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1일 화요일

007 시리즈 주제곡 워스트 11

007 시리즈 주제곡 중에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부 다 그런 건 아니다. 도대체 이런 노래가 왜 007 시리즈 주제곡이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곡들도 있다.

그래서 한 번 모아봤다.

이전 포스팅에서 베스트 11을 추려봤으니 이번엔 워스트 11 차례.

12. Moonraker

영국 여가수, 셜리 배시가 부른 세 번째 007 시리즈 주제곡은 11탄 '문레이커(Moonraker)'다. 다른 뮤지션들은 다들 한 번씩밖에 007 주제곡을 부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셜리 배시는 세 번씩이나 불렀다.

'문레이커' 주제곡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셜리 배시는 이 곡을 그녀의 노래로 간주하지 않는다. 원래 쟈니 매티스(Johnny Mathis)가 부르기로 되어있던 곡을 셜리 배시가 막판에 넘겨받아 완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셜리 배시가 부른 이전의 007 주제곡들에 비하면 약간 부족한 듯 하지만 '문레이커'도 나쁘지만은 않은 007 시리즈 주제곡 중 하나다.


13. Goldeneye

제목에 '골드'가 들어갔기 때문일까? 티나 터너(Tina Turner)가 부른 007 시리즈 17탄 '골든아이(GoldenEye)' 노래는 썩 나쁘지 않지만 셜리 배시 스타일을 모방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곡이다.


14. All Time High (Octopussy)

미국 여가수, 리타 쿨리지(Rita Coolidge)가 부른 007 시리즈 13탄 '옥토퍼시(Octopussy)' 주제곡, 'All Time High'는 로맨스 영화 주제곡처럼 들리는 곡이다. 곡 자체는 그런대로 나쁘진 않았지만 영화 '옥토퍼시'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약간 로맨틱한 제임스 본드 영화의 주제곡이었다면 모르지만 제임스 본드가 인도에서 악어와 호랑이에 쫓기는 거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분위기의 영화였던 '옥토퍼시'의 주제곡으로는 부적합해 보였다.


15. Licence to Kill

글래디스 나잇(Gladys Knight)이 부른 007 시리즈 16탄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 주제곡도 평균수준의 곡이다. 제목만 '라이센스 투 킬'일 뿐 007 주제곡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


16. The Man with the Golden Gun

룰루(Lulu)가 부른 007 시리즈 9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 주제곡은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아니라 액션 코메디 영화에 더욱 잘 어울릴 듯한 곡이다.

물론, 로저 무어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였던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가 007 시리즈보다는 액션 코메디 영화에 보다 가깝게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주제곡까지 그 분위기에 장단을 맞출 필요는 없었다.


17. You Know My Name (Casino Royale)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이 부른 007 시리즈 21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주제곡 'You Know My Name'은 무언가 강렬하고 독특하면서도 007 시리즈와 잘 어울리는 곡을 기대했던 팬들을 실망시켰다. 톰 존스가 불렀던 6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 주제곡 '썬더볼'과도 비슷하게 들리는 새로울 게 없는 평범한 곡이 전부였다.


18. Tomorrow Never Dies

셰릴 크로우(Sheryl Crow)가 007 시리즈 18탄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 주제곡을 부르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 '왜 하필이면 그녀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멋진 뮤지션이라는 데엔 이의가 없지만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부를 가수로는 적합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몽롱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스파이 영화 주제곡으로 제법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셰릴 크로우의 '투모로 네버 다이스'는 아니었다.


19. The World is not Enough

Garbage가 부른 007 시리즈 19탄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주제곡은 분위기만 한껏 잡은 게 전부였을 뿐 지루한 곡이었다. Garbage의 'The World is Not Enough'를 처음 들어본 순간 007 시리즈 주제곡이 왜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해졌냐는 생각이 들으니 말 다했겠지?


