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6일 목요일

'로스트' 시즌 5, 플래시백은 줄었지만...

'로스트(LOST)' 시즌 5의 진도가 제법 빠르게 나가는 듯 하다. 지난 시즌처럼 플래시백(Flashback), 플래시포워드(Flash Forward)로 시간끌기를 덜 하는 덕분이다. '로스트' 시리즈는 시즌 1부터 50%는 줄거리 전개, 나머지 50%는 시간 메꾸기 성격의 플래시백으로 구성되었는데 시즌 5부터는 '로스트' 답지 않게(?) 제법 시원스럽게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끌기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그렇다면 '로스트' 시즌 5에선 어떤 수법을 쓰고 있을까?


▲'로스트(LOST)' 시즌 5

바로 '시간여행'이다. '로스트' 시즌 5에서는 시간여행으로 플래시백/포워드를 대신하기로 한 듯 하다. 섬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저절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 바람에 케이트(이반젤린 릴리)가 클레어(에밀리 드 라빈)의 출산을 돕는 장면, 젊었을 적 다니엘 루소(멜리사 파맨)와 그녀의 프랑스 과학자 팀이 섬에 도착한 장면 등 과거의 일들을 플래시백 대신 자연스럽게 끼워넣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시간여행'으로 인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래시백 역할을하는 것. 플래시백이 시간여행으로 둔갑했다고 할까?


▲클레어(에밀리 드 라빈)와 케이트(이반젤린 릴리)


▲젊을 적 다니엘 루소(멜리사 파맨)와 진(다니엘 킴)

또 다른 수법은 소니 픽쳐스의 2008년 스릴러,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 식 '리와인드'다. 섬에서는 시간여행을 한다면 섬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간 캐릭터들은 '리와인드'를 즐기는 것. '밴티지 포인트'에서 대통령이 암살되는 순간을 여러 캐릭터들의 시점으로 바꿔가며 보여줬던 것처럼 '로스트'에서도 섬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몇 시간 전 또는 며칠 전으로 '리와인드'하면서 보여준다.


▲섬으로 돌아온 잭


▲섬으로 돌아가기 전의 잭


▲섬으로 돌아온 로크


▲섬으로 돌아가기 전의 로크

'로스트'와 '밴티지 포인트'의 커넥션은 '리와인드'가 전부가 아니다. 영화 '밴티지 포인트'는 '로스트'의 주인공, 잭을 연기중인 매튜 폭스가 출연했던 스릴러 영화로, '로스트' 출연진과 인연이 있다. 게다가, '밴티지 포인트'에서 테러리스트를 연기했던 사이드 타그마우이(Said Taghmaoui)까지 시즌 5부터 '로스트'에 출연중이다.


▲'로스트' 시즌 5의 매튜 폭스(왼쪽), 사이드 타그마우이(오른쪽)


▲'밴티지 포인트'의 매튜 폭스(왼쪽), 사이드 타그마우이(오른쪽)

섬에서는 '자동 시간여행'으로 시간을 끌고, 미국에서는 '밴티지 포인트'식의 '리와인드'로 시간끄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시즌 5가 다 끝나서야 미국으로 돌아갔던 캐릭터들이 다시 섬으로 귀환하게 될 것 같았는데 '로스트' 제작진은 그 정도로 시간을 끌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자동으로 시간여행을 하던 섬은 어느 정도 안정된 듯 하고, 미국에 있던 캐릭터들도 모두 섬으로 돌아왔으니 '리와인드 스토리'도 곧 끝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전 같았으면 진도가 여기까지 나가는 데 1개 시즌을 차지하고도 남았겠지만 '로스트' 시리즈도 끝이 서서히 보이니까 스피드가 붙은 듯 하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보다는 잡다한 사이드 스토리가 더 많은 게 '로스트' 시리즈인 만큼 앞으로도 시원스러운 전개는 기대하지 않는다. '로스트'는 최종회에서도 꿈지럭거릴 것이란 생각이 드는 시리즈이므로 노골적인 시간끌기용 플래시백이 이전보다 덜 나온다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로스트' 제작진은 어떻게서든 플래시백을 '응용'한 시간끌기 방법을 또 찾아낼 테니까.

시원시원하게 스토리를 풀어가다가 일찌감치 종영했으면 좋은 감정으로 끝났겠지만 별 것도 없는 줄거리로 꿈지럭거리며 시간을 끄는 바람에 이젠 지쳤다. 제발 엔딩 좀 보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지 무슨 온라인 RPG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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