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에 따르면, 이들 11명의 '러시안 에이전트'는 미국서 수 십년간 거주하며 평범한 미국인처럼 생활하면서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서클에 접근, 백악관 루머를 비롯한 미국내 정치문제서 부터 벙커버스터 핵탄두 개발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번에 체포된 러시안 스파이들은 가명과 거짓 주소로 만든 핸드폰을 이용해 러시아와 통화하거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러시안 에이전트에 정보를 전달했으며, 특수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범해 보이는 컴퓨터 이미지에 메시지를 입력하는 등의 하이테크 수법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과거의 수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들 역시 투명한 잉크, 라디오 트랜스미터, 위조여권 등을 사용했으며, 땅에 파묻었던 공작 자금을 다시 파내기도 했다.
FBI는 이들을 수 년간 감시해왔으며, 지난 토요일에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FBI 에이전트가 러시아 스파이로 가장해 워싱턴 D.C와 뉴욕에서 활동하던 러시안 에이전트 2명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언더커버 FBI 에이전트가 직접 만난 2명의 러시안 스파이 중 하나인 애나 챕맨(Anna Chapman)이다. 챕맨은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던 20대 후반의 러시아계 미국인 이혼녀다.
평범해 보이는 챕맨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녀가 미녀 스파이이기 때문이다. 챕맨이 그녀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들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미녀 스파이가 실제로 등장했다", "본드걸이 나타났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기사들까지 올라왔다. 미국서 스파이 행위를 해온 러시안 스파이 중 하나가 미모의 20대 여성인 것으로 밝혀지는 바람에 관능적인 본드걸들을 항상 거느리고 다니는 제임스 본드까지 얼떨결에 한다리 끼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봐야겠지?
"From Russia With Love", eh?
AOL News엔 'Alleged Spy Ring's 'Femme Fatale' Conjures Bond Girl Image'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미모의 러시안 에이전트가 매주 수요일마다 맨하탄 미드타운의 커피샵에서 그녀의 매킨토시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지나가는 밴에 탄 러시안 에이전트에게 정보를 전달했다는 게 마치 제임스 본드 영화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블로이드들은 스파이 행위보다는 미모에 더욱 큰 관심을 보였다.
뉴욕 데일리 뉴스는 애나 챕맨을 'Beautiful Accused Spy'라고 소개하면서 'Eat your heart out James Bond! Meet Anna Chapman'이라는 제목의 챕맨 포토 갤러리까지 마련했다. 갤러리에 포함된 사진 대부분은 챕맨이 그녀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올린 것들이었다.
뉴욕 포스트도 마찬가지였다. 뉴욕 포스트는 'Spy Ring's 'Femme Fatale''이라는 제목의 기사 뿐만 아니라 'Sexy Russian Spy Anna Chapman' 포토 갤러리도 빼놓지 않았다.
뉴욕 포스트가 애나 챕맨을 소개한 것도 걸작이다.
"a 28-year-old divorcee with a masters in economics, an online real-estate business, a fancy Financial District apartment and a Victoria's Secret body" - NY Post
그렇다. Victoria's Secret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SVR 소속 미녀 스파이, 애나 챕맨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현재 챕맨은 보석없이 구금된 상태다. 그녀가 대단한 미국의 국가기밀을 빼돌린 것 같지는 않지만 유죄를 선고받으면 징역형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러시안 스파이 사건도 머지않아 영화나 TV 시리즈로 제작될 것 같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영화로 옮기면 제법 근사한 스파이 영화가 될 듯 하다. 여러 러시안 스파이들이 미국서 평범한 생활을 하면서 비밀리에 러시아를 위한 정보수집을 했다는 것부터 스파이 영화 팬들의 흥미를 끌만 한 스토리인 데다 미모의 러시안 에이전트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스파이 사건을 기초로 한 영화가 나오려면 앞으로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번 사건으로 재미를 볼만 한 영화는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스파이 픽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듯 하기 때문이다.
있다. '미녀 스파이'와 '러시아 에이전트'가 모두 나오는 영화가 북미지역에서 오는 7월23일 개봉한다. 바로 소니 픽쳐스의 '살트(Salt)'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러시안 에이전트로 오해를 받는 CIA 에이전트로 나오는 스파이 스릴러 영화다.
만약 '살트'가 이번 사건 덕분에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소니 픽쳐스가 러시안 에이전트들에게 한턱 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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