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4일 목요일

'로스트' 시즌6, 마침내 파이널 시즌이 시작했다

ABC의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가 돌아왔다. 이상한 섬에 추락한 여객기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스트'의 여섯 번째이자 파이널 시즌이 시작했다.

그렇다. 끝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마침내' 파이널이란다.

플래시백, 플래시포워드 등 오만 잡것을 총동원하면서 시간을 끄는 TV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로스트'라고 하면 질색을 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Agonizing to watch"라고 평하기도 했다. 진행속도가 워낙 느린 데다 시간을 질질 끄는 게 한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서브플롯이다 뭐다 하는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잡다한 것들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겐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나는 시즌2부터 '로스트'에 흥미를 잃었다. 이 때 부터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이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6까지 보게 된 이유는 딱 하나다: 어떻게 결말을 맺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말을 보기위해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할 줄 알았다면 애초부터 보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된 김에 싫든 좋든 결말은 보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테리한 섬에 추락한 여객기 생존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로스트'가 지금은 시간여행 타령을 하고있으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리가 잘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끝장은 봐야겠다 이거다.

그렇다고 '로스트'를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질질끌면서 꿈지럭거리는 건 내 타잎이 아니라 맘에 들진 않아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TV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존에서 세일할 때 '로스트' DVD 세트를 사놓기도 했으니까.



좋다. 그렇다면 파이널 시즌이라는 시즌6는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면 여기까지만 읽고 돌아가는 게 좋다.]

시즌5 피날레를 본 사람들은 줄리엣이 수소폭탄 뇌관을 돌로 내리치면서 끝난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1)폭탄이 폭발하지 않았다, (2)폭발에 성공했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3)폭발에 성공해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중에서 하나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결과가 나왔든 간에 시즌6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여객기 내부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정도는 '로스트' 시리즈를 어지간히 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줄리엣이 폭탄을 터뜨리는 데 성공한 것일까?

줄리엣은 "It worked."라고 말했다. 생각했던 대로 됐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자면 결과(3)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줄리엣을 비롯해 잭, 케이트, 서여 등 수소폭탄 폭파작전을 벌였던 캐릭터들이 그대로 섬에 남아있었다.

폭탄이 터졌으면 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다 죽은 대신 2004년 오시아닉 에어라인이 문제의 섬에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왜 계속 섬에 남아있는 것일까?



이들은 수소폭탄이 터지면서 1977년에서 2007년으로 시간여행을 한 게 전부였을 뿐 섬을 벗어나지 못했다. 폭탄이 터진 직후 오시아닉 에어라인에 탑승한 승객으로 모두 돌아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다. "모두 L.A 공항에서 만나자."며 폭탄을 떨어뜨렸는데 눈을 떠보니 LAX는 고사하고 그대로 '알로하'였던 것!

의식을 되찾은 잭이 눈을 뜨자마자 케이트에게 "Where are we?"라고 묻는 장면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여튼 이 친구들은 되는 일이 없다니까...

그렇다면 결과(2)가 나온 것이냐고?

그것도 아니다. 왜냐면 잭, 케이트, 서여, 사이드, 존을 비롯한 메인 캐릭터들이 오시아닉 에어라인을 타고 L.A로 가는 씬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로스트' 시즌1에서 비행기가 섬에 추락하기 직전으로 되돌아간 모습이 나왔다는 것.

결과(2), 즉 폭탄이 터졌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오시아닉 에어라인 씬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들 안전하게 L.A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다시 말하자면, 결과(3)이 나왔단 얘기다.

그렇다면 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누구고, 섬에 남아있는 건 또 누구냐고?

바로 그게 헷갈리는 부분이다.

폭탄을 터뜨려 과거를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또다른' 그들은 오시아닉 에어라인을 타고 L.A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섬에서 폭탄을 터뜨린 '오리지날' 캐릭터들은 끝내 섬을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얘기일까?

일단 여기서 L.A와 아일랜드의 캐릭터들을 한 번 비교해 보자.


▲L.A 잭


▲아일랜드 잭


▲L.A 케이트


▲아일랜드 케이트


▲L.A 휴고


▲아일랜드 휴고


▲L.A 서여


▲아일랜드 서여


▲L.A 존


▲아일랜드 존


▲L.A 사이드


▲아일랜드 사이드


▲L.A 선 & 진


▲아일랜드 선


▲아일랜드 진

뿐만 아니라 섬에서 이미 죽었거나 실종된 캐릭터들도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L.A 찰리


▲L.A 분


▲L.A 클레어

그리고 데스몬드?

데스몬드는 섬에 추락했던 오시아닉 에어라인 815기 탑승객이 아니었는데 그까지 비행기에 나타났다.


▲L.A 데스몬드

그렇다면 결과(2)와 결과(3)이 모두 나온 것이냐고?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됐던 결과다. 수소폭탄을 폭파시키면서 과거를 바꿨다 하더라도 미스테리의 핵심은 여전히 섬에 남아있었으므로 메인 캐릭터들이 섬에서 떠나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또한 존 로크, 벤, 리처드, 선 등 그룹B가 여전히 섬에 남아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된다. 시즌5를 본 사람들이라면 미국으로 돌아갔던 메인 캐릭터들이 아지라 에어라인을 타고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잭, 케이트 등 그룹A는 1977년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존, 벤 등 그룹B는 2007년에 추락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 수소폭탄이 터지면서 이들 두 그룹이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폭발과 함께 1977년에 있던 그룹A가 2007년으로 다시 시간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시즌5 피날레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엣이 뇌관을 돌로 내리쳤을 때 화면이 전부 흰색으로 변한 것은 폭발과 시간여행 둘 다를 의미한 것이었다.

1977년에 머물렀던 캐릭터들이 2007년으로 시간여행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제이콥, 존 로크 등 섬의 미스테리를 풀 열쇠를 쥐고있는 캐릭터들이 전부 2007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를 바꿨다고 상황종료가 아니라 섬의 미스테리를 완전히 푸는 일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것.

시즌5에서부터 폭탄을 터뜨려 과거를 바꾸겠다는 1977년 그룹A의 스토리보다 제이콥과 블랙 스모크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2007년 그룹B의 스토리가 훨씬 흥미진진했던 게 사실이다.그러므로 시즌6가 시작하자마자 이들 두 그룹이 한 데 모이게 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건 L.A 스토리다. 물론 섬에 추락하지 않고 L.A에 무사히 도착한 캐릭터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전 플래시백/포워드에 비하면 양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시간끌기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L.A 이야기와 아일랜드 이야기가 서로 어떻게 얽힐 지 알 수 없으므로 속단할 수 없지만, 그룹을 둘로 나눠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끌던 수법을 이번에도 또 사용하려는 게 아니냔 의구심이 생긴다.

아무리 파이널 시즌이라지만 '로스트'인 것만은 변함없으므로 시즌6도 시원시원한 진행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반쪽밖에 없는 것을 1개로 부풀리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시리즈인데 파이널 시즌이라고 크게 달라질 게 있겠수?

하지만 5월23일이 되면 '로스트'에 대한 모든 미스테리가 후련하게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로스트' 프로듀서 칼튼 큐즈(Carlton Cuse)와 데이먼 린델로프(Damon Lindelof)는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에 출연해 '로스트' 파이널 시즌 피날레가 5월23일 일요일 밤에 방송된다고 밝혔다.

끝이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더 참으라는 얘기인가?



아무튼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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