인지도 면에서는 Garbage나 셰릴 크로우만 못하겠지만 이런 분위기의 곡은 포티스헤드(Portishead)에게 맡기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제작진이 어떤 스타일의 곡을 원했는지는 알 것 같은데 뮤지션을 계속해서 잘못 선택한 것 같다.


20. Another Way to Die (Quantum of Solace)

잭 화이트(Jack White)와 앨리씨아 키스(Alicia Keys)가 듀엣으로 부른 007 시리즈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주제곡 'Another Way To Die'는 듀엣으로 부른 첫 번째 007 주제곡이다.

일단 첫 번째로 007 듀엣곡을 부른 잭 화이트와 앨리씨아 키스에 축하를 보낸다.

하지만 ;해피모드'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록과 소울이 어색하게 뒤섞인 엉거주춤한 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

'Another Way To Die'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에 코크 제로(Coke Zero) TV광고를 통해 인스트루멘탈 버전이 먼저 공개되었는데, 이 때만해도 '혹시나' 했다. 그래도 인스트루멘탈 버전은 제법 들어줄 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컬 버전을 듣고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는 듀엣으로 부른 007 주제곡이 더이상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


21. Die Another Day

007 시리즈 주제곡이 항상 잔잔한 팝, R&B, 발라드곡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듀란 듀란의 'A View to A Kill'이 크게 성공했던 것처럼 약간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마돈나(Madonna)가 부른 007 시리즈 20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주제곡은 좀 심했다. 그녀가 부른 '다이 어나더 데이'를 처음 들은 순간 나중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007 주제곡을 부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22. The Living Daylights

듀란 듀란이 '뷰투어킬'로 미국 빌보드 챠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노르웨이 밴드, 아하(A-Ha)가 007 시리즈 15탄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 주제곡을 불렀다.

듀란 듀란이 했던 것처럼 아하도 익사이팅한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준비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리빙 데이라이트' 주제곡을 처음 들어본 순간 내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는...

"아이그마니나..."


프리텐더(Pretenders)가 부른 'Where Has Everybody Gone'을 주제곡으로 하는 게 차라리 나을 뻔 했다.


프리텐더가 부른 '리빙 데이라이트' 엔딩 타이틀, 'If There Was a Man'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리빙 데이라이트' 사운드트랙 앨범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아하의 주제곡만 뺀 나머지 존 배리(John Barry)의 음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리빙 데이라이트'가 존 배리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였다는 것이 아쉬울 뿐.



하지만, 메인 타이틀만 놓고 따지면 '리빙 데이라이트'가 007 시리즈 최악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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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

  1. 제 생각엔 정말 쉐릴 크로의 "Tomorrow Never Dies"는 정말이지 끔찍했다고 봅니다.
    전혀 그녀의 스타일과는 다른 곡을 억지로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차라리 쉐릴 크로 본연의 스타일인 어메리칸 루츠 락에 가까운 스타일로 부르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어메리칸 락이 본드와 잘 어울리지는 않겠지만요...^^
    싱어송라이터인 크로가 다른 사람의 전혀 분위기가 어울리지않는 곡을 받아 부른다는 것이 정말 의아했습니다.

    "You Know My Name"은 나름대로 맘에 들었었습니다.
    "Die Another Day"가 약간 밍숭맹숭한 맛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크리스 코넬의 박력있는 목소리는 맘에 들었었습니다.
    그래도 본드 주제곡으로는 좀 떨어지지만요.
    제가 원래 사운드가든의 팬이어서 그랬나봅니다...^^

    암튼 007 주제곡은 대체로 영국가수들곡이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Lulu의 경우는 제외하구요...
    미국 가수들 곡중 최고는 역시 칼리사이먼의 곡이겠죠~^^
    칼리사이먼도 싱어송라이터지만 다른 사람의 곡을 받아서 정말 멋지게 불러줬는데, 쉐릴 크로우는 왜그랬을까요?^^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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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만약 셰릴 크로우가 그녀 스타일로 불렀다면 더 큰일났을 겁니다...^^

    제 생각엔, 칼리 사이먼은 007 주제곡에 어울리는 스타일의 가수였고, 곡도 참 좋았기 때문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셰릴 크로우의 경우는 둘 다 아니었구요...ㅡㅡ; 도대체 왜 그녀에게 007 주제곡을 맡겨는지 모르겠습니다.

