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의 다섯 번 째 시즌이 끝났다. 2004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시즌5까지 이어질 시리즈로 생각하지 못했지만 벌써 여기까지 왔다.
'로스트'는 플래시백, 플래시 포워드, 그룹을 2개 이상으로 나누는 등의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며 별 것 없는 스토리의 시리즈를 시즌5까지 끌고왔다.
그렇다면 '로스트'는 도대체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앞으로 5시즌 더 울궈먹는 건 식은 죽 먹기로 보이는데?
하지만, 2010년초 시작하는 시즌6가 마지막이다. 그렇다. 시즌6를 끝으로 '로스트' 시리즈가 완전히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엔 '로스트' 시리즈의 모든 비밀이 밝혀지겠다고?
시리즈가 완전히 끝나는 만큼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로스트'의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최종결말이 궁금해 여지껏 '로스트'를 시청해 온 사람들은 내년이 되면 모든 걸 속 시원히 알게 된 뒤 '드디어' 빌어먹을(?) 섬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궁금한 게 도대체 얼마나 많이 남아있냐는 것이다.
물론, 시원스럽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가 아직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섬을 탈출해 미국에 갔다가 되돌아오고, 시간여행을 하는 사이 '로스트'의 줄거리는 더이상 새로울 게 없어졌다.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해결하지 않고 미뤄뒀던 미스테리들을 막판에 몰아서 풀어버리는 모양새가 되면서 새롭거나 쇼킹할 게 거의 없어졌다. 여지껏 정신없이 벌여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시청자들도 대충 눈치를 챈 이후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갖다붙이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깊이있는 줄거리가 아니라는 것도 '로스트 퍼즐 맞추기'를 보다 쉽게 만들었다.
잭(매튜 폭스), 케이트(이반젤린 릴리), 서여(조쉬 할러웨이), 줄리엣(엘리자베스 미첼) 등 '로스티'들의 이야기도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들의 삼각관계 타령에 식상했고,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미래의 결과를 바꾸려 한다는 '터미네이터'에나 나옴 직한 스토리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느닷없이 시대배경이 1977년이 되었을 때 잠시 반짝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래도 존 로크(테리 오퀸)와 벤자민 라이너스(마이클 이머슨) 중심의 에피소드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늙지 않는 미스테리한 캐릭터, 리처드 알퍼트(네스터 카보넬)의 역할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시즌5 파이널 에피소드에서도 건질 게 있었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또하나의 미스테리한 캐릭터, 제이콥이 다니엘 크레이그(?)였다는 사실!
서로 대립하는 것을 의미하는 검정색과 흰색도 또 등장했다. 제이콥은 흰색 옷을 입고, 제이콥에게 자신이 "얼마나 너를 죽이고 싶은지 아느냐"고 묻는 신원미상의 캐릭터는 검정색 옷을 입고 나온 것.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신(神)에 가까워 보이는 두 사나이는 겉으론 매우 쿨하게 대화를 나누는 듯 했지만 대화내용을 들어보면 서로 극과 극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 바로 이 친구들이 '로스트'의 핵심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를 쥐고있는 캐릭터들로 보인다. 오니아닉 815기 탑승객들이 미스테리의 섬에 도착하게 된 이유, 일명 '스모키'라 불리는 검은 연기의 몬스터의 정체 등 시즌1에서부터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로스트'의 핵심 미스테리가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여행을 하고, 하이드로젠 폭탄을 터뜨리고, 모든 쇠붙이를 끌어들이는 거대한 에너지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미스테리다.
드디어 미스테리의 핵심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거냐고?
그렇다. 드디어 나올 게 나왔다. 하지만, 역시 놀라울 만한 건 없었다. 말 그대로, '나올 게 나온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종결시키려면 언젠가 한 번은 나와야 할 게 나온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늦었다. 일찌감치 나왔어야 했던 파트가 이제서야 나왔기 때문이다. 플래시백, 플래시 포워드, 찍고, 돌고, 자시고 하면서 넌더리가 날 정도로 시간을 끌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할 순 없었던 것일까? 대부분의 시리얼 TV 시리즈가 다 이러할 테지만, 일찌감치 막을 내렸어야 할 분량밖에 안되는 스토리를 고무줄 잡아당기 듯 늘려놓은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일까? 겉으로 보기엔 시즌5를 통해 많은 미스테리들이 풀리거나 윤곽이 드러난 것 같지만 예상했던 수순을 밟는 게 전부였기 때문인지 그저 무덤덤 할 뿐이었다. 섬을 떠나 미국 본토로 간 잭(매튜 폭스)이 거진 폐인이 되어 케이트(이반젤린 릴리)에게 "We have to go back!"이라며 절규하는 모습, 섬으로 다시 돌아가면 다신 본토로 못 돌아온다는 걸 알면서도, 위험천만한 'CRASH LANDING'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섬으로 돌아가려 하는 그 집착을 보면서 동변상련(?)을 느꼈지만 그게 전부였다.
또, 이전 만큼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지도 않았다. 깔끔하게 시즌3에서 마침표를 찍었다면 짧지만 굵었던 시리즈로 기억될 수 있었을 지 모르지만 플래시 포워드가 나오고, 일부 생존자들이 구조되고, 섬이 사라지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생존자들이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등 오락가락 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시즌6에 궁금한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무엇이 궁금하냐고? 하이드로젠 폭탄이 터졌는지, 제이콥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한 거냐고?
아니다. 제작진이 마지막 시즌인 시즌6에서도 플래시백, 플래시 포워드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질질끌기를 또 할 것인지 여부다. 시리즈 마지막 시즌인 만큼 매 에피소드마다 긴장을 늦추지 못하도록 스피디하게 전개되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ㅋㅋ
물론 나는 '로스트' 시리즈에 불만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나게(?) 싫어하는 건 아니다. 머리에 털나고 에피소드 하나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모두 본 유일한 TV 시리즈가 아마도 '로스트'일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질질끄는 스타일의 시리얼 TV 시리즈에 'ZERO TOLERANCE'라는 것이다. 때문에 '로스트'가 시즌6를 끝으로 막을 내리면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아주 후련하기 이를 데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모든 섬엔 섬을 떠나서는 편히 살 수 없게 만드는 미스테리한 힘이 있는 것일까? 결국 나도 'CRASH LANDING'을 하게 될 'DESTINY'인 걸까??
'로스트' 시즌5 파이널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들이 제일 부럽다는 생각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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