원이 나한테 일어로 말을 걸더라니까! 그래서 멍하니 쳐다봤더니 그제서야 내가 일본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듯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했다. 그런데 내 동행인한테는 한국어로 말하면서 나한텐 끝까지 영어를 쓰는 걸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기억도...

한국손님 뿐만 아니라 외국인 손님들도 많다보니 조금이라도 아닌 것 같다 싶으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무조건 한국어를 하는 것보다 나으면 나았지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내가 어딜 봐서 외국인처럼 보인단 말씀이오!!

처음엔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계속 그러니까 슬슬 짜증이 나다가 이젠 만성이 되어 '외국인 놀이' 하는 맛에 한인마켓에 간다지만 내가 어디를 봐서 외국인처럼 보이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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