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터미네이터 살베이션(Terminator Salvation)'이 R이 아닌 PG-13을 받은 듯 하다.
액세스 헐리우드(Acces Hollywood)는 워너 브러더스의 2009년 여름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살베이션'이 PG-13 레이팅을 받았다고 전했다. 영화의 새로운 트레일러에 레이팅이 PG-13으로 나왔다는 것.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PG-13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혀 놀랍지 않은 소식이다.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하는 영화인데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SF/수퍼히어로 스타일의 영화인 만큼 이번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전통을 깨고 '패밀리 등급'인 PG-13으로 낮출 게 확실시 되었기 때문이다.
80년대 R등급 액션영화가 2000년대에 들어 아동용 영화로 전락한 대표적인 케이스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 4(Live Free or Die Hard)'다. 격렬한 액션과 험악한 욕설로 가득했던 영화를 터프가이 형사가 애송이 청년을 데리고 다니는 청소년용 수퍼캅 영화로 바꿔놓은 김빠진 맥주같았던 영화가 바로 '다이하드 4'다.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영화들이 여름철 극장가를 장악하면서 다이하드 시리즈까지 아동틱하게 변한 것.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영화 레이팅만 R이었을 뿐 사실상 1991년 영화 '터미네이터 2'부터 청소년용 영화가 되었으므로 이제서야 PG-13을 받은 영화가 나왔다는 게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2탄이 뭐가 문제냐고?
1984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1탄은 인간과 싸이보그의 처절한 사투가 최고 볼거리였는데 2탄부터는 흥겨운 록앤롤에 맞춰 때려부수는 게 전부인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허리가 잘려나가도 죽음을 모르고 사라 코너를 추적하던 1탄에서의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왈츠네거)를 보면서 '이렇게 멋진 악당은 처음 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2탄에서부터는 이런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북미지역에서 오는 5월21일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살베이션'도 인간과 기계들간의 전쟁을 그린 SF영화일 뿐 1탄에서의 '그 맛'과는 거리가 먼 영화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청소년/젊은층 영화관객 거의 대부분이 코믹북/SF 매니아들이고, 이들을 주대상으로 삼는 영화, 비디오게임 웹진들이 비중있게 다루는 영화인 만큼 PG-13 레이팅이 흥행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하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할아버지 시절 프랜챠이스'로 생각하는 젊은(?) 커뮤니티를 상대하려면 R보다는 PG-13이 현명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얘기다.
이번엔 심하게 '김빠진 맥주'가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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