    007 주제곡이 아카데미 주제곡상 받는 걸 보고싶은데 가능하려나 모르겠습니다. 꼭 받아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여지껏 날려버린 기회가 아까워서라도 한 번은 받아야 하는게 아니냔 생각이거든요. '본드23' 주제곡으로 가능하려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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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개인적으로 가장 미천하게 꼽으신 Living Daylights가 가장 달튼표 본드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딱걸려들었네요.

    어제 BEST를 꼽으셨는데 그 가운데 없어서 혹시나 했는데
    헉! worst 썸네일에 아하의 세맴버가 쿨럭 ㅋㅋ

    아직 저의 007 소양이 부족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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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아이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이 대성공을 거두자 인기밴드에 주제곡을 한 번 더 맡기려 했다가 역효과를 낸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뷰투어킬'과 바로 비교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실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아하의 'Stay On These Roads' 앨범을 갖고있었는데요, '리빙 데이라이트'보다 좋은 곡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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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제 짧은 생각에는 말이죠.
    역시 007 주제곡은 그래도 영국 가수들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A View to a Kill"이후로는 계속 다른 나라 가수들이 담당하고 있는데요.
    a-ha는 영국이 주무대긴 했지만 노르웨이 출신이고...
    Garbage도 셜리 맨슨은 영국 사람이지만, 사운드의 키를 쥐고 있는 Butch Vic도 미국 사람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영국 가수들 음악이 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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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a-ha의 "The Living Daylights"의 인트로부분은 나름대로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의 나이브한 분위기가 곡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Bond #23의 주제곡은 Duran Duran에게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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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사실 저는 노래가 시작할 때 "삐리비리비~" 하면서 서부영화 분위기가 나는 데서부터 별로 맘에 안들었습니다. 뭐 그래도 "Set my hopes up way too high, living's in the way we die" 하는 데까진 그런대로 OK였는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죠.

    듀란 듀란이 한 번 더 부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콴텀 오브 솔래스' 때에도 듀란 듀란 루머가 나왔었고, 듀란 듀란은 기회가 오면 또 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뷰투어킬'과 같은 걸작이 또 나오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요?

    주제곡을 부를 뮤지션도 중요하지만 데이빗 아놀드를 갈아치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의 음악에 질린 지가 벌써 10년째입니다. 그러고보니 진짜로 10년이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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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맞습니다...^^
    예전 존 베리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정말 예전에 철없을때는 아이언 메이든이 007 주제곡을 불러주길 바랬었던적도 있었습니다...ㅋㅋㅋ
    아니면 Asia도 잘 어울릴것이라고 생각했었죠...ㅋㅋㅋ

    아이언 메이든과 제임스 본드라...ㅋㅋㅋ
    지금생각해도 웃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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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전 AC/DC가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불러야 한다는 사람도 본 적 있는 걸요...ㅋㅋ

    마빈 햄리쉬, 빌 콘티, 존 배리 등 쟁쟁한 음악가들이 007 음악을 맡았을 때 훌륭한 주제곡들이 나온 게 우연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90~2000년대 007 주제곡이 시원찮은 책임이 전적으로 아놀드에 있는 건 아니지만 멋진 007 주제곡을 작곡할 능력이 있는지 좀 의심스럽습니다. 주제곡을 부를 뮤지션과 공동작업을 하더라도 멋진 007 주제곡이 나오도록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도 의심스럽구요. 007 음악을 담당하는 작곡가가 (존 배리처럼) 빵빵하다면 주제곡 퀄리티를 업시키는 데 적지않은 도움이 될거라 믿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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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무튼 베스트는 이견을 달 수가 없다는데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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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워스트는 좀 그래도 베스트 탑3는 사실 정해져있는 셈이나 다름없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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