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0일 일요일

약체에 약한 이탈리아, 뉴질랜드와도 무승부

지난 2006년 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가 2010년 월드컵 32개 팀 중 최약체로 꼽히는 뉴질랜드와 비겼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파라과이와 1대1로 비겼던 이탈리아가 2차전인 뉴질랜드전에선 손쉽게 3포인트를 건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의 불운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시작되었다. 전반전 6분만에 뉴질랜드에게 골을 내준 것!

뉴질랜드의 선취골은 오프사이드로 보였지만 골로 인정받았다. 비디오 리뷰도 안 하면서 애매한 오프사이드 룰은 왜 유지하는지 알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오프사이드까지 아예 없애버리는 게 어떨까 싶다. FIFA가 단순무식한 걸 원한다면 룰도 그렇게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오심논란도 경기의 일부'라면서 '그게 바로 축구의 묘미'라고 하지만, 난 열혈축구팬이 아니라서 인지 그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이면서도 선뜻 동의가 잘 안 된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뉴질랜드 1, 이탈리아 0.

경기 시작하자마자 상대팀에 골을 내주는 건 미국팀의 전문인데 이탈리아도 그걸 따라하고 싶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이탈리아가 최약체 중 하나로 꼽히는 뉴질랜드에 질질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ESPN 중계방송 해설자는 이탈리아가 월드컵에서 북한, 남한 등에게 패한 전력이 있다면서, 뉴질랜드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울린 약체 리스트에 포함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월드컵에 출전한 약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탈리아는 약체에게 쉽게 대주는(?) '이쁜이'겠지만, 그 반대쪽에서 보면 약간 코믹한 팀이 된다.

ESPN 해설자가 계속해서 '이탈리아가 월드컵에서 북한과 남한에게 패한 적이 있다'는 말을 반복하길래 왜 자꾸 그걸 들먹이나 했는데 가만 보니까 어디서 많이 보던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탈리아는 독일, 스페인, 프랑스처럼 지진 않았다. 골포스트를 맞추는 불운까지 겹치는 게 이러다가 지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지진 않았다. 이탈리아는 가까스로 얻은 페날티 킥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경기종료까지 1대1 균형을 유지하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간신히'라고 한 데도 이유가 있다. 여차했으면 뉴질랜드가 2대1로 이길 뻔 했기 때문이다. 후반전 37분에 뉴질랜드가 쏜 슛이 들어갔더라면 뉴질랜드가 진짜로 이길 뻔 했다.



그러나 '이만큼'의 차이로 빗나갔다. 솔직히 나는 들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것 같았다. 이탈리아 팬들도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맨 오른쪽에 있는 친구는 그 사이에 머리가 다 빠진 모양이다.




"경기는 안 풀리지, 부부젤라는 더럽게 시끄럽지..."

하지만 어쩌랴, 이게 지금 2010년 월드컵에서의 이탈리아 팬들의 모습인 것을...



반면 뉴질랜드 'All Whites' 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이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검정색과 흰색이 매치된 옷을 입은 응원단의 모습이 미국의 NFL 팀, 오클랜드 레이더스(Oakland Raiders) 팬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할로윈을 연상케 하는 요란스러운 커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없었다는 게 차이이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엔 Oakland 대신 Auckland가 있구려...



일부 축구팬들은 월드컵에 올 자격이 없는 약체들까지 본선진출 32개 팀에 포함된 바람에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더욱 재미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 대륙을 대표하는 32개 팀을 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출전자격에 크게 미달되는 팀까지 끼워주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하면서, 뉴질랜드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나름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사실 월드컵이란 게 겉으로만 국가대항전일 뿐 실제로는 올스타 프로축구선수들을 출신국가별로 나눠놓은 또다른 형태의 올스타전인 게 전부기 때문이다. 아마추어급 약체들의 순수한 도전보다는 거액연봉을 받는 수퍼스타 선수들을 다수 거느린 강호들의 순위싸움이 볼거리인 이벤트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높은 퀄리티의 경기를 기대할 뿐 아마추어 수준의 약체들의 재미없는 경기를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경기가 재미없었을까?

브라질, 아르헨티나 경기처럼 축구천재들이 펼치는 쇼는 아니었다. 게다가 고액연봉을 받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퍼스타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조별리그 1차전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선 경기종료를 코앞에 두고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고, 2차전에선 이탈리아를 상대로 선취골까지 넣으며 아깝게 비겼다. 이 정도라면 'One of the most entertaining team'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뉴질랜드 골키퍼의 'Million Dollar Smile'을 보라! 아니, 'Priceless'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지도...



반면 이탈리아는 우울하다. 같은 조에 속한 파라과이는 현재 1승1무를 기록해 4포인트를 챙겼지만 이탈리아는 2무(2포인트)에 그쳤기 때문이다. ESPN 축구 애널리스트들은 이탈리아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2006년 월드컵 챔피언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이들은 이번에도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약체 뉴질랜드에 선제골을 내줬을 뿐만 아니라 여차했으면 2대1로 질 뻔 했으니 챔피언다운 모습은 고사하고 망신살만 뻗쳤다는 쪽에 더욱 가깝다.

그래도 지금은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16강에 진출하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가 맘대로 안 풀리는 듯 해도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데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트가 순탄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탈리아도 'Slow Starter' 중 하나이므로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팀 중 하나가 이탈리아다. 이들의 파란색 유니폼부터 맘에 든다. 아마도 내가 붉은색보다 푸른색을 더 좋아하기 때문인 듯 하다.

그래서 마지막은 'Azzurri'에 어울리는 이탈리안 댄스곡으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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