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5일 월요일

Zippy's의 추억

하와이에 살았던 사람 중에서 Zippy's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밤이나 낮이나, 맨정신일 때나 술에 취했을 때나 가던 곳이기 때문이다.

Zippy's가 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하와이 곳곳에 체인점을 둔 로컬 레스토랑이다.

아주 대단한 고급 레스토랑이냐고?

아니다. 메뉴는 약간 다르지만 데니스(Denny's)와 같은 레벨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아니 그런데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그래도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한텐 꽤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8~90년대초 하와이의 라디오 스테이션 HOT I-94(요새는 그냥 I-94) DJ들이 결성했던 3인조 그룹, 3 Local Boyz가 불렀던 'Me So Hungry'라는 곡에도 Zippy's가 나왔다. 2 Live Crew의 'Me So Horny'를 패로디한 곡이었는데 'Sitting at Zippy's...' 어쩌구 하면서 랩이 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또한, 하와이를 떠나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게 바로 Zippy's이기도 하다. 약간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Zippy's를 내집 드나들 듯 했던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24시간 영업하는 레스토랑이라서 밤이든, 낮이든, 아니면 새벽이든 출출하다싶으면 달려갈 수 있었던 곳이었으며, 밤새 술을 마시고 속을 풀러 갈 때도 Zippy's였을 정도였다.

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제 그만 마시고 속이나 풀고 집에 가자'고 할 때 한국식당으로 가자는 사람들은 경계대상이었다. 거기서 술을 또 마시려는 수작(?)으로 일단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잘못 걸리면 해 뜰 때까지 마시는 수가 있으므로 "한국식당 xxx로 가자"고 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Zippy's는 안전(?)했다. "Zippy's로 가자"고 하면 십중팔구 Zippy's의 Zip Min이라는 라면 국물이나 마시고 해산하곤 했기 때문이다. 술 마신 다음 자주 갔던 곳이 아마 워싱턴 인터(Intermediate) 근처에 있던 Zippy's였는데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Zip Min보다 자주 먹었던 게 있다. 바로 Beef Cutlet이다. 매번 갈 때마다 먹었다고 하면 아무래도 거짓말이겠지만 거의 그러다시피 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얼마 전 하와이에 살고있는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왔는데, Zippy's 메뉴에서 Beef Cutlet이 없어졌다고 하더라. 아니 왜 그걸 없앴을까? 내가 하와이를 뜨고 나니까 그렇게도 안 팔리더란 말이냐! Zippy's 온라인 메뉴를 찾아봤더니 진짜 안 보이더라. 집에서 먹은 밥보다 Zippy's에서 Beef Cutlet과 같이 먹은 밥이 더 많은 나로써는 상당히 섭섭할 수밖에...

Zippy's의 음식이 그렇게도 맛이 좋으냐고?

Zippy's 음식이 맛이 있어서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맛 하나 때문에 Zippy's를 찾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Zippy's가 동네 곳곳마다 있는 데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게 아무래도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햄버거보다는 쌀밥을 먹고 싶은데, 중국집이나 한식집을 가기는 번거롭고 가격도 비싸므로 그 중 제일 만만한 곳이 Zippy's다. "Zippy's 없으면 난 굶어죽는다"고 우스겟 소리를 했던 기억이 나는구려...ㅋ

Zippy's의 참맛은 무엇보다도 '추억'이다. 그렇게 자주 갔고, 많이 먹었으니 Zippy's와 얽힌 추억과 해프닝이 한 둘이겠수?

만약 지금 하와이로 돌아간다면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Zippy's부터 찾을 것 같다.

생각난 김에 하와이로 돌아갈까? Zippy's를 생각하니 하와이 경치가 생각나고,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파도소리, 그리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바다냄새 등이 그리워지는구려.

미국 동부는 도대체 정이 안 붙는단 말이야...


하와이 추억 얘기가 나온 김에 마지막으로 브러더 월터가 부른 'Sweet Lady Of Waiahole'를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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