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1일 월요일

Before & After: 와일드카드 리매치 승자는?

2009년 와일드카드의 키워드는 '리매치'였다.

지난 토요일 벌어졌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vs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뉴욕 제츠(New York Jets) vs 씬시내티 뱅갈스(Cincinnati Bengals) 모두 시즌 피날레 리매치였다. 카우보이스와 이글스는 같은 장소에서 2주 연속으로 경기를 가졌고, 제츠와 뱅갈스는 장소만 뉴욕에서 씬시내티로 바꿔 다시 붙었다.

일요일 벌어진 애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 vs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도 카우보이스와 이글스 경기처럼 같은 장소에서 2주 연속으로 리매치를 가졌다.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시즌 피날레에서 맞붙진 않았지만, 2009년 시즌 네 째주 뉴잉글랜드 홈에서 경기를 가진 바 있었으므로 이들의 와일드카드 경기도 리매치였다.

그렇다. 2009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 네 경기 모두 리매치였다.

그렇다면 토요일 오후에 제일 먼저 열렸던 뉴욕 제츠와 씬시내티 뱅갈스의 와일드카드 경기부터 되짚어보기로 하자.

New York Jets VS Cincinnati Bengals

뉴욕 홈에서 벌어졌던 제츠와 뱅갈스의 시즌 피날레 결과는 뉴욕 37, 뱅갈스 0이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와일드카드에서 상대할 팀을 뉴욕 제츠와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 중에서 고를 수 있었던 뱅갈스가 뉴욕 제츠에게 져주면서 제츠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뱅갈스가 제츠를 이겼다면 휴스턴 텍산스가 제츠 대신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루키 헤드코치와 루키 주전 쿼터백을 둔 뉴욕 제츠를 보다 쉬운 상대로 파악하고 일부러 져준 게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일리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뱅갈스는 지난 토요일 씬시내티 홈에서 벌어진 뉴욕 제츠와의 와일드카드 경기에서도 패하고 말았다. 와일드카드 파이널 스코어는 뉴욕 제츠 24, 씬시내티 14.

뱅갈스 주전 쿼터백 카슨 팔머(Carson Palmer)는 경기내내 패스가 부정확했던 반면 팔머의 USC 대학 후배인 제츠의 루키 쿼터백 마크 산체스(Mark Sanchez)는 그의 첫 번째 NFL 플레이오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루키 헤드코치와 루키 쿼터백이 그들의 첫 번째 플레이오프 승리를 올리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전직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 쿼터백 조 다이스맨(Joe Theismann)과 전직 워싱턴 레드스킨스 헤드코치 조 깁스(Joe Gibbs)가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서 NFL을 본 사람들도 조 깁스가 워싱턴 레드스킨스 헤드코치였다는 사실을 알고있을 것이다. 하지만 깁스는 80년대부터 90년대초까지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2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헤드코치다. 그 이후 풋볼을 떠나 NASCAR로 종목을 바꿨던 깁스는 2000년대에 들어 부진에 허덕이는 팀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레드스킨스로 컴백했었다.

조 다이스맨은 80년대에 조 깁스가 레드스킨스의 헤드코치였을 당시 주전 쿼터백이었던 선수다. 다이스맨은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의 악동 라인배커 로렌스 테일러(Lawrence Taylor)에게 태클을 당하면서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선수다.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 오펜시브 태클, 마이클 오어(Michael Oher)의 실화를 그린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의 맨 처음에 나오는 바로 그 장면의 주인공이 조 다이스맨이다.



Philadelphia Eagles VS Dallas Cowboys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NFC East에 속한 디비젼 라이벌이라서 매 시즌마다 두 번씩 경기장을 바꿔가며 경기를 치룬다. 2009년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두 경기 모두 이겼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카우보이스와 이글스의 정규시즌 두 번째 매치가 시즌 피날레였고, 만약 카우보이스가 시즌 피날레에서 이기면 바로 다음 주에 벌어지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세 번째 리매치를 갖게 될 수 있게 됐다. 한 시즌에 같은 팀을 세 번 모두 이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므로 카우보이스의 시즌 피날레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 게 유리한 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즌 피날레 결과는 카우보이스 24, 이글스 0.

바로 다음 주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될 팀을 24대0으로 이긴 것이 오히려 카우보이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만큼 더욱 약이 오른 이글스를 상대해야만 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요일 저녁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 나타난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한 주 전 시즌 피날레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와일드카드 리매치에선 빵점패는 면했지만, 여차했으면 또 빵점패를 당할 뻔 했을 정도로 무기력해 보였다.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와일드카드 리매치는 여기서 충분히 다뤘으니, 이번엔 '풋볼팬들이 경기장에 쌍안경을 가지고 가는 유일한 이유'인 치어리더의 사진으로 때우고 넘어갑시다.



