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J. J. 에이브라함스의 SF영화 '스타 트렉(Star Trek)'을 보러가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캡틴 커크 역을 맡은 크리스 파인(Chris Pine)이었다.
멀쩡한 크리스 파인이 왜 걱정되었냐고?
젊은 캡틴 커크에 어울린다기 보다 J. J. 에이브라함스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배우를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JJ의 작품들을 둘러보면 남자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전 붕어빵은 아니더라도 외모가 비슷하거나, 머리 색깔이 모두 짙은 배우들이라는 공통점 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JJ가 연출 또는 제작을 맡은 영화에 블론드 남자배우가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블론드 남자배우가 그의 취향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JJ가 남자주인공을 고르는 취향을 한번 살펴보자.
ABC의 TV 시리즈 '에일리어스(Alias)'에 출연했던 마이클 바탄(Michael Vartan)과 ABC의 '로스트(Lost)'에 출연중인 매튜 폭스(Matthew Fox)는 닮은꼴이다.
2008년 개봉작 '클로버필드(Cloverfield)'에 출연했던 마이클 스탈-데이빗(Machael Stahl-David)과 FOX의 TV 시리즈 '프린지(Fringe)'에 출연중인 조슈아 잭슨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JJ가 캡틴 커크 역으로 어떠한 스타일의 남자배우를 선택할 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결국, 캡틴 커크 역은 크리스 파인에게 돌아갔다. 크리스 파인은 이전 'JJ의 남자들'과 달리 어둡고 진지한 성격의 캐릭터가 아니라 밝고 활기찬 캡틴 커크를 연기했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외모 면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크리스 파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Dark haired pretty boy'라는 조건을 갖춘 게 JJ의 남자주인공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렇다고 크리스 파인이 캡틴 커크 역에 어울리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파인은 신세대 버전 캡틴 커크를 제법 훌륭히 연기했다. 이번에도 '닮은꼴 캐스팅'을 한 게 전부일 뿐이 아니겠냐는 생각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니 생각했던 만큼 심하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물론, JJ의 영화니까 주연배우를 고르는 것은 그의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JJ의 작품엔 매번 비슷비슷한 얼굴이 남자주인공을 맡는다'는 지적은 면키 어려울 것 같다.
JJ의 다음 번 작품엔 어떤 남자배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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