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4일 목요일

'로스트' 시즌5가 끝났는데...

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의 다섯 번 째 시즌이 끝났다. 2004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시즌5까지 이어질 시리즈로 생각하지 못했지만 벌써 여기까지 왔다.

'로스트'는 플래시백, 플래시 포워드, 그룹을 2개 이상으로 나누는 등의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며 별 것 없는 스토리의 시리즈를 시즌5까지 끌고왔다.

그렇다면 '로스트'는 도대체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앞으로 5시즌 더 울궈먹는 건 식은 죽 먹기로 보이는데?

하지만, 2010년초 시작하는 시즌6가 마지막이다. 그렇다. 시즌6를 끝으로 '로스트' 시리즈가 완전히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엔 '로스트' 시리즈의 모든 비밀이 밝혀지겠다고?

시리즈가 완전히 끝나는 만큼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로스트'의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최종결말이 궁금해 여지껏 '로스트'를 시청해 온 사람들은 내년이 되면 모든 걸 속 시원히 알게 된 뒤 '드디어' 빌어먹을(?) 섬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궁금한 게 도대체 얼마나 많이 남아있냐는 것이다.

물론, 시원스럽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가 아직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섬을 탈출해 미국에 갔다가 되돌아오고, 시간여행을 하는 사이 '로스트'의 줄거리는 더이상 새로울 게 없어졌다.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해결하지 않고 미뤄뒀던 미스테리들을 막판에 몰아서 풀어버리는 모양새가 되면서 새롭거나 쇼킹할 게 거의 없어졌다. 여지껏 정신없이 벌여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시청자들도 대충 눈치를 챈 이후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갖다붙이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깊이있는 줄거리가 아니라는 것도 '로스트 퍼즐 맞추기'를 보다 쉽게 만들었다.

잭(매튜 폭스), 케이트(이반젤린 릴리), 서여(조쉬 할러웨이), 줄리엣(엘리자베스 미첼) 등 '로스티'들의 이야기도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들의 삼각관계 타령에 식상했고,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미래의 결과를 바꾸려 한다는 '터미네이터'에나 나옴 직한 스토리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느닷없이 시대배경이 1977년이 되었을 때 잠시 반짝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래도 존 로크(테리 오퀸)와 벤자민 라이너스(마이클 이머슨) 중심의 에피소드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늙지 않는 미스테리한 캐릭터, 리처드 알퍼트(네스터 카보넬)의 역할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시즌5 파이널 에피소드에서도 건질 게 있었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또하나의 미스테리한 캐릭터, 제이콥이 다니엘 크레이그(?)였다는 사실!


▲제이콥(마이크 펠레그리노)

서로 대립하는 것을 의미하는 검정색과 흰색도 또 등장했다. 제이콥은 흰색 옷을 입고, 제이콥에게 자신이 "얼마나 너를 죽이고 싶은지 아느냐"고 묻는 신원미상의 캐릭터는 검정색 옷을 입고 나온 것.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신(神)에 가까워 보이는 두 사나이는 겉으론 매우 쿨하게 대화를 나누는 듯 했지만 대화내용을 들어보면 서로 극과 극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 바로 이 친구들이 '로스트'의 핵심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를 쥐고있는 캐릭터들로 보인다. 오니아닉 815기 탑승객들이 미스테리의 섬에 도착하게 된 이유, 일명 '스모키'라 불리는 검은 연기의 몬스터의 정체 등 시즌1에서부터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로스트'의 핵심 미스테리가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여행을 하고, 하이드로젠 폭탄을 터뜨리고, 모든 쇠붙이를 끌어들이는 거대한 에너지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미스테리다.


▲Black & White

드디어 미스테리의 핵심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거냐고?

그렇다. 드디어 나올 게 나왔다. 하지만, 역시 놀라울 만한 건 없었다. 말 그대로, '나올 게 나온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종결시키려면 언젠가 한 번은 나와야 할 게 나온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늦었다. 일찌감치 나왔어야 했던 파트가 이제서야 나왔기 때문이다. 플래시백, 플래시 포워드, 찍고, 돌고, 자시고 하면서 넌더리가 날 정도로 시간을 끌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할 순 없었던 것일까? 대부분의 시리얼 TV 시리즈가 다 이러할 테지만, 일찌감치 막을 내렸어야 할 분량밖에 안되는 스토리를 고무줄 잡아당기 듯 늘려놓은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일까? 겉으로 보기엔 시즌5를 통해 많은 미스테리들이 풀리거나 윤곽이 드러난 것 같지만 예상했던 수순을 밟는 게 전부였기 때문인지 그저 무덤덤 할 뿐이었다. 섬을 떠나 미국 본토로 간 잭(매튜 폭스)이 거진 폐인이 되어 케이트(이반젤린 릴리)에게 "We have to go back!"이라며 절규하는 모습, 섬으로 다시 돌아가면 다신 본토로 못 돌아온다는 걸 알면서도, 위험천만한 'CRASH LANDING'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섬으로 돌아가려 하는 그 집착을 보면서 동변상련(?)을 느꼈지만 그게 전부였다.

또, 이전 만큼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지도 않았다. 깔끔하게 시즌3에서 마침표를 찍었다면 짧지만 굵었던 시리즈로 기억될 수 있었을 지 모르지만 플래시 포워드가 나오고, 일부 생존자들이 구조되고, 섬이 사라지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생존자들이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등 오락가락 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시즌6에 궁금한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무엇이 궁금하냐고? 하이드로젠 폭탄이 터졌는지, 제이콥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한 거냐고?

아니다. 제작진이 마지막 시즌인 시즌6에서도 플래시백, 플래시 포워드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질질끌기를 또 할 것인지 여부다. 시리즈 마지막 시즌인 만큼 매 에피소드마다 긴장을 늦추지 못하도록 스피디하게 전개되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ㅋㅋ

물론 나는 '로스트' 시리즈에 불만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나게(?) 싫어하는 건 아니다. 머리에 털나고 에피소드 하나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모두 본 유일한 TV 시리즈가 아마도 '로스트'일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질질끄는 스타일의 시리얼 TV 시리즈에 'ZERO TOLERANCE'라는 것이다. 때문에 '로스트'가 시즌6를 끝으로 막을 내리면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아주 후련하기 이를 데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모든 섬엔 섬을 떠나서는 편히 살 수 없게 만드는 미스테리한 힘이 있는 것일까? 결국 나도 'CRASH LANDING'을 하게 될 'DESTINY'인 걸까??

'로스트' 시즌5 파이널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들이 제일 부럽다는 생각밖엔......


▲버나드와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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