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9일 수요일

'로스트' 시리즈 피날레, 6년 기다린 보람 있을까?

ABC의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가 오는 일요일 완전히 막을 내린다. 시즌 피날레가 아니라 시리즈 피날레다. 2004년부터 계속 된 시리즈가 드디어 완전히 끝나는 것이다.

그렇다. '로스트'가 시작한지 벌써 6년이나 지났다.

개인적으로 TV 드라마, 특히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는 시리얼 형태의 드라마를 아주 안 좋아한다.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질질 끄는 TV 시리즈보다는 평균 2시간 런타임에 맞춰 모든 게 마무리되는 극장용 영화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그게 바로 '로스트' 였다.

처음엔 검은색 연기(일명: 스모키) 형체를 한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미스테리한 섬에 추락한 여객기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순한 판타지/미스테리/어드벤쳐 미니 시리즈인 줄 알고 겁없이(?) 달려들었다. 6년간 봐야 최종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그 때 알았더라면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가 여섯 개의 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가 있다면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로스트'는 아무리 봐도 몇 년동안 울궈먹을 수 있을만 한 스토리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여객기가 미스테리한 섬에 추락했고, 생존자들이 섬에 고립됐다. 이들은 섬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섬의 미스테리를 풀고 떠나는 데 성공한다."는 스토리가 사실상 전부로 보였는데 이것만으로 언제까지 우려먹을 수 있겠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질질 끌어봤자 시즌3도 무리일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6까지 왔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매 에피소드마다 메인 플롯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플래시백(Flashback), 플래시포워드(Flash Forward), 플래시 사이드웨이(Flash Sideways) 등으로 때웠다. 스토리도 시간여행, 미스테리한 파워소스 등이 나오며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시즌2를 거쳐 시즌3로 접어들었을 때부터 도대체 지금 보고있는 드라마가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더니 시즌4, 5에선 '로스트'가 아닌 완전히 다른 것을 보고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 '로스트'는 스토리는 갈수록 산으로 가는데, 진행마저도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 하더니 나중엔 옆걸음까지 치는 시리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6년동안 에피소드를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이 모두 봤다. 그러고보니 나도 생각보다 열나게(?) 끌질긴 놈인 듯 하다. 이게 다 섬의 마법 때문 아니겠수?

위에서 설명했듯이 나는 '로스트'에 불만이 많은 편이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단지 최종결말이 궁금해서 였다. 결말까지 가는 과정은 둘째 치더라도 도대체 어떻게 스토리를 마무리지을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오는 일요일 끝난다. 6년간 기다렸던 시리즈 피날레가 방영되는 날이 드디어 온 것이다.

과연 6년을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써는 아닐 듯 하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시즌1부터 시즌6까지를 모두 종합한 제대로 된 피날레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제작진은 어떻게서든 시리즈 전체를 마무리 짓는 파이널 에피소드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듯 하다. 이제와서 시즌1 당시의 장면을 끼워넣어 보여주는 이유도 총정리 차원에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산으로 간 스토리를 다시 바닷가로 끌어내려 모두가 만족할만 한 엔딩을 만들 수 있겠냐는 데 의문이 생긴다.

시즌6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시즌6는 시리즈의 파이널 시즌인 만큼 시즌1부터 총정리하는 시즌이었어야 했다. 시즌1이 방송된 지 6년씩이나 지난 데다 새로운 시즌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스토리도 이상하게 변질된 만큼 시청자들의 기억을 되살려줄 겸, 이해를 도와줄 겸, 산만해진 스토리를 정리할 겸 해서 깔끔하게 총정리를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시즌6는 플래시 사이드웨이라는 또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보탰을 뿐 지난 시즌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플래시 백/포워드/사이드웨이와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오락가락하면서 시간끌기를 하는 버릇을 마지막까지 고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되는 바람에 많은 '로스트' 시청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시즌1부터 시즌6까지 시리즈 전체를 종합한 최종결말이 아니라 시즌6에서 소개한 플래시 사이드웨이 세계와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겹치나로 옮겨갔다.

이렇다 보니 오는 일요일 방영되는 시리즈 피날레도 말로만 시리즈 피날레일 뿐 실제로는 시즌6 파이널 에피소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시즌1부터 모두를 종합한 시리즈 엔딩이 아니라 시즌6에서 벌어진 사건들만 마무리하는 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리즈의 스토리가 이미 그쪽으로 갔으니 엔딩도 플래시 사이드웨이와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겹치는 쪽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그다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즌1을 보면서 기대했던 결말과는 크게 다른 것만은 사실이다.

과연 이런 엔딩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시즌이 계속되며 이상하게 변한 스토리에 실망했어도 최종결말을 보기위해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시리즈 피날레를 보고난 뒤 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만족감이 제대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결말은 날 것이다. 엔딩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엔딩이라는 것이 '로스트' 시리즈의 엔딩이라고 할만 한 만족스러운 수준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로스트' 시리즈 피날레는 오는 일요일인 5월23일 저녁 7시(미국 동부시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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