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8일 월요일

금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농담이 끊이지 않았다

금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우 유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농담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엔 휴 잭맨(Hugh Jackman)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뮤지컬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금년엔 달랐다. 이번엔 스티브 마틴(Steve Martin)과 알렉 발드윈(Alec Baldwin)이 공동으로 사회를 맡은 것이다.

둘이 함께 사회를 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금년엔 유머가 상당히 풍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실망스럽지 않았다.

스티브 마틴과 알렉 발드윈은 예상했던대로 처음부터 조크로 시작했다. 이들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영화인들을 소개하면서 코믹한 조크를 곁들였다.

3D 영화 '아바타(Avatar)'로 작품, 감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을 소개할 때엔 "저기 있는 사람이 '아바타'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냐"고 하더니 주머니에서 3D 안경을 꺼내 썼다.



스티브 마틴이 감독상 후보에 나란히 오른 제임스 카메론과 캐스린 비글로(Kathryn Bigelow)이 결혼했던 사이였다고 소개하자 알렉 발드윈은 "비글로가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노미네이트된 게 너무 기쁜 나머지 카메론에게 '타이머'가 달린 선물이 들어있는 배스킷을 보냈다"고 말했다. 폭탄을 보냈단 얘기였다.

비글로의 영화 '헛 라커(The Hurt Locker)'는 폭발물 해체를 맡은 군인들에 대한 영화다.

그러자 스티브 마틴은 제임스 카메론이 이에 대한 화답으로 토요타 자동차를 비글로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그렇다. 불쌍한(?) 토요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살상무기 취급을 받으며 또 망가졌다.



무엇보다도 나를 크게 웃게 만들었던 조크는 '인글로이어스 배스터즈(Inglourious Basterds)'에 독일군 장교로 출연했던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에 관한 것이었다.

스티브 마틴은 크리스토프 왈츠가 영화에서 유대인 색출에 집착하는 독일군 장교 역을 맡았다고 소개하더니 갑자기 '여기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라'는 듯이 양팔을 벌렸다. 유대인 천지라는 것이었다.



사회자 뿐만 아니라 수상소감에서부터 노미네이트된 영화배우를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동료 배우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코믹한 편이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밝고 코믹한 행사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다들 준비해 온 듯 했다.

이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선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다. 투치는 스트립을 소개하면서 아카데미 연기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가진 메릴 스트립에 대한 조크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스트립이 끊임없이 연기상 후보에 오르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오죽하면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횟수를 한 사람당 16회로 제한하자는 운동의 선봉에 섰겠냐"고 했다.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로 지금까지 무려 16차례나 노미네이트 됐다.



시상식 분위기가 밝고 편안했기 때문일까? 예상을 뒤엎는 쇼킹한 이변 같은 건 없었지만,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주 재미있었다. 대부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이 돌아갔으므로 결과에 큰 불만도 없었고,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첫 번째 여성 영화감독이 탄생하는 순간도 멋졌다.

젊은층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트와일라잇(Twilight)' 출연진들을 시상자로 선정한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하는 둥 마는 둥 넘어간 주제곡 부문 등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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