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파브, NFL 32개팀을 모두 이긴 사나이 되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NFL의 32개 팀 중 31개 팀을 상대로 승리를 기록한 쿼터백이었다. 그러나 금년엔 남아있었던 마지막 한 팀까지 꺾어버리고 NFL 사상 최초로 32개 팀 모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선수가 되었다.

바로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의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에 대한 이야기다.

브렛 파브가 여지껏 이겨보지 못했던 팀은 바로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였다. 브렛 파브가 유독 패커스에 약했던 것이 아니다. 그가 패커스에서 16년간을 뛰는 바람에 NFL 정규시즌에서 그린베이를 상대로 경기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시즌을 끝으로 그린베이를 떠난 브렛 파브는 2008년 은퇴발표를 번복하고 뉴욕 제츠(New York Jets)에 입단했으나 아쉽게도 패커스와 대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2008년 시즌을 마치자 마자 또다시 은퇴를 발표했던 브렛 파브는 2009년 시즌 개막이 다가오자 또다시 은퇴발표를 번복하고 이번엔 그린베이 패커스의 디비젼 라이벌 팀인 미네소타 바이킹스에 입단했다.

미네소타 바이킹스와 그린베이 패커스는 디비젼 라이벌이라서 1년에 두 차례씩 맞붙는다. 이렇게 해서 만 39세의 쿼터백은 그린베이 패커스와 대결할 기회를 잡게 되었다.

파브의 첫 번째 기회는 10월5일 미네아폴리스에서 벌어진 그린베이 패커스와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먼데이 나잇 풋볼이었다.

그린베이 패커스 수비는 NFL 최고의 러닝백으로 불리는 바이킹스의 에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펄펄나는 피터슨을 꽁꽁 묶어두고 노장 브렛 파브를 압박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브렛 파브는 그린베이 패커스 수비를 상대로 3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인터셉션도 0, 색(Sack)도 0이었다. 에드리언 피터슨은 번번히 패커스의 수비에 막혔을 뿐만 아니라 펌블 리턴 터치다운까지 내주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를 펼쳤지만 브렛 파브의 패싱어택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경기의 주인공은 브렛 파브지만 바이킹스의 승리로 이끌 주인공은 에드리언 피터슨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경기의 주인공도 파브였고 승리주역도 역시 그 였다.

그린베이 패커스 쿼터백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를 무려 여덟 차례나 색을 한 바이킹스 수비도 빛났다. 바이킹스 수비는 인터셉션 1개, 펌블 1개, 세이프티 1개를 보태며 마지막까지 추격해 온 패커스를 30대23으로 따돌리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해서 브렛 파브 vs 그린베이 패커스 1차전은 파브의 승리로 돌아갔다. 파브는 이번 승리로 NFL 32개팀 모두를 상대로 승리를 기록한 첫 번째 선수가 되었고, 바이킹스는 4승무패가 됐다.

그런데 나는 누굴 응원했냐고?

나는 패커스 팬도 아니고 바이킹스 팬도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브렛 파브를 응원하지 않을 수 있으랴! 20여년동안 NFL 팬들을 즐겁게 해줬던 '레전드'를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었겠냔 말이다.

은퇴발표를 두 번씩이나 번복하는 바람에 '뻥장군'이 되긴 했어도 NFL 팬 중 브렛 파브가 은퇴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브렛 파브라고 하면 지난 20여년간의 멋진 하이라이트와 추억들이 자동으로 떠오르는데 그를 놔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가 쇠퇴기에 접어들어 더이상 주전 쿼터백을 맡지 못하게 되었다면 세월앞에 장사가 없는 만큼 보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브렛 파브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다음주에 만으로 마흔이 되는 양반이 그린베이 패커스를 상대로 300야드 이상을 던졌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브렛 파브는 수퍼보울 우승도 해봤고, 수많은 NFL 기록들을 보유했으며, 은퇴하면 바로 NFL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퍼스타인 만큼 더이상 증명해 보일 것도, 도전할 것도 남아있지 않다. 다만 계속해서 뛰고싶을 뿐이다. 높은 퀄리티의 플레이를 계속 할 수 있는 한 뛰고싶을 뿐이다.

I'm rooting for you, Brett! Go get the RING!!

마지막으로...

브렛 파브라고 하면 지난 90년대 생각이 난다. 바이킹스 헬멧을 쓴 브렛 파브가 그린베이 패커스와 대결하는 것을 지켜 본 많은 풋볼팬들과 패커스 팬들도 수많은 옛기억들이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브렛 파브 vs 그린베이 패커스 경기를 보면서 이 노래가 생각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