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TV '캐슬'을 보다 생각난 본디지의 추억

ABC TV 시리즈 '캐슬(Castle)'의 이번 주 에피소드 'The Mistress Always Spanks Twice'는 본디지(Bondage)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제목부터 '우체부는 항상 벨을 두 번 누른다(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를 '본디지 버전'으로 바꿔놓은 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 본디지?

영어 스펠링이 비슷하다보니 제임스 본드와 관련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에 그랬다. 하지만 본디지는 제임스 본드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수갑을 채우고 채찍으로 때리면서 성적인 쾌락을 느끼는 행위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단 ABC의 '캐슬(Castle)' 에피소드로 돌아가 보자.

'The Mistress Always Spanks Twice'는 제시카라는 젊은 여성의 시체가 공원 철봉에 수갑이 채워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사건현장을 수사하던 베켓 형사(스타나 캐틱)는 범죄에 사용된 가죽으로 만든 수갑이 본디지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그런 제품들을 판매하는 섹스용품 상점 수사에 나선다.

그러더니 섹스 스토어를 거쳐 본디지 클럽으로 옮겨갔다. 저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묶어서 질질 끌고 다니고, 채찍으로 후려치면서 노는(?) 곳이었다.

이 씬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은 바로 이것.

"I've got the frequency to turn you on, eh?"


아니 그런데 저렇게 하면 기분이 좋으냐고?

낸들 알겠수? 해봤어야 알겠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서 제대로 맛(?)을 볼 기회가 아직 없었다.

저런 걸 즐기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폭행과 고문이 섹스와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흥미로운 방법으로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것은 잘 알고있으며,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꽁꽁 묶여서 채찍으로 맞는 게 뭐가 좋은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인지, 나는 본디지가 섬짓하게만 보일 뿐 전혀 섹시하거나 에로틱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본디지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찾아보니 있긴 있더라.

내가 본디지를 싫어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본의 아니게 바에 가서 곤욕을 치룬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한 친구가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하자며 근처에 있는 미국 바로 끌고들어갔다. 안에 들어갔더니 한쪽 구석에 ㄱ자형으로 바가 있었고 중앙엔 자그마한 무대가 있었다. 웬 무대가 있나 싶어서 쳐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댄서들이 있었다. 위에만 내놓은 탑리스(Topless) 댄서들이었다.

그렇다. 이녀석이 탑리스 스트립 클럽으로 나를 데리고 간 것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순수한 탑리스 클럽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바에 앉아서 얌전히 맥주를 마시던 내 등에 느닷없이 채찍이 "짜악!"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으니까.

채찍에 맞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비디오게임 '블러드레인(Bloodrayne)'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댄서 하나가 서 있었다.

다행히도 게임 캐릭터처럼 살벌한 블레이드를 들고있지는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채찍을 쥐고 있었다.

아니 웬 채찍을?

"방금 전에 네가 때린 거냐?"고 묻자 '채찍녀'는 "그렇다"고 답변하면서 또다시 내 어깨를 채찍으로 "짜악!"

"아니 왜 자꾸 때리느냐"고 했더니 '채찍녀'는 무대 건너편에 있는 소파를 채찍으로 가리키며 저기로 가서 랩댄스(Lap Dance)를 할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미 다들 알고있겠지만, 랩댄스란 댄서가 소파에 앉아있는 손님의 무릎 위에 올라타며 프라이빗 댄스를 하는 걸 의미한다.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예의상 가격은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20불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채찍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벌써 두 대나 맞았는데 저기에 끌려가서 돈까지 내고 계속 맞기만 하는 게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기에 가서도 채찍으로 때릴 거냐"고 물었다.

실수였다.

'채찍녀'는 "물론이지, 내게 복종(Obey)하도록 만들겠어!"라고 하더니 허벅지를 채찍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처음 두 대는 별로 세지 않았는데 세 번째 샷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맞기 전까지는 그녀가 그런대로 섹시해 보였다. 하지만 몇 대 맞고나니까 섹시고 나발이고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랩댄스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속으로는 "그렇게 때려놓고 내가 갈 것 같았느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왠지 매를 버는 것 같아서 좋게 얘기해서 보내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랬더니 "그럼 생각바뀌면 말해. 다시 올테니까..."라면서 채찍으로 내 뺨을 톡톡 때렸다.

그녀를 간신히 보낸 다음 친구에게 "대체 여기가 뭐하는 데냐"고 따져물었다. 별난 데 다 가봤지만 맥주 마시다 말고 채찍으로 얻어터지긴 그 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원래는 평범한 탑리스 클럽인데 댄서들과 손님들 중에 본디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무대를 죽 둘러봤더니 댄서들 스타일이 전부 다 '채찍녀' 분위기 였다.

아무튼 일단 한 번 보냈으니 다시 오지 않으리라 기대하면서 맥주를 마저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웬 걸?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등에서 "짜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또 왔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생각없다"고 말해 돌려보냈다.

그녀가 네 번째 다녀가고 나자 내 친구가 말하길 "난 괜찮으니 다음 번에 오면 랩댄스 하고와라. 그렇게 끝내는 게 좋겠다."

"HELL NO!"

둘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녀가 또 오는 게 보였다.

친구: 쟤 또 온다! 또 온다!
나: 으익! 그냥 집에 가자, 집에 가!

맥주가 아직 반병 정도 남아있었으나 미련없이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이 때 '채찍녀'가 또 채찍을 휘둘렀다.

NOT THIS TIME!

이번엔 날아오는 채찍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곤 말했다. 집에 간다고...

그리고 한마디 더했다.

난 지나치게 익사이팅한 건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잎이라 그저 평범한 '미셔너리 포지션(Missionary Position)'만으로도 "땡큐 베리마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