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X의 TV 시리즈 '24'의 시즌7이 막을 내렸다.
그렇다.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 주연의 '24'가 벌써 7년째가 됐다.
물론, 시즌7로 시리즈가 완전히 종결된 건 아니다. 내년에 시즌8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8이 마지막이라니 이 시리즈도 이제 끝이 보이는 듯 하다. 앞으로 24개 에피소드가 더 남아있는 셈. 파이널 시즌인 시즌8의 배경은 뉴욕이며, '슬럼덕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에 쇼호스트로 출연했던 인도배우도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한 시즌을 더 한 뒤 잭 바우어는 빅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든 시즌8도 재미있을 것이고, 시청률도 높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24' 시리즈라고 하면 걸리는 대표적인 문제점이 두 가지 있다.
첫 째로, '24'의 세계가 가장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부터 시작해 모두가 실제와 다른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에피소드의 주제와 액션이 리얼하다 해도 리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게 되지만,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구태여 실제와 다른 가상의 미국 대통령까지 등장시키면서 액션 스릴러가 아니라 폴리티컬 스릴러처럼 보이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넘어간다 해도 걸리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한 시즌 전체를 하루동안 벌어지는 사건들로 채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잭 바우어의 '무지하게 긴 하루'가 1개 시즌을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잭 바우어의 24시간을 24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보여준다는 아이디어는 사실 그다지 나쁘지 않고, 시간에 쫓기는 듯한 긴박한 분위기를 내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몇 개월 전에 본 에피소드가 극중에서는 불과 몇 시간 전이라는 것을 실감하기 힘들었다. 제목부터 '24'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문제인 듯 하지만 차라리 24시간 룰이 없으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바꾸면 '24'가 아니지 않냐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잭 바우어라는 상당히 매력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잭 바우어는 고문을 할 땐 싫든좋든 주저하지 않고 실행하는 캐릭터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정보수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겨를이 없으면 주저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한다. 테러리스트를 상대할 훈련을 전혀 받지않은 사람들에게 협조를 요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잭 바우어에 협조한 대가는 죽음이고,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게 잭 바우어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오면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판단미스를 할 수도 있다. 실수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애꿎은 사람을 고문할 수도, 때로는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잭 바우어는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고 깊숙히 묻어두는 기술이 있다. 후회와 죄책감이 머릿속을 맴돌며 자신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둘 만큼 애송이가 아닌 것이다.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이 정도는 되어야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잭 바우어는 때로는 비정하면서도 매우 프로페셔널한 에이전트로 제격인 캐릭터다. 다른 건 몰라도 '24' 시리즈에서 잭 바우어 캐릭터 하나 만큼은 아주 탐난다.
때문에 시즌8보다는 그 이후에 나올 빅스크린 영화가 더욱 기대된다. 시즌8은 아무래도 '24' 시리즈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 뻔하니 크게 기대할 게 없겠지만 그 다음에 나올 영화는 사정이 다르다. 제작진이 원하기만 한다면 TV 시리즈와는 큰 차이가 나는 새로운 잭 바우어 시리즈를 탄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24'를 떼어버리면서 24시간에서 벗어나고, 실제와 다른 미국 대통령 등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부분들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잭 바우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공식발표되지 않았다. TV 시리즈가 완전히 종결되는대로 영화제작에 들어갈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아직은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24' TV 시리즈가 완결되기까지 24개 에피소드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곧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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