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9일 토요일

'셔터 아일랜드' 영화로도 성공할까?

지난 6월 레오나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주연의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의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셔터 아일랜드'는 원래 10월 개봉예정이었다가 2010년 2월로 미뤄진 것으로 최근 확인된 바로 그 영화다.

레오나도 디카프리오와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또다시 함께 만든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미국 소설가 데니스 리헤인(Dennis Lehane)의 동명소설을 기초로 한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다.

영화 트레일러를 보자마자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 서점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데니스 리헤인의 소설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2003년에 발표한 소설인데 서점에 왜 없는가 물었더니 8월에 영화 포스터를 커버아트로 한 무비 타이-인(Tie-in)판이 출시된다고 했다. 물론 온라인으로는 일반 페이퍼백 구입이 가능했지만 책 한 권 주문한 것 때문에 성가시게 배달을 기다리고 자시고 하느니 무비 타이-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동네 서점에서 페이퍼백을 발견! 지금은 무비 타이-인판이 출시될 때까지 거진 다 기다렸는데 갑자기 페이퍼백 버전이 눈에 띈 것이다.



자 그럼 읽어봐야겠지?

우선 스토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테디 대니얼스와 척 아울이라는 2명의 연방 보안관이 페리를 타고 섬에 도착한다.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라 불리는 이 섬에는 정신질환을 앓고있는 매우 위험한 범죄자들을 치료하는 애쉬클리프 병원이 있다.



2명의 연방 보안관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레이첼 솔란도라는 여성환자가 병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병실 문은 잠겨있었고,곳곳마다 경비가 지키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가 병원건물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장, 존 카울리는 레이첼이 마치 증발해 버린 것 같다고 말한다.



레이첼의 병실을 조사하던 테디 대니얼스는 그녀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미스테리한 메모를 발견한다.



애쉬클리프 병원에는 3개 병동에 66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레이첼의 메모엔 '67은 누구냐'고 되어있다. 테디는 의사들에게 67번 째 환자의 존재여부를 묻지만 이들은 테디의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테디가 사별한 아내가 나오는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카울리가 준 아스피린이 잘못된 것일까? 그의 담배에 무엇이 들어있었던 것일까? 이곳은 정상적인 병원이 아니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매우 위험한 실험을 하는 곳이라도 되는 것일까?



또, 가장 위험한 환자들을 수용한다는 C병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병원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던 테디는 병원측이 그를 섬밖으로 내보낼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사이좋게 손 흔들며 "빠이빠이" 하면서 섬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옵션은 탈출뿐!



소설이 아니라 지난 6월에 공개된 영화 트레일러를 설명한 것처럼 보이게 됐지만 이쯤 되었으면 '셔터 아일랜드'가 어떤 내용인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영화 트레일러를 처음 봤을 때는 미스테리/호러물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호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스타일의 추리소설인 것도 아니었다. 테디와 척이 감쪽같이 사라진 여성환자 사건을 수사하는 부분에선 클래식 추리소설 분위기가 났지만 '셔터 아일랜드'는 범죄 미스테리와는 거리가 있는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레이첼이 그녀의 독방에서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혹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게 누구인지, 병원을 빠져나갔다면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그녀가 남긴 알 수 없는 메모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등 풀어야 할 미스테리가 많아보였다. 하지만 '셔터 아일랜드'는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추리소설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그쪽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차차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책의 중간까지는 숨 돌릴 틈 없이 읽어내려갔으니까. 그런데 중간을 넘어서면서부터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레이첼 솔란도 실종사건이 미스테리의 중심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풀어야 할 미스테리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무엇에 대한 미스테리냐가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분위기도 바뀌었다. 숫자퍼즐, 아나그램 퍼즐 등 레이첼 솔란도 실종사건의 단서들을 파헤치던 데서 'The Silence of the Lambs'를 연상케 하는 위험한 정신질환자들, 비디오게임 '사일렌트 힐(Silent Hill)'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악취가 진동하는 어두운 병동, 약물, 환각 등 매우 혼란스러운 분위기로 변했다. 그러나 테디와 척이 섬에 도착해 레이첼 사건 수사를 시작하던 때 만큼의 재미는 없었다.

엔딩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상당히 쇼킹한 엔딩이라고 해야겠지만 이야기가 그쪽을 향해 가는 것 같다는 눈치를 이미 받은 이후였기 때문에 크게 쇼킹하다고 할 게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가능성들을 생각해뒀고, '혹시 이러저러하게 되는 게 아니냐'고 추측했었는데 여기에 딱 들어맞았다.

물론, 마지막까지 다 읽기 전에 스토리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 눈치챌 수 있는 미스테리 소설들은 많다. 추리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비록 결말이 예상했던 데서 벗어나지 않았어도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셔터 아일랜드'는?

아무래도 '시작은 아주 좋았으나 마지막은 평범한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작은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50년대 배경, 정신병원, 실종 미스테리, 환각증세 등 섹시한 재료들을 이용해 그럴싸해 보이는 미스테리 스릴러를 만들고자 한 것 같았지만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제법 흥미진진했고 반전도 있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짚어보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미스테리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충분하게' 만족시킬 만 한 지 잘 모르겠다.

자, 그렇다면 이 소설이 영화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고, 레오나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테디 역)을 맡았으니 실망스럽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 리뷰어들로부터 'XXXX를 능가하는 쇼킹한 반전'이라는 평을 들을 만 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영화 트레일러를 호러영화로 오해하기 딱 알맞게 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만 관객들이 얼마나 빨리 '셔터 아일랜드'의 가려진 미스테리를 꿰뚫어 볼지, 쇼킹한 반전의 효과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베테랑 영화인들이 만든 영화니까 잘 했으리라 기대되지만 약간 걸리는 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개봉이 2010년 2월로 미뤄졌으니 천상 그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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