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8일 수요일

클래식 제임스 본드 포스터를 돌려다오!

007 시리즈에서 사라진 것 중 가장 아쉬운 게 있다면 무엇일까?

건배럴씬?

이것은 곧 제 위치를 찾아 갈 것이다. 007 제작진이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과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를 만들면서 잠시 정신이 들락날락한 듯 하지만 (hopefully) 계속 나가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본드23'에서는 제 위치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Q와 머니페니?

Q와 머니페니도 자연스럽게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본드23'로 반드시 돌아와야 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들어 밝고 가볍고 유머러스한 영화가 인기를 끄는 만큼(예: 트랜스포머스 2) Q와 머니페니가 유머를 보충해 주는 역할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뭐가 아쉽냐고?

주제곡?

주제곡도 골치아프다. 그런데 007 시리즈 주제곡이 시원찮아지면서 함께 수상해진 것이 있다.

바로 포스터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영화 포스터는 007 시리즈만의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007 시리즈만의 스타일을 포스터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클래식 제임스 본드 포스터들을 살짝 둘러보기로 하자.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 포스터가 유독 심플한 편이지만, 전부 다 그런 건 아니다.



나머지 8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들도 대체적으로 쿨한 편이다.



로저 무어(Roger Moore)와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가 등을 맞대고 서있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 티져 포스터와 파란색 건배럴 배경의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 1sheet 포스터도 아주 멋있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제 16탄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부터 포스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007 포스터들이 멋진 그림이었는데 '라이센스 투 킬'부터는 사진으로 변한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그래도 '라이센스 투 킬'은 제법 스타일리쉬한 포스터가 하나 있었다. 바로 티져 포스터다. '라이센스 투 킬' 티져 포스터는 심플하면서도 쿨한 007 포스터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문제는 1sheet 포스터들이다.

우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제임스 본드가 정장차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 줄거리가 '살인면허'를 박탈당한 제임스 본드가 친구의 복수에 전념한다는 내용이라서 변화를 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포스터만 봐서는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느낌이 오지 않았다. 사진을 덕지덕지 오려붙인 듯한 디자인도 그다지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

'라이센스 투 킬' 포스터는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최하위권에 속할 것이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의 포스터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골든아이' 티져 포스터는 제법 쿨했다. 아주 심플한 디자인이었지만 '6년만에 제임스 본드가 돌아왔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1 sheet 포스터도 제법 괜찮았다. 사진 오려붙이기는 여전했으나 '라이센스 투 킬'보다는 그래도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다워 보였다. 그림을 사진으로 바꾼 게 전부였을 뿐 전통적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 포스터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무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 부터 심각해진다. 여러 사진들을 덕지덕지 붙여놓는 바람에 포스터가 조잡해진 것.

클래식 포스터들 중에도 그런 것들이 많지 않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그림과 사진은 느낌이 다르다.

'투모로 네버 다이스' 포스터를 보면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가 왜 이렇게 되었냐'는 생각부터 든다.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의 티져 포스터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조잡한 디자인보다는 심플한 실루엣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1 sheet 포스터였다. 007 시리즈 포스터 중에서 둘 째라면 서러울 만큼 후질구레한 포스터가 탄생했다.

영국 포스터(오른쪽)는 1점 차이로 낙제를 면할 정도는 된다고 해도 미국 포스터(왼쪽)는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언리미티드' 미국 포스터(왼쪽)를 잘 보면 피어스 브로스난이 왼손잡이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포스터(오른쪽)에서는 오른손에 권총을 쥐고 있지만 미국 포스터에서는 권총을 쥔 손이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포즈가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제임스 본드의 뒤로 보이는 레너드의 머리에 난 총상도 좌우가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좌우로 뒤집어보면 어느 것이 올바른 방향인 지 알 수 있다.

그렇다. '언리미티드' 미국 포스터는 디자인만 구리구리한 게 아니라 방향까지 잘못된 포스터다.

곧 개봉 10주년을 맞는 영화라서(그렇다. 이 영화가 개봉한지 벌써 10년이다) 물고 늘어지기 싫지만 포스터가 몹시 구린 건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40주년 기념작인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포스터도 별 볼 일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중년 백인 남자가 권총을 들고있는 게 전부일 뿐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로 보이지 않았다.

미국 포스터(왼쪽)보다 영국 포스터(오른쪽)가 약간 나은 편이지만 둘 다 제임스 본드 영화 분위기가 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예전엔 대문짝 만한 007 건로고가 없어도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라이센스 투 킬'부터 '다이 어나더 데이'까지의 포스터들을 보면 영화제목보다 007 건로고를 눈에 잘 띄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포스터는 어땠을까?

시작은 아주 좋았다.

'카지노 로얄' 티져 포스터는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과 분위기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런데, 나머지 포스터들은 술주정뱅이 버전이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는 티져 포스터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티져 포스터 1은 그런대로 넘어갈 만 했다. 머신건이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실루엣이었고,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티져 포스터가 공개되면서 부터다.

머신건을 들고있는 제임스 본드의 정면사진을 포스터에 사용한 것!

WTF?!

제임스 본드가 머신건을 주로 사용하는 람보와 같은 액션 캐릭터도 아닌데 머신건을 든 제임스 본드 이미지를 또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007 시리즈 포스터에 머신건을 든 제임스 본드가 나온 것은 '콴텀 오브 솔래스'가 처음이다.

티져 포스터 2 디자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일부 본드팬들은 누군가가 포토샵으로 조작한 가짜 포스터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만큼 허술해 보였던 까닭이다.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에 머신건을 든 제임스 본드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것부터 누군가 장난을 친 것처럼 엉뚱해 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머신건 포스터는 가짜가 아니라 오피셜이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머신건 포스터 시리즈는 티져 포스터 2까지가 전부였다.

1 sheet 포스터에서는 머신건이 사라진 것.

하지만, 역시 문제는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총을 든 남자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걷고있는 우중충한 사진이었을 뿐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다운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콴텀 오브 솔래스' 포스터를 처음 본 순간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 포스터가 생각나더라.



그렇다면 007 영화 포스터를 어떻게 만들라는 거냐고?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고 007 건로고만 붙이면 제임스 본드 영화 포스터가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007 시리즈에 제임스 본드 테마와 건배럴씬이 빠지면 안 되듯이 포스터 디자인에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 그러므로, 클래식 포스터들을 참고하면서 어떻게 해야 제임스 본드 영화에 어울리는 포스터를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그림으로 그린 포스터를 다시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듯 하다. 이제와서 7~80년대 풍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의 포스터와 클래식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그림 버전 포스터를 모두 제작한다면 문제될 게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림 버전 포스터도 007 시리즈의 전통 중 하나로 포함시켜서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제임스 본드 시리즈 포스터만 갈수록 시원찮아진 게 아닌 듯 하다. 요즘 영화 포스터들 중에는 돈 주고 사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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