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6일 목요일

내가 반바지를 안 입는 이유

나는 반바지를 입고 외출하지 않는다. 4계절이 여름인 곳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도 반바지와는 인연이 없다. 마지막으로 반바지를 입고 외출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렸을 적부터 반바지 입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 반바지를 싫어하냐고?

글쎄... 반만 입은 것 같아서 일까?

사실 해프닝이 있었다.

하루는 집에서 반바지를 입고 친구들 여럿과 함께 거실에 앉아있었는데 여자애 둘이 갑자기 내게 슬금슬금 다가오더라.

여자애1: 우와! 이 오빠 다리 좀 봐! 너무 잘 빠졌어!
나: ?
여자애2: (내 다리 옆에 자신의 다리를 대 보며) 내 다리 보다 날씬해!
나: ??
여자애1: (다리털을 쓰다듬으며) 다리털만 깎으면 내 다리보다 예쁘겠는데?
나: 어허...
여자애2: (양손으로 내 허벅지 두께를 재 보며) 이 오빠 허벅지 두께 좀 봐!
나: 어디까지 올라오냐 이것들아, 그만 만져!

하지만, 이것들이 나중엔 '오빠'가 아니라 '언니'라고까지 하는데 이거 참...ㅠㅠ

이 사건 이후부터는 집에 여자들이 찾아오면 무조건 긴바지로 갈아입는 버릇이 생겼다. 외출할 때에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반바지를 못 입게됐다. 이래뵈도 나도 아주 마초적인 놈인데 여자애들한테서 '여자다리 같다', '잘 빠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 충격이 오죽했겠수?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여름에 산책을 나가면서도 항상 긴바지를 고집하는 나를 보며 '너무 점잔빼는 게 아니냐'고도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까!

(최근들어 운동부족이 너무 심한 것 같아서 며칠 전부터 매일같이 산책을 하는 중)

그런데 나만 반바지 입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007 시리즈에서 가젯매스터, Q로 출연했던 데스몬스 류웰린(Desmond Llewelyn)도 반바지 입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류웰린은 1965년 제임스 본드 영화 '썬더볼(Thunderball)'과 1967년작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서 반바지 패션을 선보였다.

자, 그렇다면 류웰린의 각선미(?)를 한 번 감상해 봅시다.

(Sorry Q!)







믹시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