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1월 미국의 톱스타 여배우 나탈리 우드(Natalie Wood)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드는 영화배우인 남편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크리스토퍼 워큰(Christopher Walken) 등과 함께 요트를 타고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나탈리 우드의 사망을 사고로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런데 나탈리 우드의 여동생, 라나 우드(Lana Wood)와 사고가 발생했던 요트의 선장 데니스 데이번(Dennis Davern)이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CBS의 TV 시리즈 '콜드 케이스(Cold Case)'의 시놉시스가 아니다. 픽션이 아닌 CNN이 보도한 실재 '콜드 케이스'다.
라나 우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탈리 우드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 남편 로버트 와그너와 격한 언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둘의 다툼이 사고와 연관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을 알고싶은 것일 뿐 살인사건으로 의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요트의 선장 데이번도 와그너와 나탈리 우드의 다툼이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있는 것으로 믿고있었다. 선장은 와그너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당시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만든 것을 후회한다면서,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데이번 선장은 무엇을 보았을까? 그가 회고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와그너는 와인병을 깨뜨리며 크리스토퍼 워큰과 다퉜고, 이를 지켜보다 넌더리가 난 나탈리 우드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와그너가 그녀를 따라 들어갔고, 곧 둘이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와그너와 우드는 갑판으로 나와 계속 언쟁을 벌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와그너가 선장을 찾아와 "나탈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장은 배안을 뒤졌으나 나탈리를 찾지 못했으며, 고무로 만든 구명정 하나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러자 와그너는 열받은 나탈리가 혼자서 육지로 돌아간 것 같다며 선장에게 술을 따라줬다.
와그너가 크리스토퍼 워큰과 다투게 된 이유는 워큰과 나탈리 우드가 '브레인스톰(Brainstorm)'이라는 영화를 함께 촬영한 뒤 염문설이 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워큰과 나탈리 우드의 관계를 질투한 와그너가 와인병을 깨며 워큰과 다퉜고, 바로 이어서 나탈리 우드와도 싸운 셈이다.
그리곤 나탈리 우드가 요트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CNN은 로버트 와그너의 주장은 선장의 것과 다르다고 전했다. 와그너가 쓴 책에 의하면, 와그너가 워큰과 다퉜고 나탈리 우드가 방으로 들어간 것까지는 선장의 주장과 일치하지만 그 다음부터 큰 차이가 난다. 선장은 와그너와 나탈리 우드가 갑판으로 나와 다퉜다고 주장했지만 와그너는 나탈리 우드가 방으로 들어간 뒤 워큰과 함께 갑판에 나와 흥분을 가라앉혔다고 썼다. 그러다가 방에 들어가 나탈리가 없는 것을 알고 선장과 함께 찾기 시작했다는 것. 와그너는 구명정 하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나탈리가 혼자서 육지로 돌아간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와그너는 나탈리의 실종을 바로 알리지 않았다. 그는 이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걸 원치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잠들어 있던 나탈리 우드가 고무 구명정이 요트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이를 다시 붙들어 매려다 실족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종결지었다.
하지만 나탈리의 여동생, 라나 우드는 수영도 못하는 나탈리가 나잇가운에 양말까지 신고 홀로 구명정에 오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녀는 데이번 선장을 믿는다고 말했다. 와그너보다 선장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높다고 본다는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또다른 증인, 크리스토퍼 워큰은 나탈리 우드의 익사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있으며, 경찰에 의하면 워큰은 로버트 와그너와 나탈리 우드의 다툼이 시작하는 데까지만 목격한 게 전부라고 한다.
그렇다면 경찰이 재수사에 나설까?
CNN에 의하면 경찰은 라나 우드와 데이번 선장의 재수사 요구에 응할 것인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그런데 이 이야기에 왜 관심을 갖냐고?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로버트 와그너부터 시작하자. 와그너는 지난 70년대초 007 시리즈 프로듀서로부터 제임스 본드 역을 제의받은 바 있다.
와그너의 아내였던 나탈리 우드의 여동생, 라나 우드는 1971년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에 플렌티 오툴(Plenty O'Toole)이라는 서포팅 본드걸로 출연한 바 있다. 그렇다. 로버트 와그너의 처제는 본드걸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라나 우드가 맡았던 본드걸, 플렌티 오툴이 티파니 케이스의 집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다는 사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리딩(Leading) 본드걸, 티파니 케이스를 맡았던 미국 여배우, 질 세인트 존(Jill St. John)이 로버트 와그너의 현부인이라는 사실.
그렇다. 로버트 와그너의 처제 뿐만 아니라 현부인까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 출연했던 본드걸 출신이다.
운명의 그날 와그너-우드 부부와 함께 요트에 있었던 크리스토퍼 워큰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인연이 있다. 워큰은 1985년작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에서 악역 맥스 조린 역을 맡았다.
그렇다. 세상을 떠난 나탈리 우드와 요트 선장 둘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제임스 본드가 될 뻔 했던 영화배우와 본드걸, 악당 등으로 007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묘한 사건에 함께 휘말린 것이다.
만약 경찰이 재수사를 한다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까?
추리소설처럼 재구성을 해 보면 그럴싸 해 보이며, 무언가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고로 물에 빠져 숨졌다'는 수사결과까지 뒤집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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