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1일 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13년만에 플레이오프 승리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플레이오프 경기를 마지막으로 이겼던 것은 1996년 시즌이었다.

10승6패로 NFC East 챔피언에 올랐던 1996년 카우보이스는 텍사스 스테디움을 방문한 와일드카드 상대,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를 박살냈었다.

그런데 1996년엔 누가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있었냐고?

토니 로모(Tony Romo)가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대신 쿼터백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 러닝백 에밋 스미스(Emmitt Smith), 와이드리씨버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 있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1992년, 1993년, 1995년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이들은 당시 'Triplet'으로 불렸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인디애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 러닝백 에져린 제임스(Edgerrin James), 와이드리씨버 마빈 해리슨(Marvin Harrion)이 '제 2의 트리플렛'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들 이전에 에익맨-스미스-얼빈 3총사가 있었다.

에익맨-스미스-얼빈 3총사 중 에익맨과 얼빈은 이미 NFL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삼총사 중에서 가장 늦게 은퇴한 에밋 스미스는 금년에 입성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왼쪽부터: 트로이 에익맨, 에밋 스미스, 마이클 얼빈

그렇다. 90년대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의 멤버들의 1996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카우보이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경기를 이긴 적이 없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있었지만, 어찌 된 게 단 한 개의 플레이오프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카우보이스는 완전히 무너진 팀을 재활시키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빌 파셀스(Bill Parcels)까지 헤드코치로 모셔왔지만, 그도 플레이오프 승리에 실패했다. 게다가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는 12월만 되면 죽을 쑤는 버릇까지 있었던 바람에 대다수의 NFL 팬들은 토니 로모가 주전 쿼터백으로 있는 한 카우보이스가 수퍼보울을 우승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토요일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프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를 직접 보러 온 10세 소년이 경기장에 가져 온 플래카드를 보면 카우보이스가 플레이오프와 얼마나 인연이 없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I've waited 13 years for this: Playoff Victory.
& I'm only 10 years old!

저 10세 소년의 플래카드를 카우보이스가 읽은 것일까?

2009년 카우보이스가 '드디어' 해냈다. 13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승리에 성공한 것이다. 12월부터 죽을 쑤기 시작하다 플레이오프까지 말아먹곤 하던 쿼터백, 플레이오프 승리를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0승4패) 헤드코치를 둔 2009년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드디어' 플레이오프 승리에 성공한 것!

그렇다. 지난 토요일 승리는 쿼터백 토니 로모와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Wade Phillips)의 첫 번째 플레이오프 승리였다.

FINALLY~!


한 시즌에 같은 팀을 상대로 3전 전승을 올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므로 많은 사람들이 필라델피아 이글스에 돈을 걸었을 것으로 보인다. 10년이 넘도록 플레이오프 경기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팀에 돈을 걸고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승리는 카우보이스의 것이었다.

카우보이스의 우세는 1쿼터에서부터 나타났다. 하지만 패널티 등으로 인해 득점에 실패하면서 1쿼터를 0대0으로 마쳤다. 이 때만 해도 카우보이스의 플레이오프 불운이 떠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쿼터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카우보이스가 '드디어' 터치다운에 성공한 것이다.


▲카우보이스 타잇엔드 존 필립스(John Phillips)의 터치다운 캐치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을 뿐, 카우보이스는 바로 뒤돌아 서서 이글스에게 동점 터치다운을 내줬다. 이글스 주전 쿼터백 도노반 맥냅(Donovan McNabb)을 대신해 들어온 마이클 빅(Michael Vick)이 느닷없이 패스를 한 덕분이다.

마이클 빅이 맥냅을 대신해 들어오자 카우보이스 수비는 러닝공격을 예상했다. 그러나 마이클 빅은 와이드리씨버 제레미 매클린(Jeremy Maclin)에게 76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제레미 매클린(동그라미 안)에게 패스하는 마이클 빅

카우보이스가 득점하자마자 이글스에게 허무하게 동점 터치다운을 내주는 게 왠지 분위기가 안 좋아 보였다. 10년이 넘도록 플레이오프 불운에 시달렸던 팀인 만큼 더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이어진 카우보이스 공격에서 토니 로모가 인터셉트를 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카우보이스 엔드존 코앞에서 말이다.

