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 다음은 누구일까?
이언 플레밍 퍼블리케이션(Ian Fleming Publication)은 미국의 미스테리 소설가 제프리 디버(Jeffrey Deaver)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을 쓴다고 발표했다.
디버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은 현재 '프로젝트 X(Project X)'로만 알려졌을 뿐이며,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탄생시킨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의 103회째 생일인 2011년 5월28일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프리 디버는 링컨 라임(Lincoln Rhyme)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스테리 소설 작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본 콜렉터(The Bone Collector)'. 90년대말 댄젤 워싱턴(Danzel Washington),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소설이다.
디버는 어렸을 적 읽었던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이 미스테리 소설 작가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면서, 이언 플레밍 퍼블리케이션으로부터 제임스 본드 소설 제의를 받았을 때 매우 흥분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찰리 힉슨(Charlie Higson)의 '영 본드(Young Bond)' 시리즈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나온 제임스 본드 소설은 지난 2008년 발매되었던 '데블 메이 케어(Devil May Care)'다. 하지만 스릴러 작가가 아닌 세바스찬 펄크스의 '데블 메이 케어'는 본드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시대 배경을 60년대로 설정하면서 이언 플레밍 시절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연결시키려 노력했으나, 플레밍이 창조한 오리지날 제임스 본드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여기에서 이언 플레밍 퍼블리케이션도 교훈을 얻은 듯 하다. 제임스 본드 소설은 어찌되었든 간에 미스테리/스릴러 작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디버는 '프로젝트 X'로만 알려진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에 대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TOP SECRET'이란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소설은 '데블 메이 케어'보다는 훨씬 읽을 만한 제임스 본드 소설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베테랑 미스테리 소설가가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단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존 르 카레(John Le Carre), 프레드릭 포사이스(Fredrick Forsyth) 등 영국의 유명한 스파이 스릴러 작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존 르 카레는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Tinker, Tailor, Soldier, Spy', 'The Russia House' 등 여러 편의 스파이 스릴러로 유명한 작가다. 르 카레는 영국 정보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매우 사실적인 스파이 스릴러 소설들을 발표했다. 르 카레에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완전한 허구의 판타지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은 사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면서 자신의 소설과 비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고있는 지금 르 카레가 제임스 본드 소설을 맡았더라면 아주 잘 어울렸을 지도 모른다. 과거에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와 경쟁을 했던 르 카레가 제임스 본드 소설을 쓰게 됐다는 '드라마'도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프레드릭 포사이스도 만만치 않은 스파이 스릴러 작가다. 그의 대표작 중엔 'Days of the Jackal', 'The Odessa File', 'The Fourth Protocol' 등이 있다. 이 모두 영화로 제작되었으므로 포사이스의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어디선가 제목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둘 중 하나가 제임스 본드 소설을 쓴다면 아주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이번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제프리 디버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세바스찬 펄크스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인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나의 1st & 2nd 픽은 다른 작가들이었다는 게 전부다.
제프리 디버의 '프로젝트 X'가 얼마나 멋진 제임스 본드 소설이 될 지 한 번 기다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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