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5일 금요일

2010년 아카데미 작품상은 누구에게 갈까?

제 82회 아카데미 어워드 작품상 부문 노미네이트작은 무려 10편이나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5편이 전부였는데 금년엔 무려 10편이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흥행성공한 블록버스터들을 몇 개 작품상 후보에 넣어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들이 후보에 올랐을까?

'아바타(Avatar)',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디스크릭트 9(District 9)', 'An Education', '헛 라커(The Hurt Locker)', '인글로이어스 배스터즈(Inglourious Basterds)', 'Precious', 'A Serious Man', '업(Up)', '업 인 디 에어(Up in the Air)'다.

이 중에서 내가 본 건 7개.

그렇다면 내가 본 영화들만 추려서 알파벳 순으로 돌아보기로 하자.

◆아바타(Avatar)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운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SF 영화다. '아바타(Avatar)'는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 2010년 아카데미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하지만 스토리는 'The Mission(1986)', 'Dances with Wolves(1990)', 'Pocahontas(1995)' 등과 다를 게 없다. 8-90년대 영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에겐 어떨지 모르지만, '아바타'의 줄거리는 시대와 장소만 바꿔놓았을 뿐 사실상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Shock and Awe", "War Against Terror" 등과 같은 조지 W. 부시 시절 유행어(?)들이 영화대사에 포함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안티-부시 영화가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젠 지난 유행이므로 시대에 뒤처진 기분이 든다. '아바타'는 3D를 제외하곤 주제곡부터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과거에 머물러있는 영화다.

그렇다. 이런 것들을 다 제하고 나면 남는 건 역시 3D밖에 없다. '아바타'가 전세계적으로 흥행성공할 수 있었던 최대원인도 바로 3D다. 북미지역 흥행수익 80%, 인터내셔널 65%가 3D극장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므로 시각효과상은 맡아놨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상?

현재로써는 '아바타'가 작품상 후보 1위다. 받을 만한 자격은 되지 않지만,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운 공로로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3D를 제외하곤 특별할 게 없는 SF영화에 작품상을 안길 지는 미지수다.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NFL의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 오펜시브 라인맨, 마이클 오어(Michael Oher)에 대한 실화다. 훈훈한 감동을 주는 패밀리 영화인 것은 맞지만, 마이클 오어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을 제외하곤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게 없는 영화다. 디즈니의 어린이용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흔한 패밀리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주인공 리 앤 투오히 역을 맡은 샌드라 블럭(Sandra Bullock)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9년은 샌드라 블럭의 해였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엔딩인 듯 하다.

그러나 작품상은 아니다.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지구에 왔다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불행한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SF영화다. 인종갈등, 불법이민자 등 여러 것들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이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후보는 아니다.

◆헛 라커(The Hurt Locker)


제임스 카메론의 전부인, 캐스린 비글로(Kathryn Begelow) 감독의 이라크 전쟁 영화다. 비글로 감독의 '헛 라커(The Hurt Locker)'는 그녀의 전남편,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Avatar)'와 함께 2010년 아카데미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카메론 vs 비글로'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 재미있는 건, 카메론의 '아바타'가 해병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미국 해병대를 열받게 했던 반면 비글로의 '헛 라커'는 비록 하나부터 열까지 실제와 정확히 일치하진 않아도 이라크전 참전 미군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영화로 꼽힌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여년간 헐리우드는 이라크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는 무조건 반전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공식을 따랐다. 그러나 '헛 라커'는 아니다. 전쟁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라크전 영화들처럼 미군들이 전투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리는 데에만 포인트를 맞추지 않았다. 다른 영화들처럼 시시콜콜한 반전테마의 정치영화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헛 라커'는 전쟁을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정치에 관심없는 병사들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자격은 충분히 있지만 '아바타' 열기가 워낙 뜨겁기 때문이다. 일부는 이를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헛 라커'가 PGA 어워드(Producers Guild of America Awards)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 하다. 헐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PGA 어워드 수상작 중 12개, 지난 10년 동안엔 6개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PGA 어워드를 받은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또한, 비글로 감독이 여성으로써 처음으로 DGA 어워드(Director's Guild America Award)를 수상했다. 만약 아카데미에서도 감독상을 받는다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첫 번째 여성감독이 탄생하게 된다.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Inglourious Basterds)


'나치에 열받은 유대계 미군들이 독일군들을 닥치는대로 죽인다'는 2차대전 배경의 복수영화다.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영화지만 영화 시상식 시즌이 되면 작품상 후보로 오르내릴 것 같았은데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가 작품상과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영화이므로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상한다면 약간 놀라게 될 듯 하다.

◆업(Up)


디즈니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2009년 최고의 영화로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므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고 놀랄 것은 없다. 하지만 노미네이트됐다는 데 의의를 두는 데서 만족해야 할 듯. 아카데미 작품상이 3D 애니메이션에 돌아가려면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카데미 베스트 애니메이션 부문은 '업'이 이미 예약해놓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업 인 디 에어(Up in the Air)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로 유명한 이반 라이트만(Ivan Reitman)의 아들 제이슨이 연출한 드라마다. 불황, 실직, 독신남의 결혼에 대한 철학 등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데가 가장 많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트레일러를 워낙 따분하게 만든 바람에 처음엔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과 같은 고리타분한 오피스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안 보고 지나쳤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아바타', '헛 라커'와 경쟁하기엔 약간 힘이 부쳐보이지만, 작품상이 제 3의 타이틀에게 돌아간다면 '업 인 디 에어'가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

작품상이 힘들더라도 각색상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노려볼 만 하다. '업 인 디 에어'는 월터 킴(Walter Kim)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그런데 과연 이번엔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 클루니는 '업 인 디 에어'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하지만 '크레이지 하트(Crazy Heart)'의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가 남우주연상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헛 라커'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가 수상하는 것도 좋겠지만 클루니가 받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 그렇다면 금년엔 어떤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게 될까?

3월7일까지 기다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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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

  1. 쟁쟁한작품들이 많아서 흥미진진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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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좀 너무 많아서 살짝 저, 정신이 없긴 하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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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이슨 라이트먼은 아버지의 명성을 능가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Thank you for smoking'과 'juno' 모두 추천작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라이트먼'이라고 부르나요, '레이트먼'이라고 부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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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라이트맨'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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