드디어 카우보이스의 플레이오프 죽쑤기 파티가 시작하는 듯 했다.

그러나 리플레이 리뷰 결과 인터셉트가 아닌 패스실패로 판명되면서 가까스로 실점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컥! 터치다운을 내주자마자 인터셉션?!


▲그러나 리플레이 리뷰 결과 인터셉션이 아닌 것으로 판명

위기를 넘긴 카우보이스는 러닝백 타샤드 초이스(Tashard Choice)의 러싱 터치다운과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17대7로 앞서나갔다.

경기가 생각처럼 풀리지 않자 이글스는 마이클 빅을 다시 투입했다. 카우보이스 수비가 마이클 빅의 장거리 패스에 당해 터치다운을 내줬으니 한 번 더 해보라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엔 마이클 빅이 결정적인 실수를 할 차례였다. 러닝백과 부딪치면서 공을 흘리고 만 것!

마이클 빅의 펌블은 카우보이스의 세 번째 터치다운으로 이어졌다.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의 리씨빙 터치다운이었다.


▲펌블을 하는 마이클 빅


▲마일스 어스틴의 리씨빙 터치다운

팀이 24대7로 여유있게 앞서있으면 필드골도 잘 들어가는 모양이다.

시즌 피날레에서도 짧은 거리의 필드골을 미스했던 카우보이스의 새로운 킥커 션 수이샴(Shawn Suisham)이 '무려' 48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불과 몇 주 전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 유니폼을 입었을 때엔 23야드 필드골을 실축했던 그가 48야드 필드골을 성공시킨 것.


▲48야드라니까 왠지 불안했지만...


▲골포스트 한가운데로 들어가더라...

그렇다. 카우보이스는 2쿼터에만 27점을 냈다.

그러나 이글스 공격은 마이클 빅이 터치다운 패스를 한 번 성공시킨 것을 제외하곤 전반이 끝날 때까지 한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지난 주 시즌 피날레서부터 약간 이상했던 이글스의 공격은 2주 연속으로 정신을 못차리고 헤맸다.

하지만 이글스가 후반에는 전반의 부진을 털고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으므로 아직까지는 카우보이스의 승리를 낙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3쿼터에 달라스 카우보이스 러닝백 필릭스 존스(Felix Jones)가 73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는 순간 사실상 경기가 끝난 셈이나 다름없게 됐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글스가 컴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릭스 존스가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했을 때엔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전 미국 대통령이 카우보이스 오너 제리 존스(Jerry Jones)와 함께 오너 부스에서 서로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필릭스 존스의 러싱 터치다운


▲부시 전 대통령과 카우보이스 오너 제리 존스

이글스는 느즈막하게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34대14로 따라붙었지만, 동점이나 역전을 노리기엔 너무 늦은 뒤였다.

그렇다고 프로선수가 도중에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비록 김이 빠지긴 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노반 맥냅이 도중에 경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비록 경기내내 부진했지만, 도노반 맥냅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는 카우보이스의 라인배커 디마커스 웨어(DeMarcus Ware)에게 쌕+펌블까지 당했다.


▲디마커스 웨어의 '내려치기'에 맞아 공을 놓치는 도노반 맥냅

파이널 스코어는 달라스 34, 필라델피아 14.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디비젼 라이벌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상대로 3전3승을 달성하면서 13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승리를 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2009년 시즌 문을 연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열린 첫 번째 플레이오프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는 의미도 있다.

카우보이스의 다음 상대는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와 수퍼스타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이 버티고 있는 미네소타 바이킹스다. 미네소타 홈경기인데다 바이킹스 홈구장이 돔인 만큼 만만치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승리에 성공한 2009년 카우보이스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지켜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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