Baltimore Ravens VS New England Patriots

2009년 10월 패트리어츠 홈에서 벌어진 발티모어 레이븐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경기 결과는 뉴잉글랜드 27, 발티모어 21.

레이븐스가 충분히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그러나 레이븐스와 패트리어츠의 2009년 시즌 첫 만남은 부상을 털고 돌아온 패트리어츠의 수퍼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를 거친 태클로부터 보호하려던 심판이 패널티 감도 안 되는 태클에 항의하는 브래디의 손을 들어주며 패널티를 선언하는 바람에 레이븐스가 패한 것으로 기억되는 경기다. 바로 이 사건을 계기로 가장 비싼 포지션인 쿼터백을 보호하는 것은 올바르지만 과잉보호하는 것은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톰 브래디는 한 때 팀메이트였던 현 NBC 풋볼 애널리스트, 로드니 해리슨(Rodney Harrison)으로부터 "치마를 입고 나오라"는 놀림을 듣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 일요일 벌어진 와일드카드 리매치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발티모어 레이븐스의 러닝백 레이 라이스(Ray Rice)가 83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문자 그대로 경기 시작하자마자 터치다운이 터쳤다. 레이븐스가 패트리어츠의 오프닝 킥오프 리턴을 한 뒤 바로 다음 플레이가 터치다운이었다.




시작하자마자 터치다운을 내준 패트리어츠는 경기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으며, 지금까지 홈에서 플레이오프 경기를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던 톰 브래디는 인터셉션만 세 개를 당하며 무너졌다. 시즌 피날레에서 와이드리씨버 웨스 웰커(Wes Welker)를 부상으로 잃은 것도 패츠리어츠의 공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파이널 스코어는 레이븐스 33, 패트리어츠 14.

레이븐스 쿼터백 조 플래코(Joe Flacco)는 경기내내 달랑 34 패싱야드를 기록하는 데 그쳤는데도 33대14라는 큰 점수차로 이길 수 있었다. 물론 레이븐스 러닝백들의 덕분이 컸다고 해야겠지만, 패트리어츠의 삽질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Green Bay Packers VS Arizona Cardinals

그린베이 패커스와 아리조나 카디날스는 2009년 시즌 피날레에서 마주쳤던 팀들이다. 시즌 피날레 스코어는 그린베이 33, 아리조나 7. 그러나 그린베이는 모든 주전선수들이 출전한 반면 아리조나는 주전 쿼터백 커트 워너(Kurt Warner)를 쉬게 했으므로 경기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었다.

양팀은 시즌 피날레 바로 다음 주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맞붙게 됐다.

2009년 시즌 와일드카드 경기들이 전부 한쪽으로 쏠린 일방적인 경기들이었으니 그린베이 패커스와 아리조나 카디날스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냐고?

그럴 뻔 했다. 아리조나 카디날스가 경기 시작부터 큰 점수차로 계속 앞서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리조나의 일방적인 승리로 경기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린베이 패커스가 3쿼터에 터치다운을 성공해서 21점차를 14점차로 줄인 직후 기습 온사이드킥까지 성공시키면서 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졌다.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킨 패커스가 또다시 터치다운에 성공하면서 점수차를 7점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카디날스가 또 터치다운을 하면서 점수차를 다시 벌여놓기도 했지만, 경기종료를 몇 초 남겨두었을 당시 스코어는 카디날스 45, 그린베이 45 였다.




45대45?

그렇다. 분명히 플레이오프 경기가 진행중인데 양팀 수비들은 모두 집에 간 것 같았다.

그러나 오버타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은 건 아리조나 수비였다. 계속 패널티만 범했을 뿐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던 카디날스 수비수 마이클 애덤스(Michael Adams)가 결정적인 순간 패커스의 쿼터백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를 덥쳤고, 로저스가 떨어뜨린 공을 집어 든 카디날스의 칼로스 댄스비(Karlos Dansby)가 펌블리턴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것.





NFL 오버타임은 누구든 먼저 득점하는 순간 경기가 끝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카디날스가 펌블리턴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는 순간 경기종료. 파이널 스코어는 카디날스 51, 패커스 45.

카디날스는 비록 시즌 피날레에서 무기력하게 졌으나 뱅갈스, 이글스처럼 2주 연속으로 부진에 파묻히지 않았다.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가 갈수록 어렵게 됐고, 결국엔 아주 어렵게 경기를 끝냈지만 그래도 이기긴 이겼다.

마지막으로 2009년 와일드카드 경기 중에서 베스트를 뽑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당연한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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