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3일 월요일

돌아온 브렛 파브를 쌕과 야유로 환영한 샌프란시스코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의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가 풋볼경기로 돌아왔다. 8월초만 해도 금세 은퇴발표를 할 것 같았던 그였지만, 일요일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와의 프리시즌 경기에 바이킹스 헬멧과 유니폼을 입고 주전 쿼터백으로 돌아왔다.

2010년 시즌 들어 처음으로 필드에 선 브렛 파브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만약 경기가 미네소타 홈에서 열렸다면 팬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을 지 모른다.

그.러.나...

파브의 첫 번째 2010년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홈경기였다.

그렇다. 하필이면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가 뭐가 어때서 그러냐고?


지난 90년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와 함께 NFC 3강에 속했던 팀이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였는데, 당시 패커스 주전 쿼터백이 바로 브렛 파브 였다. 다시 말하자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팬들에겐 브렛 파브가 90년대 당시 NFC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라이벌 팀 쿼터백이었다는 것이다.

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없이 당장 작년에도 해프닝이 있었다. 경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바이킹스 쿼터백 브렛 파브가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샌프란시스코를 침몰시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감정이 많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NBC 썬데이 나잇 풋볼 중계방송 아나운서 알 마이클스(Al Michaels)의 말처럼 "Ok, enough already with the drama..." 였기 때문일까?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2010년 첫 NFL 경기에 출전한 브렛 파브가 처음으로 필드에 나서자 아낌없는 야유를 퍼부었다. 비록 프리시즌 경기였지만, 친절이 넘치는 샌프란시스코 팬들 덕분에 브렛 파브는 2010년 시즌을 야유와 함께 시작하게 됐다.

돌아온 브렛 파브를 따뜻하게 맞이한 건 팬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다음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수비팀의 차례였다.

브렛 파브의 첫 패스는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을 향했다. 결과는 퍼스트 다운.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nd and 13 상황에 패스를 시도하려던 브렛 파브를 샌프란시스코 수비수들이 쌕(Sack)을 하는 데 성공한 것. 파브는 블리칭(Blitzing)하는 포티나이너즈 수비수들을 피하지 못하고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프리시즌인데다 경기 초반인데 웬 블리칭인가 싶기도 했지만, 연봉인상까지 얻어낸 40대 수퍼스타 쿼터백이 첫 NFL 경기를 갖는다니까 포티나이너즈 수비수들이 한 번 껴안아 주려고 벼르고 있었던 듯 했다.

세컨드 다운에 쌕을 당한 파브는 3rd and 23 상황에 패스 시도를 하지 않고 러닝공격으로 때운 뒤 사이드라인으로 물러났다.




덮쳐든 포티나이너즈 선수들에게 깔렸다가 툭툭 털고 일어났더니"어머머, 숄더패드가 삐져나왔네...ㅋ"

잘못하단 오해를 살 것 같긴 하지만, 풋볼선수들이 숄더패드가 삐져나와 덜렁거리는 것을 다시 저지 속으로 집어넣는 모습이 왠지 섹시해 보인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ㅋ



아무튼 그건 그렇고...

그리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딱 한 개의 시리즈에 나와서 패스 한 개 던지고 쌕 한 번 당한 것으로 파브의 날은 끝났다. 포티나이어즈에 쌕을 당하면서 제법 강하게 쓰러지는 것을 본 바이킹스 코치진이 파브를 빼기로 결정한 듯 했다. 파브가 계속 뛴다면 포티나이너즈 수비수들이 계속해서 파브를 공격할 게 분명했으므로 그를 빼는 게 현명했던 것 같다. 게다가 바이킹스가 파브의 연봉까지 인상시켜줬는데 프리시즌에 부상으로 드러누우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 파브의 2010년 시즌 연봉도 올라갔다. 파브의 2010년 베이스 샐러리는 1300만불이었는데, '은퇴 드라마'를 겪으면서 1650만불로 불어났다. 여기에 인센티브까지 합하면 파브는 금년시즌에만 2천만불을 크게 넘는 연봉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알 마이클스는 브렛 파브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로 이 점을 질문했다. 세 명의 바이킹스 동료 선수들이 미시시피를 기습방문해 파브를 설득시킨 것으로 알려지긴 했는데, 이것 이외로 연봉 인상도 있었다면서, 혹시 연봉 인상이 복귀 쪽으로 결정하는 데 역할을 하지 않았냐고 질문한 것이다.



그러자 파브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잠시 생각하더니 "아니다"고 대답했다. 파브는 상당히 큰 돈이라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미네소타 바이킹스 팀메이트들 때문에 컴백한 것이지 돈 때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봉문제에 관한 알 마이클스와 브렛 파브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Al Michales: The redid your contract. Some people would say, you know what he was doing, he was just looking for a better deal.

Brett Favre: I knew that that would be some people's assumption. But it was tempting, but I've always made a lot of money. And I knew I didn't need it.

Al Michaels: Did it move you closer to coming back?

Brett Favre: Honestly no.It all came back to feeling obligate to the guys.That was really the strongest pull. You know I'm no fool. It's a lot of money. But that in itself was not the biggest factor.

물론 파브가 이제와서 "돈 때문에 컴백했다"고 대답하지 않을 것이 뻔했으므로 놀라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복귀하는 대가로 바이킹스로부터 연봉인상까지 받아낸 바람에 결과적으로 연봉인상 루머가 사실로 판명되었을 뿐만 아니라 "돈을 더 받으려고 은퇴설을 흘려가며 복귀에 시간을 끌었다"는 안티-파브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된 것 역시 사실인 듯 하다. NFL 공식 사이트 NFL.COM 애널리스트, 팻 커완(Pat Kirwan)도 파브 은퇴설이 처음 흘러나왔을 때 바로 돈 때문이라고 단정지었는데, 이 또한 결국 그가 옳았던 게 되는 분위기다.

어찌되었든 간에 브렛 파브가 대단한 풋볼 플레이어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잦은 '은퇴 드라마' 때문에 야유까지 받는 처지가 되었다는 게 약간 씁쓸하긴 하다. 아주 괜찮은 선수인데 이번 일로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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