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를 꺾고 NFC 챔피언쉽에 진출했다.
파이널 스코어는 바이킹스 34, 카우보이스 3.
그렇다. 카우보이스는 바이킹스 수비를 상대로 단 1개의 터치다운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렇다고 카우보이스 공격이 시작부터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1쿼터에는 브렛 파브(Brett Favre)의 바이킹스 공격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 카우보이스 공격은 바이킹스 수비를 상대로 제법 순조롭게 전진했지만, 득점기회가 왔을 때마다 실수를 연발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첫 번째 드라이브에서는 레드존 근처까지 전진했다가 토니 로모(Tony Romo)가 펌블을 했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턴오버로 인해 득점기회를 날린 게 아쉽긴 했지만 바이킹스 수비를 상대로 공격을 풀어가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카우보이스가 득점기회를 또 날려버리면서 부터 시작했다.
카우보이스 킥커 션 수이샴(Shawn Suisham)이 48야드 필드골을 실축한 것.
카우보이스가 2009년 시즌 내내 킥커 때문에 고생했던 만큼 4 and 1 상황에선 컨버젼을 시도하는 게 옳았으나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Wade Phillips)는 필드골을 택했다. 필드골을 택하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 카우보이스는 4다운 컨버젼 성공확률보다 48야드 필드골 성공확률이 더 낮은 팀이라는 점을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가 깜빡한 모양이다.
그리고는 바로 그 댓가를 치뤘다.
두 차례의 득점기회를 날리며 맥이 빠진 카우보이스가 바이킹스에게 바로 터치다운을 내줬다.
승패는 카우보이스가 필드골을 실패하는 순간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도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7대3으로 따라붙으며 호락호락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또다른 악재가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프트 태클(Left Tackle), 플로젤 애덤스(Flozell Adams)가 다리 부상으로 벤치에 앉게 된 것! 바이킹스의 막강한 패스러시를 방어하는 데 가장 필요했던 선수가 빠지게 된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카우보이스는 프로보울 레프트 태클의 공백을 메꾸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공백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애덤스가 빠지자마자 바이킹스의 디펜시브 라인맨 제러드 앨런(Jerad Allen)이 카우보이스의 쿼터백 토니 로모를 덮쳤고, 결국 펌블로 이어졌다. 로모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방어해주던 애덤스가 부상으로 빠지자마자 재앙이 닥친 것이다.
혹시 이것도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홍보용?
전반을 17대3으로 마친 카우보이스는 3쿼터에도 킥커 션 수이샴의 49야드 필드골 실축으로 또 한 번 득점에 실패했다.
이번엔 4th and Long 상황이었던 만큼 필드골을 지시한 헤드코치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17대3으로 뒤져있었던 데다, 킥커가 이미 48야드 필드골을 실패했었고, 팀의 사기도 바닥에 떨어져있었던 만큼 조금 무모해 보이더라도 4th 다운 컨버젼을 시도하는 게 옳았다. 그러나 웨이드 필립스는 이번에도 필드골을 지시했고, 수이샴 역시 실축으로 화답했다.
차라리 카우보이스가 4th 다운 컨버젼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더라면 야드라도 덜 손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필드골 실축을 하면 상대 공격팀이 공격을 시작했던 지점이 아닌 필드골을 찼던 지점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카우보이스는 스코어가 27대3이 되어서야 4th 다운 컨버젼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다 끝나고 가망이 없을 때가 됐을 때 뒤늦게 시작한 것이다.
카우보이스는 4th 다운 컨버젼을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 대신 바이킹스가 경기종료 2분여를 앞두고 4th 다운 컨버젼을 하면서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바로 이 마지막 터치다운으로 파이널 스코어는 바이킹스 34, 카우보이스 3이 됐다.
이미 큰 점수차로 이겼는데 굳이 4th 다운 컨버젼까지 하면서 터치다운을 할 필요가 있었냐고?
카우보이스 라인배커 키스 브루킹(Keith Brooking)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듯 했다. 브루킹은 바이킹스의 마지막 터치다운을 두고 '클래스없는 행위'였다고 비난했다.
일방적인 경기로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에선 대개의 경우 승리팀이 적극적으로 득점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 반대로 상대팀에게 터치다운을 쉽게 내주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종의 에티켓으로 팀들 사이에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이미 이겼으니 마지막에 가서 반드시 봐줘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브렛 파브가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 시절일 때 텍사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진 달라스 카우보이스와의 경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카우보이스 승리로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에 '한 경기에 7개 필드골 성공'이라는 NFL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경기종료를 앞두고 카우보이스가 일곱 번째 필드골을 차자 이에 흥분한 패커스 디펜시브 라인맨 레지 화이트(Reggie White)가 카우보이스에 항의한 적이 있었다.
NFL 기록을 위해 찬 필드골에도 매너없는 행위라며 항의를 했었는데 이번 경우는 그보다 더 심했으므로(?) 브루킹이 흥분한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바이킹스 사이드라인쪽으로 가다가 항의를 하고,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Classless"라면서 바이킹스를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왜 그렇게 한 것일까?
브렛 파브와 바이킹스 헤드코치 브래드 칠드레스(Brad Childress)는 점수차를 벌리려던 게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파브와 칠드레스는 그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래도 바이킹스가 두 번 씩이나 4th 다운 컨버젼을 시도하면서까지 마지막 터치다운에 집착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토요일 열린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애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를 45대14로 물리친 뉴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처럼 바이킹스도 31점차 승리를 원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음 주 NFC 챔피언쉽에서 맡붙을 상대가 바로 뉴올리언스 세인츠인 만큼 '우리도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31점차로 박살냈다'는 걸 보여주면서 기싸움을 벌이는 데 사용하려던 게 아닌가 하는 것.
이렇게 해서 2009년 시즌 NFC 챔피언쉽은 미네소타 바이킹스와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대결로 결정됐다. 플레이오프 넘버1 시드 vs 넘버2 시드의 대결이자 돔(Dome)팀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아직 컨퍼런스 챔피언쉽도 갖지 않았는데 수퍼보울 타령을 하는 게 순서에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이번엔 누가 수퍼보울 챔피언이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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