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5일 일요일

'Fast & Furious', 10년만 젊었더라면...ㅠㅠ

'Fast & Furious'? 제목을 어디서 본 것 같다고? 'The Fast and the Furious'가 맞는 것 같은데 'THE'가 빠진 걸 보니 혹시 짝퉁이냐고?

아니다. 바로 그 '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 4탄이다. 제목에서 'THE'만 뺀 게 전부일 뿐 불법 스크릿 레이싱 범죄단이 어쩌구 하던 그 영화 시리즈가 맞다.

아니 그 비디오게임 같던 카레이스 영화가 또 나왔단 말이냐고?

그렇다. 놀랍게도 이번이 4탄째다. 'The Fast and the Furious' 1탄을 보고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후속작들은 건너뛰었는데 이번이 벌써 네 번째란다.

혹시 자동차에 관심이 없냐고?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자동차 개조에 흥미를 갖고, 길거리에서 괜히 옆차를 자극하면서 방방거리던 시절은 지났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다. 자동차 매거진들을 베고 자다시피 했고, 카 스테레오, 자동차 퍼포먼스 파트 파는 곳들을 죄다 돌아다니고, 프리웨이에 오르기만 하면 레이스 상대를 랜덤으로 고르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런 데 몰두하는 것도 한 때일 뿐이지 꾸준히 좋아할 수는 없는 듯 하더라. 'The Fast and the Furious' 1탄이 개봉했을 때에도 이미 한풀 꺾였을 때였인데 지금은 오죽하겠수? 자동차와 스피드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다 해도 힙합 쿵쾅거리면서 자동차 개조가 어쩌구, 불법 스트릿 레이싱이 저쩌구 하는 영화를 진지하게 보기엔 힘들 것 같지 않수?

10년만 젊었더라면(?) 혹시 가능했을 지도 모르지만 '한 때 나도 저런 데 관심이 많았지', '얼마 전까지도 소니 CEA의 레이싱 게임 시리즈 '그랜 터리스모(Gran Turismo)'를 재미있게 즐겼지' 하면서 영화를 즐기려 노력했으나 동심(?)으로 돌아가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이런 영화는 아무래도 웃고 신나게 즐기며 봐야하는데 '무덤덤' 그 자체였다. 웃으라고 집어넣은 장면들에서도 전혀 웃지 않고, 손에 땀을 쥐면서 보라고 집어넣은 장면에서도 무표정하게 스크린만 응시하는 게 마치 터미네이터가 된 기분이 들더라니까. 이연결, 제이슨 스테이텀 주연의 싱거운 틴에이져용 액션영화들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겠지.


한가지 맘에 드는 게 있다면, 빈 디젤(Vin Diesel), 미셸 로드리게스(Michelle Rodriguez), 폴 워커(Paul Walker) 등 1탄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다시 불러모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누군지 불분명한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되돌아오면서 기둥 역할을 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빈 디젤은 제법 스타일이 있는 배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출연하는 영화들은 스타일이 부족한 틴에이져 영화가 아니면 힙합이 쿵쾅거리는 흑인, 동양인, 히스패닉 중심의 전형적인 '마이너리티 영화'가 전부다. 좋게 표현하면 'Urban Style'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백인을 제외한 나머지를 한 데 몰아넣고 비벼놓은 것처럼 보여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빈 디젤이 이런 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 전부가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게 문제다. 공상과학 또는 Urban Style이 아닌 영화에서 그를 보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다고 'Fast & Furious'가 매력이 전혀 없는 영화인 건 아니다. 많은 돈을 들여 개조한 자동차들이 레이스를 하는 영화 만큼 불황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좋은 영화가 또 있을까? TV만 틀면 빅3가 어쩌구, 실업률이 저쩌구 하는 판인데 잔뜩 뜯어고친 니산 스카이라인을 타고 광란의 질주를 하는 것 만큼 불황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소재가 또 있겠냔 말이다.

그렇다. 'Fast & Furious'는 아무 생각없이 시간보내기엔 나쁘지 않은 영화다. '자동차에 돈 처바르고 길거리서 부릉부릉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불황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데도 왔다인 영화다. 마약운반과 스트릿 레이싱을 연결시킨 엉뚱한 스토리지만 아무려면 어떻겠수? 'Fast & Furious'는 자동차에 열광하던 때가 아직 지나지 않았거나, '그랜 터리스모' 시리즈를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게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불황의 ㅂ자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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