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한지 1년이 지난 1964년.
뉴욕의 브롱스에 있는 캐톨릭 학교에서 '사건'이 터진다. 교사인 제임스 수녀(에이미 애덤스)가 학교의 유일한 흑인 학생인 도널드(조셉 포스터)와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향의 플린 신부(필립 시모어 호프맨)가 부적절한 사이로 의심된다고 교장인 앨로이시어스 수녀(메릴 스트립)에게 보고한 것.
매우 엄격하고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앨로이시어스 수녀의 귀에 이런 얘기가 들어갔으니 난리가 날 수 밖에...
제임스 수녀는 도널드와 플린 신부의 사이에 무언가가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오해일 뿐인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앨로이시어스 수녀는 뚜렷한 물증이 없는데도 플린 신부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한다.
과연 플린 신부가 실제로 동성애자이자 아동 성추행범인 것일까?
단순한 오해일까?
아니면 플린 신부를 탐탁치 않게 여긴 앨로이시어스 수녀가 오버하는 것일까?
'Doubt'은 영화의 연출과 각색을 맡은 존 패트릭 섄리(John Patrick Shanley)의 2004년작 희곡을 스크린으로 옮긴 드라마다. 섄리의 희곡은 2005년 퓰리쳐 수상작이라고도 한다. 그래도, 60년대 캐톨릭 학교에서 벌어지는 고리타분한 교회 이야기가 전부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지루할 것을 각오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의외로 흥미진진 했다. 캐톨릭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일단, 영화를 보고 나니 'Doubt' 출연배우들이 여우주연, 남우조연, 여우조연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릴 스트립(여우 주연), 필립 시모어 호프맨(남우 조연), 에이미 애덤스(여우 조연), 그리고 비록 출연시간은 짧지만 영화에서 가장 파워풀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앨로이시어스 수녀와 도널드의 어머니의 대화씬에서 도널드의 어머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여우 조연) 모두 연기상 후보에 오를 만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다 좋은데 영화가 아니라 연극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원작이 희곡인데다 희곡을 쓴 장본인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기 때문인지 'Doubt'은 영화보다는 연극에 가깝게 보였다. 특히, 앨로이시어스 수녀와 플린 신부가 말다툼을 하는 장면은 연극의 한 부분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영화를 전체적으로 무대연극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가 약간 우스꽝스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작이 희곡이더라도 영화로 옮겼으면 최대한 영화답게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영화가 너무 연극처럼 보였다는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캐톨릭이나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으니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에 비해 'SMOOTH'한 편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소재와 줄거리가 매력적이고 흡입력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그러나 애매한 건 줄거리 하나로 충분했지 연극인지 영화인지 애매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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