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빌 파셀스, 'The Man with Midas Touch'

NFL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빌 파셀스(Bill Parcells)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빌 파셀스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80년대에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를 두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 헤드코치라는 사실?

90년대초 대책없을 정도로 약팀이었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의 헤드코치를 맡아 - 비록 브렛 파브(Brett Favre)의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에 패하긴 했지만 - 수퍼보울에 진출시켰다는 사실?

90년대 후반 대책없을 정도로 약팀이었던 뉴욕 제츠(New York Jets)의 헤드코치를 맡아 플레이오프 팀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2000년대초 3시즌 연속 5승11패의 부진에 허덕이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헤드코치를 맡아 플레이오프 팀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아니면, 브렛 파브 저리가라 할 만큼 은퇴발표와 NFL 복귀를 자주 했다는 사실?

이것도 아니라면, 본드팬들의 눈에는 왠지 골드핑거(Goldfinger)와 많이 닮아 보인다는 사실?



그렇다. 바로 골드핑거다.

단지 비슷한 외모 때문이 아니다. 파셀스가 금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빌 파셀스 역시 'The Man with Midas Touch'이기 때문이다.

빌 파셀스의 손이 닿은 팀들은 모두 플레이오프, 수퍼보울 팀으로 탈바꿈했다. 90년대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뉴욕 제츠, 2000년대의 달라스 카우보이스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2000년대 후반의 마이애미 돌핀스(Miami Dolphins)도 있다. 카우보이스를 끝으로 NFL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듯 했던 파셀스는 ESPN 풋볼 애널리스트로 다시 돌아오는 듯 했으나 마이애미 돌핀스의 바이스 프레지던트로 컴백했다.

그 결과?

BEFORE - 파셀스가 ESPN에 있었던 2007년 시즌 마이애미 돌핀스는 1승15패를 기록했다.

AFTER - 그러나 파셀스가 돌핀스의 바이스 프레지던트가 된 2008년 시즌엔 11승5패의 플레이오프 팀이 되었다.

마이애미 돌핀스는 8~90년대를 풍미했던 수퍼스타 쿼터백 댄 마리노(Dan Marino)가 은퇴한 뒤 그의 뒤를 이을 쿼터백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뚜렷한 프랜챠이스 쿼터백 없이 들쑥날쑥한 성적을 내던 돌핀스는 2005년 대학 풋볼팀 루이지애나 주립대(LSU) 헤드코치였던 닉 세이반(Nick Saban)을 신임 헤드코치로 임명했다. 칼리지 풋볼의 스타 헤드코치를 데려와 기초부터 다시 쌓아올리려 한 것이다. 그러나 세이반은 2006년 시즌을 끝으로 대학팀인 알라바마 대학(University of Alabama)으로 떠나버렸다. 그가 알라바마로 간다, 안 간다 루머가 무성했으나 결국은 가는 것으로 밝혀졌고, 그 결과 돌핀스의 2007년 시즌 성적은 1승15패가 되었다.

익사 위기에 처한 돌핀스 구조작전에 나선 것은 'Tuna'였다. 바로 빌 파셀스다. 돌핀스의 바이스 프레지던트직을 맡은 파셀스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시절 함께 했었던 토니 스파라노(Tony Sparano)를 돌핀스의 신임 헤드코치로 임명했고, 뉴욕 제츠 시절 그가 드래프트했던 쿼터백 채드 패닝턴(Chad Pennington), 달라스 카우보이스 시절 드래프트했던 타잇엔드 토니 파사노(Anthony Fasano) 등 낯익은 얼굴들을 마이애미로 끌어모았다. 빌 파셀스의 주특기인 '파셀스의 보이들 모으기'를 마이애미에서도 한 것이다. 여기에 전체 NFL 팀들이 따라하려고 할 정도로 대유행을 시킨 와일드캣(Wild Cat) 오펜스를 곁들였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돌핀스의 2008년 시즌 성적은 11승5패! 2007년 1승15패였던 팀이 바로 다음 해에 11승5패의 플레이오프 팀이 된 것이다.

그러나 2009년 시즌은 작년처럼 순탄치 않아 보였다. 시즌을 0승3패로 시작한 데다, 주전 쿼터백 채드 패닝턴이 시즌엔딩 어깨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0승3패로 시작한 것을 만회해야 하는 판에 주전 쿼터백까지 잃은 것이다.

작년의 11승5패를 다시 한 번 달성하기를 기대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할 것으로 보였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금년엔 틀린 것 같았다.

그.러.나...

파셀스가 드래프트한 또하나의 쿼터백이 있었다. 이번엔 마이애미 돌핀스에 와서 드래프트한 쿼터백이다.

바로 채드 헤니(Chad Henne).



그러나 NFL 경력 2년차의 채드 헤니에 큰 기대를 한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돌핀스의 주전 쿼터백이 된 이후 연달아 2승을 챙겼다. 먼데잇 나잇 경기에선 디비젼 라이벌인 뉴욕 제츠까지 31대27로 꺾었다. 뉴욕 제츠의 수비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2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는 등 제법이었다.

특히 4쿼터에 터진 53야드 터치다운 패스는 예술이었다.





뉴욕 제츠의 루키 쿼터백 마크 산체스(Mark Sanchez)는 물건이 될 줄 알았지만 채드 헤디는 약간 조심스러웠는데 이 친구 역시 물건인 듯 하다.

드디어 마이애미 돌핀스가 댄 마리노의 뒤를 이을 프랜챠이스 쿼터백을 찾은 것일까?

조금 더 두고봐야겠지만 가능성이 보인다. 단지 실력뿐만이 아니다. 빌 파셀스의 눈에 든 선수라는 게 중요하다. 파셀스는 90년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쿼터백이었던 드류 블레소(Drew Bledsoe)를 드래프트했고,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시절엔 은퇴한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의 뒤를 이을 프랜챠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를 찾았다. 채드 헤니는 빌 파셀스가 2008년에 드래프트한 쿼터백이다. 그러므로 이번엔 채드 헤니의 차례가 될 수도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트로이 에인맨의 뒤를 이을 프랜챠이스 쿼터백을 찾아줬던 것처럼 이번엔 마이애미 돌핀스에서 댄 마리노를 대신할 프랜챠이스 쿼터백을 찾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 빌 파셀스는 'The Man with Midas Touch'다.



믹시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