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1일 일요일

로저 무어 "제임스 본드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영국배우 로저 무어(Roger Moore)라고 하면 제임스 본드(James Bond) 시리즈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로저 무어는 가장 많은 007 시리즈(7편)에 제임스 본드 역으로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숀 코네리(Sean Connery)도 7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로저 무어와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로저 무어가 7편의 '오피셜'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출연했다면 숀 코네리는 6편의 '오피셜'과 1편의 '언오피셜(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는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의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영화들만 '오피셜 시리즈'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브로콜리의 경쟁자였던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가 제작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은 '오피셜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코네리의 '오피셜' 007 시리즈는 로저 무어보다 하나 적은 6편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하지만,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대해 처음부터 잘 알고있었던 것은 아니다. 로저 무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0년대 영국에서 TV 시리즈 '세인트(The Saint)'를 한창 촬영중일 때 영국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에 '누가 제임스 본드를 맡아야 할까'라는 기사가 났었는데, 이 때만 해도 제임스 본드가 도대체 누군지 몰랐다고 밝혔다. 여기저기서 로저 무어를 유력한 제임스 본드 후보라고 하는데 정작 무어 자신은 제임스 본드가 뭐하는 친구인지 몰랐던 것. 그래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책들을 몇 권 읽어봤다고.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 중에서 007 시리즈에 출연하기 전까지 제임스 본드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한 배우는 로저 무어까지가 전부다.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은 1987년 "리빙 데이라라이트(The Living Dayligths)'로 제임스 본드가 되기 전에 이미 여러 차례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되었던 배우이며, 1995년 '골든아이(GoldenEye)'로 제임스 본드가 된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은 "어렸을 때 숀 코네리 주연의 007 영화를 본 적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피어스 브로스난이 본드팬들로부터 '제임스 본드가 아니라 본드 팬보이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현재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는 007 영화 시리즈가 시작한 이후에 출생한 배우이므로 제임스 본드를 몰랐을 리 없다.



로저 무어는 그가 출연하지 않은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출연하고 싶었던 영화로 숀 코네리 주연의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를 꼽았다. 로저 무어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바로 다음 작품인 1973년작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로 제임스 본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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