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1일 월요일

북한 vs 포르투갈, 분명히 축구경기였는데 미식축구 스코어가...

FIFA 랭킹 상위권에 올라있는 포르투갈과 최하위인 북한이 2010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맞붙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남미강호, 브라질과 경기를 가졌던 북한을 기다리고 있었던 다음 상대는 다름아닌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이었다.

북한은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2대1로 패했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북한이 브라질전에서 했던 것처럼만 한다면 포르투갈과도 해볼 만 할 것 같았다. 언더독 팀들이 전통강호들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이 이번 월드컵의 트렌드가 되었다는 점도 북한의 업셋을 점쳐보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게다가 경제위기 여파 때문인지 대부분의 EU 팀들이 단체로 열심히 삽질을 하는 중이므로 북한이 포르투갈을 이기진 못한다 해도 최소한 비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전반을 포르투갈 1, 북한 0으로 마친 것 까지는 좋았다. 비록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한 번 해볼 만 해 보였다.


▲첫 번째 골

문제는 후반이었다.

왜냐? 후반부터는 포르투갈이 혼자서 경기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후반이 시작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포르투갈에게 두 번째 골을 내준 북한은 그 다음부터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풋볼필드에 포르투갈 팀만 있을 뿐 북한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곤 포르투갈의 골폭격이 시작되었다. 골이 계속 들어가더라니까...


▲두 번째 골


▲세 번째 골


▲네 번째 골


▲다섯 번째 골

5대0으로 점수차가 벌어지자 이제 관심은 포르투갈의 수퍼스타, 크리스챤 로날도가 이번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인지로 쏠렸다. 이미 승부는 가려진 셈이었으니 로날도까지 월드컵 골맛을 보게 되는지로 관심사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로날도가 후반에 날린 중거리 슛이 또 골포스트에 맞는 게 아무래도 골 운이 따르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여섯 번째 골은 로날도의 작품이었다. 두 경기 연속으로 골포스트를 맞췄던 불운을 씻어주기라도 하듯 이번엔 운까지 따라줬다. 로날도는 북한 골키퍼에 맞고 머리 위로 튀어올랐다 등에 맞고 떨어지는 공을 빈 골대를 향해 여유있게 차 넣었다.






▲여섯 번째 골

이렇게 해서 포르투갈 6, 북한 0.

6대0이면 축구보다는 미식축구 스코어에 가깝다. 미식축구에선 필드골이 3점, 터치다운이 6점이므로 6대0이라는 스코어가 아주 자주 나온다.

터치다운은 7점 아니냐고?

7점이 되는 이유는 터치다운(6점)을 한 뒤 엑스트라 포인트(1점)를 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엑스트라 포인트까지 합해서 7점이 되는 것이지 터치다운 자체가 7점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스코어가 6대0이라면 포르투갈이 북한을 상대로 터치다운을 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되자 '기왕 터치다운을 한 김에 엑스트라 포인트까지 성공시켜라'가 됐다. 내친 김에 하나 더 넣어 7점을 채워버리라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진짜로 일곱 번째 골을 넣더라.


▲일곱 번째 골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포르투갈 7, 북한 0.

"터치다운도 GOOD, 엑스트라 포인트도 GOOD"이 완성됐다.



점수차가 7대0으로 벌어지자 포르투갈 팬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7'과 '0'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 북한은 포르투갈에게 완전한 박살패를 당했다. 축구경기에서 미식축구 스코어가 나왔으면 말 다한 것이다.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전반전에 북한 감독이 타월로 비에 젖은 머리를 훔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자 ESPN 중계방송 아나운서가 북한감독이 비 때문에 '비밀 메시지'를 수신하는 데 지장이 있는 모양이라고 농담을 했다. 이 때는 그저 크게 한 번 웃고 넘겼는데, 혹시 진짜로 그것 때문인 건 아니겠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북한은 포르투갈전 패배로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Better luck next time...

한편, 북한이 포르투갈에 7대0으로 박살패를 당하면서 남-북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큰 점수차로 패한 팀 그룹에 나란히 속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금까지 이번 월드컵에서 3점차 이상으로 패한 팀은 호주(독일에 4대0 패), 남아프리카(우루과이에 3대0 패), 남한(아르헨티나에 4대1패), 북한 (포르투갈에 7대0 패)이다.

그나마 호주와 남아프리카는 레드카드 때문에 박살패를 당했다는 핑계거리라도 있다. 이렇게 따지면 11명이 모두 뛰었으면서도 3점차 이상으로 패한 팀은 지금까지 남-북한 두 팀이 전부가 된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그룹에 남-북한 양팀이 모두 속하게 됐다.

다만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북한은 16강 탈락이지만 남한은 아직 기회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과연 어찌 되는 지 두고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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