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TV 시리즈 '캐슬'은 괜찮은데 소설 '히트 웨이브'는...

ABC의 TV 시리즈 '캐슬(Castle)'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극중 남자 주인공, 리처드 캐슬이 인기 추리소설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있을 것이다.

그가 새로운 소잿감을 찾기위해 여형사 케이트 베켓을 비롯한 실제 뉴욕 형사들과 함께 범죄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있을 것이다.

그리고 캐슬이 케이트 베켓을 모델로 한 새로운 캐릭터 니키 히트(Nikki Heat)를 탄생시켰다는 것도 물론 알고있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이 책이 실제로 출판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수?

그렇다. 극중에서 리처드 캐슬이 발표했던 '히트 웨이브(Heat Wave)'가 실제로 출판되었다.



앞면 표지에 'RICHARD CASTLE'이라는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인쇄된 것만 보면 마치 리처드 캐슬이라는 작가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히트 웨이브'를 실제로 쓴 작가는 - 아주 당연하겠지만 - 따로 있다. 리처드 캐슬은 ABC의 TV 시리즈 '캐슬'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일 뿐 실재하는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표지 뒷면에 인쇄된 사진의 주인공은 배우 네이단 필리언(Nathan Fillion)의 사진이다. '캐슬' 시리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필리언은 극중에서 리처드 캐슬을 연기하는 배우다. 극중 캐릭터인 리처드 캐슬이 실제로 쓴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하기 위해 캐슬/필리언의 사진을 뒷면에 인쇄한 것이다.

설마 리처드 캐슬이 네이단 필리언의 '필명'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없겠지?



이쯤되었으면 진지하게 읽을 만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히트 웨이브'는 TV 시리즈에 나왔던 소설이 실제로 출판되었다는 것을 빼곤 건질 게 없는 책이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인 것은 사실이고, TV 시리즈 '캐슬'과 겹치는 부분들이 여러 곳 눈에 띄기도 했지만 추리소설다운 추리소설은 아니었다. TV용 형사/수사 시리즈를 책으로 옮겨놓은 듯한 수준에 불과했다. TV 시리즈 '캐슬'을 위해 준비했던 스크린플레이에 살을 붙여 소설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TV 시리즈 '캐슬'과 소설 '히트 웨이브'의 차이점이라곤 소설가 리처드 캐슬을 기자 제임슨 룩(Jameson Rook)으로, 케이트 베켓 형사를 니키 히트 형사로 등장 캐릭터들의 이름을 바꾼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이름이 '리처드 캐슬'로만 되어있을 뿐이라서 '히트 웨이브'를 실제로 쓴 작가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있다. 하지만, 비록 소설의 모양새를 갖추긴 했지만 미스테리 소설보다는 스크린플레이에 더 가깝게 보이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찌됐든 이런 류의 소설들은 재미삼아 읽는 책들인 만큼 재미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그리 재미가 없었다는 게 문제다. 액션과 섹스도 있고, 유머도 풍부한 편인 만큼 가볍게 읽을 만한 스릴러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들은 그런대로 갖춘 편이라고 할 수 있지다. 그러나 스토리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범인이 누구인지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요새 나오는 형사/수사물을 보면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범인이 누구인지 금새 짐작이 간다는 것인데 '히트 웨이브'도 예외가 아니었다. 워낙 흔하고 평범한 미스테리라서 범인이 누군지 빤히 보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바로 그가 범인이요'라고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서 였을까? 200페이지에 불과한 책이 2000페이지가 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미스 마플(Miss Marple)'이나 'Murder She Wrote' 수준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책을 출판할 정도라면 무언가 읽을 거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히트 웨이브'는 평범한 TV용 형사/수사물 스크린플레이를 읽고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캐슬' TV 시리즈 에피소드 줄거리로는 쓸 만한 내용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책으로 읽고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믹시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